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채널A ‘오은영의 금쪽상담소’ 영상 캡처

배우 임현식이 1000평이 넘는 한옥을 가꾸느라 농약을 흡입하는 사고를 당하고, 어머니와 아내의 상중에도 손에서 대본을 놓지 못하는 일중독을 고백했다.

지난 22일 방송된 채널A ‘오은영의 금쪽상담소’에 임현식이 사위 김도현씨와 함께 출연했다.

이날 방송에서 김도현씨는 임현식이 ‘일 중독’이라며 “이미 (배우로서) 많이 성공하셨고, 마음의 여유를 가졌으면 좋겠는데 그런 모습을 본적이 없다. 항상 꼿꼿하게 앉아계시고 가드닝(정원을 가꾸고 돌봄) 등 여러 과제를 갖고 계신다”고 말했다.

이어 “편하게 쉬는 걸 힘들어하는 것 같고, 저희가 보이게 강박이 있는 것 같다”고 했다.

실제 영상에서 임현식은 고령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바쁘게 일하는 모습을 보였다. 임현식은 “‘나이가 먹으면 굶뜨지 않나’라는 걱정이 있다. 할 일은 많은데, 시간이 없다. 능률이 떨어지니까 짜증도 난다”며 마음과 달리 체력이 따라주지 않는 현실을 언급했다.

그는 “6~7년 전까지만 해도 소독, 쟁기질은 내가 해야 한다는 이런 관념이 있었다”며 “진딧물 때문에 사과나무에 1년에 6번 정도 농약을 쳐야 한다. 바람을 잘 이용해서 뿌려야 하는데, 어떻게 하다가 그걸 마셨는지 헛소리도 하고 어지러웠다”며 실수로 농약을 흡입했다고 밝혔다.

당시 임현식의 상태를 보고 동네 주민이 구급차를 불렀다. 임현식은 “구급차에 실려 가면서 정신을 잃었다. 눈을 떠 보니 병원이었다. 양쪽에서 무지갯빛이 내 코로 들어오는 것 같고, 형광등 주변에 수천 마리의 개미가 돌아다녔다”며 “3일이나 지나서 정신이 돌아왔다”고 덧붙였다. 이 사고 이후로도 몇 년간 살충 작업을 했다고 밝혔다.

두 사람의 고민을 확인한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오은영 박사는 “임현식처럼 요즘 쉬지를 못하고 뭔가를 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많다”며 “생업에서 은퇴한 다음에도 뭔가 바쁘게 살아야만 할 것 같은 압박감을 느끼는 ‘슈퍼 노인 증후군’인 것 같다”고 분석했다.

53년의 배우 생활 동안 1000편이 넘는 작품에 출연한 임현식은 특히 아내의 상중에도 연속극 촬영장에서 일했고 어머니의 빈소에서도 대본을 놓지 못했다고 고백했다.

이에 오 박사는 “선생님은 완벽주의”라며 “마음이 편안하기 위해 몸이 고달파야 한다. 완벽주의다 보니 연세가 들면서 옛날 같지 않은 것도 마음이 불편한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선생님의 마음은 이해하지만, 잘한 점보다 아쉬움에 몰두해서 후회가 있을 때 불필요한 죄책감을 느낀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