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마취과도 필수과목으로…중증수술 수가, 놀랄 정도로 올려야" [의료공백 반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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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환자와 보호자가 서울 시내 한 대형병원 응급실 대기실 앞에서 대기하고 있다. 연합뉴스

수술실 공백과 응급실 마비를 막으려면 정부가 필수의료 지원을 크게 늘려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온콜(병원 밖 대기)수당·당직 수당 인상, 응급실 전문의 진찰료의 대폭 인상, 진료지원(PA) 인력 합법화 등이 거론된다.

응급실은 소위 '뺑뺑이' 논란으로 금방 문제가 드러난다. 하지만 보이지 않게 곪아가는 게 수술실이다. 마취과 의사의 이탈이 문제다. 이를 막으려면 필수의료로 보고 접근해야 하는데 정부는 그렇게 보지 않는 듯하다. 27일 정부가 내년 예산을 발표했는데, 전공의 수련수당 지원 대상에 마취과가 포함되지 않았다.

한동우 대한마취통증의학회 기획이사는 "마취과를 필수 과목으로 보지 않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서울의 한 마취통증의학과 교수는 “24시간 당직을 서면서 수술실 들어가고 또 외래를 봐야 하지만 별다른 보상은 없다”면서 “사명감으로 버티는 것도 한계”라고 말했다. 한동우 이사도 "당직을 서면서 대기할 경우 수술 환자가 없어도 다른 전공은 온콜 당직수당을 주지만 우리는 받지 못한다"며 "수술 수가가 올라도 그 돈이 병원으로 가지 마취과 의사한테는 오지 않는다"고 말했다.

중증 수술 수가를 놀랄 정도로 올려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의석 대한심장혈관흉부외과학회 기획홍보위원장은 "수술이 어려워질수록 상대적으로 수가는 낮게 책정된다"면서 “노동 강도에 맞게 급여를 올려야 한다”고 말했다. 전공의가 빠져 나간 공간의 상당 부분을 수술실 PA가 메우는데, 이를 위해 간호법 개정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법적 근거가 생긴 후 PA를 늘리도록 도와야 한다는 것이다. 한 대학병원의 흉부외과 교수는 "10년 경력의 PA가 전공의 못지 않게 수술을 잘 돕는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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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의료진이 서울 시내 한 대형병원 응급실 대기실 앞을 지나치고 있다. 연합뉴스

필수의료 과목의 형사소송 부담도 줄일 필요성도 제기된다. 응급의학과 의사들은 민·형사 소송에 특히 시달린다. 응급실 뺑뺑이의 주요 이유가  "수술할 의사가 없다"는 것이다. 그런데 의사가 없는 이유는 수술 의사가 그 시간에 다른 수술을 하고 있을 때가 많다. 수술 중인 의사가 수술을 마칠 때까지 환자가 대기하는 게 나을 때가 있다. 그러나 대기하다 악화하거나 숨질 경우 소송에 휘말린다. 이걸 피하려면 안 받는 게 낫다. 안기종 한국환자단체연합회 대표는 “응급실 뺑뺑이를 줄일 수 있다면 모든 병원이 거부하는 환자를 최종 수용하는 병원엔 사법 책임을 면제하는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응급실 전문의 진찰료 가산을 상설화해야 한다는 요구도 많다. 서울의 한 응급의학과 전문의는 “응급실 진찰료 인상 수가분 때문에 버티고 있는 교수도 있다”면서 “한시적으로 적용하다 없애면 이탈을 촉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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