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히틀러 절대악 아니다" 말까지…독일 극우 정치인 압도적 1위 [후후월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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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후후월드]는 세계적 이슈가 되는 사건에서 주목해야 할 인물을 파헤쳐 보는 중앙일보 국제팀의 온라인 연재물입니다.

“히틀러를 ‘절대악’이라 표현하는 건 문제가 있다.”

다음 달 1일 치러지는 구(舊) 동독 지역 튀링겐 주(州) 선거에 출마한 극우 성향의 독일을위한대안당(AfD) 소속 비외른 회케(52)의 발언이다. 튀링겐에서 AfD는 지지율 30%로 압도적 1위를 지키고 있다. 외신은 “회케는 2차 대전 이후 독일 주 선거에서 승리한 최초의 극우 정치인이 될 것”이라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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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동부 튀링겐주에서 주선거를 앞두고 극우 정당인 독일을위한대안당(AfD)의 후보인 비외른 회케가 지지자들 앞에서 연설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독일은 튀링겐·작센(9월1일), 브란덴부르크(9월22일) 등 주요 3개 주 선거를 앞두고 있다. 모두 AfD가 ‘꾸준하고 안전한 강세’를 보이고 있다. 독일은 16개의 연방 주들이 분권 정치를 하고 있는 데다 주 선거 결과에 따라 연방상원 구성이 달라져 주 선거가 연방선거 못지않게 중요하다. 특히 내년 9월 예정된 독일 총선을 앞두고 이번 3개 주 선거 결과가 ‘나치 독일’의 과거 청산에 전념해온 독일에 ‘극우 부활’ 신호탄이 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3개 주 가운데서도 회케가 이끄는 튀링겐 주에서 AfD의 인기는 단연 압도적이다. 2위인 보수 성향의 기독교민주연합(기민련·CDU) 지지율은 20~23%로, AfD에 최대 10%포인트 차로 뒤처졌다.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가 속한 사회민주당(SPD) 지지율은 6%에 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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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튀링겐 주 선거에 출마한 기독민주연합(CDU)의 마리오 보이트 후보. 로이터=연합뉴스

역사교사 출신 회케, 나치 발언으로 악명

튀링겐 주에서 AfD의 인기를 견인 중인 회케는 역사‧스포츠 교사 출신으로 네 자녀의 아버지다. 흰 셔츠와 깔끔한 백발이 트레이드마크인 회케에 대해 가디언은 “거대 테크기업 대표를 연상시키는 외모”라고 전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소 띤 얼굴로 지지자들과 포옹을 나누는 그의 모습은 위협적이지 않고 친근하며 다정하다”고 설명했다.  

반면 그의 메시지는 분열적이며 급진적이다. 그는 숄츠 총리가 이끄는 중도 좌파 성향의 연립정부가 독일을 강제로 다문화화하고 있다며 반(反) 난민, 반 이민 정책을 노골적으로 주장하고 있다. 또 극우에 대항하는 좌파 시민단체들을 향해 “자기 증오로 가득찬, 치료가 필요한 사람들”이라거나 “독일 혐오자”라 조롱을 거침없이 내뱉는다. 헝가리의 빅토르 오르반 총리가 진보 성향 시민단체를 탄압하기 위해 내놓은 일련의 조치들에 대해선 “효과적인 모델”이라 평가했다.

2021년 선거 유세 때는 “모두 독일을 위해”라는 나치 준군사조직 돌격대(SA)의 구호를 사용해 벌금 1만3000유로(약 1900만원)를 선고받은 바 있다. 해당 구호는 ‘히틀러 경례’ 등과 함께 독일에서 형사처벌 대상이다. 지난해 7월엔 “진정한 유럽이 살 수 있도록 유럽연합(EU)은 죽어야 한다”고 말해 구설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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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현지시간) 튀링겐에서 열린 AfD 유세 현장에 지지자들이 대형 독일 국기를 들고 있다. AFP=연합뉴스

2017년에는 수도 베를린에 위치한 홀로코스트(대량 학살) 기념관을 가리켜 “독일인은 수도 한복판에 ‘치욕의 기념물’을 세운 세계 유일한 민족”이라고 비꼬기도 했다. 같은해 WSJ과의 인터뷰에서 “히틀러를 절대악으로 묘사하는 게 가장 큰 문제”라고도 언급했다.

