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1주택자 전세대출 일률 금지 과하다” 실수요자 만난 금감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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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살고 있던 집을 팔고 월세로 거주 중인 50대 A씨는 현재 사는 집을 올해 말에 매수하기로 했다. 무주택자인 그는 지난해 월세로 전입할 때부터 매수 조건을 걸었는데 갑작스럽게 금리·한도 조건이 달라지면서 은행을 돌며 주택담보대출을 알아보고 있다. 그는 “최근엔 보험사 주담대를 알아보고 있는데 한도가 당초 예상한 것보다 크게 줄었다. 상호금융·저축은행 대출까지 알아봐야 하나 걱정”이라고 했다.

4일 금융감독원이 개최한 대출 실수요자 간담회에서 한 참석자가 밝힌 사례다. 금감원은 이날 대출 실수요자와 금융권, 부동산 전문가 등이 참석하는 간담회를 열었다. 금융당국이 가계대출 관리를 강화하면서 은행권에선 유주택자 대출을 중단하거나 한도를 축소하는 등 대책을 쏟아내고 있다. 이 때문에 실수요자까지도 피해를 받는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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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4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KB국민은행 신관에서 열린 '가계대출 실수요자 및 전문가 현장간담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뉴스1

1주택자 대출 제한에 “일률 금지 과하다” 

금감원은 이날 간담회를 열고 실수요자 피해를 최소화해달라고 은행권에 당부했다. 특히 우리은행·카카오뱅크 등 일부 은행이 유주택자에 대한 주택 관련 대출을 전면 중단한 데 대해 “과한 조치”라고 지적했다. 1주택자 중에서는 자녀 교육이나 결혼 등의 이유로 다른 지역에 전세 등을 구해야 할 수 있는데 일률적으로 대출을 중단할 경우 실수요자 피해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1주택자 분들의 상황에 따라 다양한 경우의 수가 있고, 실제 투기 목적이 아닌 경우가 있을 텐데 너무 기계적이고 일률적으로 금지하는 건 (실수요자에게) 어려움이 있다”며 “1주택자는 무조건 전세대출이 안 된다는 등의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서는 금융당국과 없었다”고 말했다.

“실수요자 우선해야” 한발 물러선 금감원

금감원은 추석 명절 전에 은행장 간담회를 갖고 실수요자 피해 방지를 위한 대책을 논의하기로 했다. 이 원장은 “은행마다 상품 운영이 들쭉날쭉하다. 일률적으로 정할 순 없지만, 은행 자체적으로도 기준을 맞춰야 소비자 혼선이 없을 것”이라며 “설사 가계대출을 관리하는 추세가 늦어지더라도 실수요자에게 부담을 안 드리는 쪽으로 가야 한다”고 밝혔다.

가계대출 증가세가 가파르다는 이유로 올해 경영계획을 초과하는 수준으로 대출이 늘었을 경우 은행에 페널티를 주겠다는 당초 입장에서 한발 물러섰다는 풀이가 나온다.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전문가들 사이에선 “가계대출을 줄이라고 하니 은행들이 각자 충성 경쟁에 나서듯 대책을 쏟아낸 게 문제”라는 지적도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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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3일 서울 송파구의 부동산 중개사무소 모습. 연합뉴스

금감원은 은행이 대출 심사를 강화하는 조치를 시행하기 이전에 부동산 계약을 체결한 경우엔 예외를 인정해야 한다고도 당부했다. 이미 부동산 계약을 체결하고 잔금을 치러야 하는 상황에서 은행 대출이 막혀 곤란한 상황이 발생하지 않도록 은행권에 사실상 가이드라인을 내렸다는 풀이가 나온다.

주요 시중은행의 대출 규제가 늘면서 수요가 지방은행이나 2금융권 등으로 이동하는 풍선효과가 발생할 것이란 우려도 간담회에서 언급됐다. 이에 대해 금감원은 “보험·중소금융 등 전 금융권이 합심해 관리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2금융권 등에서도 가계대출 관리에 동참해 달라는 의미다. 다만 이 원장은 “상담 건수나 신청 건수 등을 봤을 때 걱정할 수준의 풍선효과가 현실화하지는 않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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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4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KB국민은행 신관에서 열린 가계대출 실수요자 및 전문가 현장간담회에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우리금융 보험사 인수 건까지 직격

한편 이 원장은 우리금융의 동양생명·ABL생명 인수 건에 대한 부정적인 견해도 내비쳤다. 그는 “생명보험사 인수가 영업 확장 측면에서는 도움이 되겠지만 보험사의 리스크 관리는 은행과 다른 면이 있어 정교하게 반영해야 한다”며 “어떤 리스크 요인이 있는지에 대해서는 금융위원회나 금감원과 소통해야 했지만 그러지 않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원칙적으론 보험사 인수 결정에 있어 금융사가 사전에 협의해야 한다는 의무 규정은 없다.

그는 또 손태승 전 우리금융그룹 회장 친인척 부당대출 의혹에 대해서도 "대응 방식을 봤을 때 서로 '나눠 먹기 문화'가 팽배하다는 시각을 받는 조직에 대한 개혁 의지가 없는 것은 아닌지 의심이 든다"고 비판했다. 우리금융 현 경영진에 대해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며, 책임론을 제기한 것으로 풀이된다. 다음 달 우리금융에 대한 정기검사에 착수하기로 한 금감원은 부당대출 의혹과, 보험사 인수 건 등을 세밀히 살펴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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