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소년중앙] 나답게 되려는 독창성 빛나는 작품…이해 말고 느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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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이 큰 아이’라 불리는 더벅머리에 호기심 가득한 큰 눈망울을 가진 왕눈이 소년을 시그니처 캐릭터로 가진 하비에르 카예하는 캐릭터를 통해 일상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일과 감정을 다양한 표정으로 드러냅니다. 눈이 큰 아이는 인생에서 가장 행복했던 어린 시절을 떠올리며 그린 그의 자화상이자 분신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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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해한 현대미술에 반기를 들어 쉽고 직관적인 그림들로 대중과 소통, 세계 미술 시장에서 경매가를 경신하며 스타로 떠오른 하비에르 카예하. ⓒJavier Calleja - Photo by Jose Salto - Courtesy of Calleja Studio

피카소의 고향, 스페인 말라가 출신으로 증조부가 피카소의 첫 그림 선생님이었을 만큼 예술가 집안에서 자란 그는 체조 선수로 활동하다 25살 늦은 나이에 미술을 시작했어요. 난해한 현대미술에 반기를 들며 쉽고 직관적인 그림들로 대중과 소통, 세계 미술 시장에서 경매가를 경신하며 스타로 떠올랐어요. 2022년 서울옥션 경매에 나온 작품은 8억8000만원에 낙찰되기도 했죠. 주요 미술관과 기업 컬렉션에 그의 작품이 포함되기 시작했고 2021년에는 말라가 상 문화부문을 수상하는 등 현재 스페인에서 가장 주목받는 작가입니다. 최근에는 글로벌 브랜드들과 다양한 콜라보를 진행하며 왕성한 활동 중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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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이 큰 아이’라 불리는 왕눈이 소년을 시그니처 캐릭터로 가진 하비에르 카예하는 캐릭터를 통해 일상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일과 감정을 다양한 표정으로 드러낸다. ⓒJavier Calleja Courtesy of NANZUKA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는 하비에르 카예하의 국내 첫 대형 단독 전시가 성황리에 열리고 있어요. 회화·드로잉·조각 등 100여 점을 선보이는데, 대표작인 ‘No Art Here’ ‘Do Not Touch’ ‘Why Not’ ‘Mr. Günter’ 등과 함께 신작 10여 점도 포함돼 그의 예술세계를 대표하는 상징적인 작품과 최근의 빛나는 성취를 한자리에서 만나볼 기회죠. 주최사 CCOC의 강욱 대표는 “이번 전시는 하비에르 카예하를 대표하는 작품을 만나볼 수 있습니다. 그의 탁월함은 우리의 감각을 깨우며 작품을 통해 자신을 응시하도록 만드는 것입니다. 하비에르의 마법은 당신 안에 잠자는 또 다른 당신과의 조우를 안내할 예정이에요”라며 전시 기획의도를 설명했어요. 하비에르 카예하는 이번 전시회를 위해 내한해 전시장 벽면에 현장 드로잉을 선보였습니다. 단조롭고 지루한 전시장의 흰 벽을 대담한 장식과 디스플레이로 가득 채우며 진지함과 유머를 균형 있게 조화시켰으니 빠트리지 말고 지켜보라고 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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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화·드로잉·조각 등 하비에르 카예하의 상징적인 작품을 한자리에서 만나볼 기회다. ⓒJavier Calleja Courtesy of NANZUKA

전시장에 들어서면 한쪽 흰 벽면 가득 그가 개막 전 남겨놓은 현장 드로잉과 마주할 수 있는데요. 진지함과 유머를 균형 있게 맞추는 그의 세계관을 살짝 들여다보며 관람이 시작됩니다. 한국에서 열리는 첫 대형 개인전의 제목은 그의 대표작과 같은 ‘No Art Here(이곳에 예술은 없다)’. 하비에르 카예하는 “전시 제목 ‘이곳에 예술은 없다’를 농담처럼 아무런 예술품이 없으니 오지 말라는 전시라고 얘기합니다. 하지만, 이번 전시는 많은 분이 오셨으면 좋겠네요”라고 소개했죠. 그는 2015년 뉴욕에서 ‘No Art Here’라는 전시를 연 적 있는데요. 이번 전시는 과거 작품과 현재 작품을 잇는 연결점 같은 작업이고, ‘No Art Here’ 제목을 다시 가져오는 것이 의미가 있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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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장에 들어서면 ‘이곳에 예술은 없다’ 푯말이 있고, 아무것도 그려져 있지 않은 하얀 종이와 액자 작품이 한 점 걸려있다. 시작과 동시에 전시 핵심 주제를 맞닥뜨리게 된다.

