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한국 장애인 오케스트라파리 ‘문화 올림픽’ 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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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 가는 하트하트 오케스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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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달장애인 단원들로 구성된 하트하트 오케스트라의 공연 장면. 2006년부터 뉴욕 카네기홀, 워싱턴 D.C. 케네디센터 등을 비롯해 1200여회 무대에 올랐다. [사진 하트하트 재단]

발달장애인 단원들로 구성된 하트하트 오케스트라가 벨기에 브뤼셀과 프랑스 파리에서 공연한다. 사회복지법인 하트하트 재단은 “하트하트 오케스트라가 파리 패럴림픽 기간 중 ‘문화 올림피아드’의 일환으로 공연한다”고 3일 밝혔다. 문화체육관광부 재외문화원의 프로그램 출연진으로 선정된 결과다.

하트하트 오케스트라는 재단이 2006년 만든 연주 단체다. 현악기와 관악기 주자 전원이 자폐성·지적 장애인으로 구성돼 있다. 이들은 브뤼셀에서 4일 왕립 음악원, 5일 한국문화원 무대에 서고, 7일 파리의 공연장 살 가보(Salle Gaveau)와 8일 한인침례교회에서 연주한다.

하이라이트는 파리의 살 가보 무대다. 1907년 문을 연 이 공연장은 프랑스의 대표적 작곡가인 드뷔시·라벨의 작품들이 초연됐고, 알프레드 코르토, 파블로 카잘스, 프리츠 크라이슬러 등 전설적 음악가들이 연주했던 홀이다. 하트하트 오케스트라는 살 가보 공연을 포함한 4번의 무대에서 비제 ‘카르멘’ 서곡, 드보르자크 교향곡 8번 4악장과 9번 4악장, 프랑스의 샹송, 한국 가곡 등을 연주할 예정이다.

하트하트 오케스트라는 그동안 한국 뿐 아니라 세계의 유명한 무대에서 공연하며 ‘음악의 가능성’을 보여줬다. 뉴욕 카네기홀, 워싱턴 D.C.의 케네디센터를 비롯해, 로스앤젤레스·시카고·도쿄 등에서 공연했다. 서울 예술의전당에서는 매년 정기연주회를 열고 있다. 그간 홍석원, 서진, 데이비드 리, 윌슨 응 등 유망한 지휘자와 함께 공연했고, 창단 이래 연주 횟수가 총 1200회에 달한다.

단원들의 나이는 다양하다. 하트하트 재단의 김희은 본부장은 “연령 제한이 없어 대학생부터 36세 단원까지 함께한다”며 “단원 대부분이 2006년 창단 때 들어왔고 그때 초등학생·중학생이었던 이들이 이제 성인이 됐다”고 했다. 발달장애인의 오케스트라는 비장애인에 비해 연습 시간과 준비 기간이 길고 어렵다. ‘지휘자와 눈만 맞춰도 기적’이라던 어린 단원들이 지난한 연습을 통해 전세계 무대에 서게 된 것이다. 1988년 설립된 하트하트 재단은 오케스트라를 키워낸 공로를 인정받아 문체부 장관상(2011년), 삼성호암상 사회봉사상(2022년) 등을 수상 했다.

2016년부터 오케스트라를 이끌고 있는 지휘자 안두현(과천시향 상임)은 “클래식 음악의 본고장인 유럽에 이 오케스트라의 도전을 보여줄 수 있는 감격스러운 기회”라고 말했다. 그는 “외부의 객원 연주자 도움 없이 발달장애인 단원들의 힘만으로 어디까지 가능한지 도전하는 과정에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오케스트라가) 수많은 교향곡에 대한 도전을 성공적으로 이어오고 있다. 이는 세계적으로도 유례가 없다고 생각한다”며 “발달장애인에 대한 선입견과 벽이 허물어지길 기대한다”라고 덧붙였다.

이번 무대에는 영국 피아니스트 줄리안 트리벨리안도 함께 한다. 2015년 롱티보 국제 콩쿠르에서 우승한 신성 피아니스트로, 모차르트의 협주곡 9번 1·3악장을 들려줄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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