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한국 10번 연속 금메달 땄다…신화 완성한 보치아 황제 정호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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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병변 장애가 있는 정호원은 스틱을 입에 물고 공을 굴린다. 마치 손으로 던지는 것처럼 정확하다. 사진 대한장애인체육회

'보치아 황제' 정호원(38·강원특별자치도장애인체육회)이 개인 통산 네 번째 금메달을 따냈다. 대한민국 보치아 10회 연속 금메달의 위업을 완성했다.

정호원은 3일(한국시간) 프랑스 사우스 파리 아레나1에서 열린 2024 파리 패럴림픽 보치아 남자 개인전(스포츠등급 BC3) 결승에서 대니얼 미셸(호주)을 5-2로 꺾었다. 사격 조정두와 박진호에 이은 이번 대회 한국 선수단 세 번째 금메달이다.

정호원은 2008 베이징 패럴림픽을 시작으로 이번 대회까지 5회 연속 출전했다. 2008 베이징(페어), 2016 리우(개인전), 2020 도쿄(페어)에 이어 네 번째 금메달을 따냈다. 역대 최다 패럴림픽 금메달 숫자에서도 이해곤(7개·탁구)과 김임연(5개·사격)에 이은 공동 3위가 됐다.

보치아는 올림픽에 없고, 패럴림픽에만 있는 종목이다. 뇌병변 장애인들을 위해 고안됐다. 가로 6m, 세로 12.5m 경기장에서 적색구와 청색구를 6개씩 던져 흰색 표적구에 더 가까이 붙인 공을 점수로 계산한다. 컬링과 비슷한 득점 방식으로 4엔드(단체전 6엔드)로 승부를 가린다.

손으로 굴리거나 발로 차고, 도구를 이용해도 된다. 정호원이 출전하는 BC3 등급은 손으로 투구하지 못하는 선수들이 출전한다. 대다수 선수들이 막대를 사용해서 경기보조자가 홈통(램프)의 높이와 각도를 조절해주면 공을 굴린다. 정호원 역시 입에 막대를 문다.

한국은 보치아 강국이다. 올림픽에 양궁이 있다면, 패럴림픽엔 보치아가 있다. 양궁은 여자 단체전 10연패를 비롯해 꾸준히 최고의 자리를 지켰다. 보치아도 1984 LA 패럴림픽에서 정식 종목으로 채택됐는데, 1988 서울 대회 이후 10회 연속 금메달을 따냈다. 금메달(10개)을 가장 많이 따낸 나라도 한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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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파리 패럴림픽 보치아 금메달을 따낸 정호원(왼쪽)과 경기 보조인 동갑내기 김승겸 코치. 사진 대한장애인체육회

정호원은 그런 한국 보치아가 낳은 최고의 선수다. 12살인 1998년 보치아에 입문했고, 빠르게 세계적인 선수로 성장했다. 세계랭킹 1위를 오랫동안 유지했고, 패럴림픽 최다 메달 기록(7개·금4, 은2, 동1)과 타이를 이룬 보치아계의 'GOAT(Greatest Of All Time, 역대 최고 선수)'다.

정호원은 "2016 리우 대회 이후 개인전 금메달이 없었는데 다시 정상에 올라 기분이 좋다"고 했다. 그는 "올림픽 시상식 장면을 보면서 '나도 저 자리에 서고 싶다'는 마음을 품었는데 현실이 돼 기쁘다. 시상대에서 애국가를 들었을 땐 감격이 밀려왔다"는 소감을 전했다.

정호원은 돌도 지나지 않았을 때 장애를 입었다. 어머니가 일을 하느라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떨어져 입은 낙상으로 뇌병변 장애인이 됐다. 화재 사고까지 일어나면서 어머니와 네 살 터울 형은 화상까지 입었다. 정호원이 세계적인 선수로 성장해 '가장'이 됐지만, 2019년 전까지는 실업팀도 없어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2017년엔 패럴림픽 메달을 딴 뒤 포상금을 받는 바람에 수급자에서 제외되기도 했다. 다행히 실업팀에 입단하면서 경제적인 문제는 해결됐다.

정호원의 패럴림픽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강선희(47·한전KPS)와 호흡을 맞추는 페어 종목에도 나선다. 정호원은 "2관왕에 오르는 게 최종 목표다. 통산 5개째 금메달을 채우고 싶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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