나치 관련 발언으로 악명 높은 회케는 AfD 내부에서도 ‘난감한 인물’이다. WSJ은 2013년 창당 당시 AfD는 기독교 기반의 보수적 민족주의를 표방하는 정당이었다고 전했다. 하지만 창당 직후 회케가 가입해 튀링겐 지부를 만들었고 이곳이 극우의 본산이 됐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독일 연방 헌법보호청은 AfD의 튀링겐 지부를 극우 조직으로 규정하고 “인간의 존엄성, 민주주의, 법치주의에 반한다”고 강조했다.

AfD의 전 대표인 요르그 모이텐은 최근 공영방송인 NDR에 출연해 “2017년 당 내부에서 회케를 축출하려는 움직임에 반대했던 것을 후회한다”면서 “근본적으로 회케와 그의 지지자들이 추구하는 목표가 민주주의에 위험하다고 생각한다”고 발언한 바 있다. WSJ은 최근 몇년 동안 AfD 지도부와 회케 사이의 ‘불안한 휴전’이 유지되고 있다고 전했다. 회케의 지지층이 견고해지면서 당의 영향력을 키우려면 그를 내칠 수 없는 상황이 됐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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튀링겐 주 선거에서 AfD의 후보인 비외른 회케(왼쪽)가 지지자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AFP=연합뉴스

회케는 최근 두 개의 독일 유력 매거진 표지를 장식하기도 했다. 슈피겔은 프랑스의 극우 정치인 마린 르펜 국민연합(RN) 하원 원내대표, 도널드 트럼프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와 함께 회케의 사진을 싣고 “파시즘은 어떻게 시작되는가”라는 제목을 달았다. 또 다른 매체 스턴은 회케가 찌푸린 얼굴로 카메라를 응시하는 사진과 함께 “누가 이 남자에게 투표할까”라고 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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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매거진 슈피겔이 극우 정치인 비외른 회케(오른쪽)를 프랑스의 마린 르펜 국민연합 하원 원내대표,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대선후보와 함께 표지에 실었다. 인터넷 캡처

AfD 승리해도 연정 구성해야 주지사 가능

튀링겐 주선거에서 AfD가 승리하더라도 회케가 주지사에 오를지는 의문이라고 WSJ은 전했다. AfD의 지지율이 과반에 못 미쳐 연정을 구성해야 하는데 다른 정당들은 극우와 손잡지 않겠다고 공언해서다. 다만 신생 정당이자 좌파 포퓰리즘 성향의 자라바겐크네히트동맹(BSW)과 연대할 가능성이 있는데, 현재 BSW의 지지율이 18%로 두 정당이 손잡으면 과반도 가능하다.

WSJ은 “회케가 (주지사 등극에 실패해도) 투표에서 1위에 오르는 것만으로도 독일의 새 역사이고 전국구 스타 정치인으로 발돋움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또 다른 주 선거에서도 AfD의 득표율을 높이는 결과로도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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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오른쪽)와 졸링겐 시장 팀 쿠르츠바흐가 26일 서부 독일 졸링겐에서 칼 공격이 발생한 현장에 있는 희생자들을 위한 임시 추모비에 헌화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한편 26일(현지시간) 숄츠 독일 총리는 지난 23일 무차별 칼부림 사건이 발생한 독일 서부의 졸링겐을 찾아 사건 현장에 흰 장미를 놓았다. 숄츠 총리는 “다시 이런 일이 없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망명 신청이 기각된 이주민은 신속하게 추방하겠다”고 약속했다.

졸링겐 칼부림 사건 용의자는 26세 시리아 출신 남성으로, 2022년 독일로 건너왔다. 지난해 망명 신청이 거부돼 불가리아로 추방될 예정이었지만 독일에 머물러왔다는 사실이 알려져 공분을 샀다. 티노 추루팔라 AfD 공동 대표는 “독일의 안이한 이민 정책에 즉각적인 180도 전환이 필요하다”며 정부에 대한 비판 수위를 높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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