전시장에 들어서면 입구 표시 다음에 작품들이 벽면에 줄지어 있을 거라는 예상을 뒤엎는 광경이 나타나죠. ‘이곳에 예술은 없다’ 푯말이 있고, 전시장 한 칸은 새하얀 벽이고 아무것도 그려져 있지 않은 하얀 종이와 액자 작품이 한 점 걸려있어요. 그리고 전시는 끝났다면서 출구 표시가 있습니다. 시작과 동시에 핵심 주제를 맞닥뜨리게 되는 거죠. 단조롭고 지루한 흰 벽이 이어지는, 기존의 예술 전시들을 비판이라도 하는 것인지 고민을 하며 다음 방으로 넘어가면 조금 전 방과는 달리 회화와 조각으로 화려하고 알차게 채운 전시 공간이 나타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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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들은 반듯하게 정렬되어 있지 않고 액자들이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있거나 뒤집혀 있기도 하고 가지각색이다.

여러분은 ‘현대미술’ 하면 어떤 이미지가 떠오르나요. 보통 어렵고 이해가 안 가는 이미지를 떠올릴 수도 있는데요. 현대미술 작가의 전시장에 가면 작가의 의도를 파악하겠다는 의지를 가지고 작품 감상을 하기도 하죠. 하지만 그의 작품은 어렵지 않아요. 마치 아이가 옆에서 이것 좀 보라는 듯이 톡톡 건들며 우리를 안내하죠. ‘엉망진창’ 문구를 들어 올린 빨간 모자를 쓴 소년의 조형물과 그림을 그리다 잠시 멈춘 아이 등 어린이들의 다양한 행동과 상황, 표정을 묘사한 작품들은 동심의 세계로 관람객을 이끌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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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들의 행동과 표정을 묘사한 작품들은 동심의 세계로 이끈다. 평소 현대 미술이 부담된다고 느꼈다면 이곳에 예술이 없다는 작가의 말에 힘입어, 또 쉽게 도전할 수 있는 작가의 작품으로 새롭게 도전해 볼 수 있다.ⓒJavier Calleja Courtesy of NANZUKA

그가 작품을 통해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는 여기 ‘어려운 예술은 없다’는 것. 그는 미술과 관객의 거리가 멀어진 이유를 미술작품의 주제가 난해하고 어렵고, 필요 이상으로 배경지식을 필요로 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며 해석이 필요한 예술을 지양합니다. 작업 초창기부터 ‘단순하지만 쉽지 않다(Simple but No easy)’는 모토를 지켜왔죠. 복잡한 감정들을 단순화하는 예술 작품을 만들어내고 있어요. 그는 작품을 지나치게 해석하는 것을 원하진 않는다고 했죠. 그저 관람객이 작품을 선입견 없이 감상하도록 배려하는 것이 예술의 본질이라고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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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이 큰 아이 옆엔 귀여운 검은 고양이까지, 귀여운 작품들을 바라보고 있으면 행복한 무언가가 마음속에서 퍼져나가는 느낌이 들게 된다.

눈이 큰 아이로 유명한 그의 캐릭터들이 가득한 공간도 보이죠. 눈이 큰 아이들은 다양한 감정과 상황들을 표현했습니다. 그 옆엔 귀여운 검은 고양이가 있죠. 귀여운 작품들을 바라보고 있으면 행복한 무언가가 마음속에서 퍼져나가는 느낌이 들게 됩니다.

그의 작품에는 항상 캐릭터와 함께 짤막한 메시지가 등장하는데요. ‘왜 저런 말을 하는 걸까?’ 생각하면 작품을 면밀히 들여다볼 수밖에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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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비에르 카예하의 작품에는 항상 캐릭터와 함께 짤막한 메시지가 등장하는데, ‘왜 저런 말을 하는 걸까?’ 생각하면 작품을 면밀히 들여다볼 수밖에 없다. ⓒJavier Calleja Courtesy of NANZUKA

아이들의 눈동자는 파란 눈동자, 검은 눈동자, 충혈된 눈동자 등 각기 다르죠. 그림 속 글자와 아이들의 눈을 마주 보는 것만으로 무엇을 생각하는지 짐작해 볼 수 있어요. 덕분에 다른 미술 작품보다 편안하며 쉽게 다가옵니다. 유명 캐릭터들과 콜라보한 작품도 만나볼 수 있는데, 자신의 캐릭터대로 재해석한 미키마우스, 조각가 마우리치오 카텔란을 오마주해 벽에 걸려있는 자신을 만든 작품들을 직접 볼 수 있어요.

