[문화] “자신의 꿈을 믿으세요, 노력·인내·열정 있으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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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케스트라 ‘디베르티멘토’ 지휘자 자히아 지우아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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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살에 자신의 오케스트라를 만든 지휘자 자히아 지우아니는 매해 2만명의 청년 음악도를 길러왔다. [사진 Patrick Fouque]

출신 배경도, 성별·인종도 상관없이 누구나 클래식을 즐길 수 있다. 열정과 용기만 있다면.

지난달 26일(현지시간) 파리올림픽·패럴림픽 개막 사전행사로 센생드니 대성당에서 다문화 음악공연을 펼친 심포니 오케스트라 ‘디베르티멘토’의 모토다.

디베르티멘토는 1995년 파리 북동부 공업지역 센생드니에서 만들어졌다. 당시 관현악단 창단을 이끈 건 알제리계 이민자 가정의 17세 소녀. 지금껏 디베르티멘토 오케스트라와 함께 전세계 빈민, 장애인, 재소자 등 문화 소외계층을 위해 1000회 이상 공연해온 프랑스 지휘자 자히아 지우아니(46)다.

여성 지휘자가 4%에 불과할 만큼 보수적인 프랑스 클래식 음악계에서 그는 클래식을 통한 평등한 교육과 꺾이지 않는 희망의 상징이 돼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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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울라야 아마라(왼쪽)를 지도하는 지우아니(오른쪽). 자신의 전기영화 ‘디베르티멘토’에서 연주 지도를 맡았다. [사진 찬란]

지난 7일 개봉한 영화 ‘디베르티멘토’(감독 마리-카스티유 망시옹-샤르)는 그가 부유층 음악학교에 실력으로 편입한 뒤 여성과 이민자라는 이중 차별의 벽을 뚫고 오케스트라를 세우기까지의 여정을 담았다. “음악이 세상을 바꾸지는 못하지만, 사람은 변화시킬 수 있다”고 말하는 지우아니를 지난달 말 e메일로 인터뷰했다.

클래식 음악은 어떻게 입문했나.
“영화 첫 장면이 실제 있었던 일이다. 어릴 적, 클래식 애호가였던 아버지가 베토벤 ‘전원교향곡’을 들려줬고 여동생과 함께 이 곡을 영화관·TV에서 같이 감상하곤 했다. ‘전원교향곡’을 들을 때마다 섬세한 멜로디에 깊이 감동받는다. 오케스트라 지휘자가 되어 이런 평온함과 아름다움을 항상 느끼며 살고 싶다고 생각했다.”

가난한 가정 형편 탓에 어릴 적 여러 악기, 지휘를 독학으로 익힌 그는 10대 때 루마니아 지휘자 세르주 첼리비다케의 눈에 띄어 제자로 수련했다. 지금은 디베르티멘토 아카데미를 통해 매년 2만명 넘는 청년에게 음악을 전파하고 있다. 첼리스트인 쌍둥이 여동생 페투마와 함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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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전기영화 ‘디베르티멘토’에서 연주 지도를 맡았다. [사진 찬란]

지휘자를 꿈꾸게 된 계기는.
“비올라를 연주하면서 오케스트라의 세계에 눈 떴다. 지휘는 다양한 악기와 음악가를 한 방향으로 이끌면서 조화를 이룬다는 점에 사로잡혔다. 심포니 오케스트라는 오랫동안 남성의 전유물이었다. 특히 권위를 가진 지휘자는 지금도 여성이 갖기 어려운 자리다. 첼리비다케에게 배우기 전에 독학을 통해 내가 되고 싶은 지휘자의 이미지도 구축할 수 있었다. 다양한 세계를 만나는 호기심 많은 지휘자의 모습 말이다.”
클래식은 엘리트 음악이란 인식이 강하다. 부유한 학생들이 당신의 지휘봉을 바게트 빵으로 바꿔 놓는 장면이 나오던데.
“다들 내가 클래식 음악, 지휘에 어울리지 않는다고 했다. 하지만 지금 디베르티멘토는 클래식 음악이 다양하고 강렬하며 많은 감정을 불러일으킨다는 걸 보여주고 있다. 클래식 음악은 누구나 즐길 수 있어야 한다.”
영화 제작진에게 사전에 부탁한 게 있나.
“교외 지역에 대한 선입견, 가난만 부각시키지 말아 달라고 했다. 어려운 환경에서도 열정과 인내를 갖고 최선을 다하면 된다는 걸 영화 속 음악과 함께 말하고 싶었다.”
1000번에 가까운 공연 중 가장 기억에 남는 무대는.
“2010년 파리 음악박물관에서 열린 첫 대형 콘서트와 2011년 알제리에서 알제리 음악가들과 함께한 콘서트, 얼마 전 생드니 대성당에서 디베르티멘토 아카데미 청년들과 함께한 콘서트다. 생드니 대성당은 프랑스 왕들이 묻힌 곳인데 다양한 문화 배경의 젊은이들이 이 상징적인 장소에서 멋진 공연을 만든 게 자랑스러웠다.”
한국 공연 계획은 없나.
“한국에 간 적은 없지만, 디베르티멘토 오케스트라에서 재능 있는 한국 음악가들과 함께한 적이 있다. 뛰어난 피아니스트 임윤찬과도 언젠가 함께 연주할 수 있으면 좋겠다.”
꿈을 향해 정진하는 사람에게 해주고 싶은 말은.
“자신의 꿈을 믿어야 한다. 노력과 인내, 열정이 있으면 모든 것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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