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톰 크루즈 하늘서 내려오자, 파리 주역들 입으로 성화 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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톰 크루즈는 영화 ‘미션 임파서블’의 한 장 면처럼 와이어를 타고 등장했다. [AFP=연합뉴스]

프랑스 파리를 18일간 비추던 성화가 꺼졌다. 4년 뒤 LA에서의 재회를 기약하며 2024 파리 올림픽이 12일(한국시간) 폐막했다. ‘완전히 개방된 대회(Games Wide Open)’라는 슬로건처럼 이번 대회 개회식은 지난달 26일 사상 처음 경기장 밖에서 열렸다. 난민 팀을 포함한 205개국 선수단은 센강 위를 떠가는 배를 타고 입장했다. 반면에 폐회식은 육상 경기장인 스타드 드 프랑스에서 열렸다.

폐회식은 이번 대회 수영 4관왕 레옹 마르샹(프랑스)이 성화 램프를 들고 걸어가는 것으로 시작했다. 이어 참가국 기수들이 입장했다. 한국은 태권도 남자 58㎏급 금메달리스트 박태준과 여자 복싱 첫 올림픽 메달리스트(동메달) 임애지가 기수로 나섰다. 폐회식에서 남자 마라톤 시상식이 열리는 기존 관례를 깨고, 성 평등을 지향한 이번 대회에선 여자 마라톤 시상식이 진행됐다. 토마스 바흐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이 여자 마라톤 우승자 시판 하산(네덜란드)에게 금메달을 수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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톰 크루즈는 영화 ‘미션 임파서블’의 한 장면처럼 와이어를 타고 등장(위 사진)한 뒤 오륜기를 흔들며 차기 올림픽 개최지인 LA를 홍보했다. [AP=연합뉴스]

바흐 위원장과 토니 에스탕게 파리 올림픽 조직위원장은 각국 선수단을 격려하고, 파리 시민에게 감사를 전했다. 바흐 위원장은 “센강처럼 ‘센’세이셔널한 대회였고, 새로운 시대를 알렸다”고 찬사를 보냈다. 이어 오륜기를 다음 개최지인 LA 측에 전달했다. 캐런 배스 LA 시장이 오륜기를 건네받았고, 여자 기계체조 3관왕 시몬 바일스(미국)가 자리를 함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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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태준, 임애지

싱어송라이터 H.E.R의 미국 국가 제창에 이어 관중의 환호성이 터졌다. 미국 배우 톰 크루즈가 영화 ‘미션 임파서블’의 한 장면처럼 경기장 지붕에서 로프에 매달려 낙하했다. 선수들을 헤치고 무대에 오른 그는 준비된 오토바이에 오륜기를 옮겨 꽂고 경기장 밖으로 질주했다. 미리 준비된 영상이 이어졌다. 에펠탑을 배경으로 질주하던 오토바이는 그대로 비행기에 올랐고, 크루즈는 잠시 후 비행기에서 스카이 다이빙을 했다. 지상에 안착한 그는 LA의 상징인 할리우드 입간판(HOLLYWOOD)에 ‘O’자 3개를 덧붙여 오륜을 완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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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대륙 대표 선수들과 함께 성화 불씨를 끄는 프랑스 수영 4관왕 레옹 마르샹(왼쪽 넷째). [뉴스1]

차기 개최지의 축하공연 후 마르샹이 다시 경기장에 들어섰다. 마르샹은 바흐 위원장과 5대륙을 대표하는 프랑스 테디 리네르(유도), 쿠바 미하인 로페스(레슬링), 호주 에마 매키온(수영), 중국 쑨잉샤(탁구), 케냐 엘리우드 킵초게(육상), 그리고 난민 선수단의 신디 은감바(복싱)와 나란히 서서 함께 입김을 불어 성화를 껐다. 샹송 ‘콤 다비튀드’를 번안한 프랭크 시내트라의 ‘마이 웨이’가 경기장에 울려 퍼지면서 파리 올림픽이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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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의 근간을 찾아 떠나는 탐험’을 주제로 공연하는 골든 보이저. 김성룡 기자

이번 대회에 대해선 “성공적”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코로나19 팬데믹이 끝나고 처음 열린 올림픽답게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올림피언과 전 세계인이 지구촌 스포츠 축제를 만끽했다. 경기장 등의 신축 대신 에펠탑과 그랑팔레, 콩코르드 광장 등 명소를 경기장으로 활용해 도심 전체를 올림픽 무대로 만든 점도 호평을 받았다. 물론 2년 뒤 열릴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겨울올림픽과 차기 대회인 2028 LA 올림픽, 그리고 IOC에도 해결 과제를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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튈르리 정원에 설치됐던 열기구 형태의 올림픽 성화대. [신화=연합뉴스]

우선 파리가 표방한 ‘친환경과 저탄소’가 초반부터 논란에 휩싸였다. 탄소 배출을 줄인다며 선수촌에 에어컨을 설치하지 않았고, 선수들이 탄 버스도 에어컨을 작동하지 않았다. 개막 전까지는 파리 날씨가 예상 밖으로 선선해 문제가 되지 않았다. 하지만 개막과 함께 무더위가 찾아오면서 상황이 심각해졌다. 창문마저 열리지 않는 버스 내부는 찜통으로 변했다. ‘선수가 버스 안에서 쓰러졌다’는 소문까지 돌았다. 한국 등 많은 국가가 경기장 가까운 곳의 호텔을 임시 숙소로 잡아 자국 선수 보호에 나섰다. 형편이 어려운 국가는 그마저 할 수 없어 참가국 간 ‘부익부 빈익빈’ 논란으로 비화했다. 명분(친환경·저탄소)도 좋지만, 인명 보호가 우선이라는 교훈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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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막식이 열린 파리 스타드 드 프랑스 전경. [신화=연합뉴스]

또 다른 핫이슈는 성 정체성 논란이었다. 앞서 지난 3월 세계선수권 당시 국제복싱협회(IBA)는 여자 66㎏급 이마네 켈리프(25·알제리)와 57㎏급 린위팅(28·대만)에 대해 “혈액 검사 결과 남성을 뜻하는 XY 염색체가 검출돼 여자부 경기는 뛸 수 없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IOC는 각종 비리 등을 이유로 IBA를 올림픽 대회 운영에서 배제했다. IOC는 대신 켈리프와 린위팅을 “여성”으로 규정하고 경기 출전을 허락했다. 정작 이들과 맞붙었던 여러 선수가 불만을 드러냈다. 두 선수는 여성 간 대결로 보기 어려울 정도의 압도적 승리로 금메달을 따냈다. 올림픽은 끝났지만 성 정체성 논란은 두고두고 스포츠계를 달굴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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