전시장에는 캡션이나 섹션마다 설명글이 없는 게 특징인데요. 관객이 오직 받아들일 수 있는 것은 작가의 작품뿐입니다. 그래서 누군가 설명해 준 답이 아닌 오직 작품 그 자체에만 집중할 수 있죠. 하비에르 카예하는 “내 작품에는 무언가 있지만 나는 설명하고 싶지 않아요. 나는 관람객이 그것을 마무리하는 것이 좋아요”라고 얘기했습니다. 작가는 스스로 느끼기를 바라고 아무 설명을 하지 않죠. 덕분에 전시를 보면서 작가의 숨은 의도를 찾아내야 한다는 부담이 없어요. 마음 놓고 가볍게 전시회를 구경할 수 있죠. 작품은 누군가가 써놓은 해설로 완성되는 것이 아닌 작품을 마주한 관객이 상상하고 느끼는 것에서 완성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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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과 벽면을 하나의 작품으로 연결하는 건 하비에르 카예하가 자주 하는 공간 연출이다.

이번 전시를 보다 보면 작품이 전시되는 공간 또한 작품의 한 부분이라는 생각이 들게 되는데요. 액자들이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있거나 그림의 배경이 액자 밖으로도 이어져 있죠. 그림과 벽면을 하나의 작품으로 연결하는 건 작가가 자주 하는 공간 연출이에요. 어디서부터 어디까지가 작품과 벽의 경계인지 알기 힘듭니다. 네모진 공간으로 정렬된 기존의 미술관과는 확실히 다르고, 그림들은 반듯하게 정렬되어 있지 않죠. 울퉁불퉁 삐딱하게 놓여있기도, 뒤집혀 있기도 하고 가지각색입니다. 그는 “작품을 둘러싼 공간도 작품 일부입니다”라고 말했죠. 공간 자체가 작품이 되었기에 마치 보러 온 게 아닌, 놀러 온 거 같은 기분을 느낄 수 있어요.

전시장에는 직접 올라가서 사진을 찍을 수 있는 거대 책상 모형 같은 것도 있는데, 아이들이 마치 놀이터에 온 듯이 자유분방하게 전시를 즐기고, 사진 촬영하는 모습을 심심찮게 볼 수 있습니다. 귀여운 캐릭터들과 함께 상상력의 공간이 많이 구현돼 있고, SNS에 남길 수 있는 포토존이 많아 다양한 세대에게 매력적인 전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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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 요시모토의 작품과 비슷하다는 평이 많은데, 실제로 나라 요시모토의 전시 공간을 꾸며주며 작품에 영감을 받았다고 밝히기도 했다. ⓒJavier Calleja Courtesy of NANZUKA

그의 작품을 보면 독창성에 놀라며 나도 저런 상상력을 가지고 싶다는 생각을 할 수도 있을 거예요. 사실 그의 작품은 나라 요시모토의 작품과 비슷하다는 평이 많았어요. 실제로 그는 말라가 현대 미술센터의 어시스트로 일할 당시 나라 요시모토를 만났고, 그의 전시 공간을 꾸며주며 작품에 영감을 받았다고 했죠. 하비에르 카예하는 “창작이란 것은 다른 것, 새로운 것, 누구도 해본 적 없는 것을 시도하는 것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독창적이란 건 자신이 되려고 노력하는 것이며 나답게 된다면 당신은 독창적입니다”라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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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 눈동자, 검은 눈동자, 충혈된 눈동자 등 각기 다르게 표현한 눈동자를 마주 보는 것만으로 어떤 감정인지 짐작해 볼 수 있다. ⓒJavier Calleja Courtesy of NANZUKA

그의 시작 역시 모방이었을 순 있지만 단순한 모방에서 한층 나아가, 진정한 자신을 표현하며 완벽하게 자신의 것을 만든 것이죠. 여러분도 그의 조언대로 나만의 독창성을 가질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지고 상상력을 펼쳐보세요. 하비에르 카예하의 작품을 보며 이해하려고 노력하지 않아도 됩니다. 작품을 보며 드는 감동, 재미, 호기심 등 다양한 감정을 얻을 수 있다면 여러분의 독창성을 키우는 데 도움이 될 거예요. 현대 미술 또 미술 전시회가 부담된다고 느낀다면 이곳에 예술이 없다는 작가의 말에 힘입어 새롭게 도전해 보는 건 어떨까요. 예술 작품이 어렵다고 느껴지는 사람들에게 안성맞춤인 쉽게 도전할 수 있는 미술관 나들이가 될 거예요.

‘하비에르 카예하 특별전: 이곳에 예술은 없다’

기간 10월 27일(일)까지(월요일 휴무)
장소 서울 서초구 남부순환로 2406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 2층
관람 시간 오전 10시~오후 7시(입장 마감 오후 6시)
관람료 성인 2만원, 청소년 1만5000원, 어린이 1만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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