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꺄악' 돌고래 기합과 함께 은빛 찌르기 성공한 권효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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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한국시간) 파리 그랑팔레에서 열린 휠체어펜싱 여자 에페에서 은메달을 따낸 권효경. 사진 대한장애인체육회

"꺄악!" 전광석화와 같은 찌르기로 득점할 때마다 권효경(23·홍성군청)의 기합소리가 울려퍼졌다. 권효경이 생애 첫 패럴림픽에서 은메달을 따냈다.

권효경은 7일(한국시간) 프랑스 파리 그랑팔레에서 열린 2024 파리 패럴림픽 휠체어펜싱 여자 개인전 에페(스포츠등급 A) 결승에서 중국의 천위앤둥(30)에게 6-15로 졌다. 앞서 열린 준결승에서 베레스 아마릴라(헝가리)를 15-13으로 물리쳤던 권효경은 은메달을 차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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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파리 패럴림픽 휠체어펜싱 여자 에페(카테고리A) 은메달을 따낸 권효경. 사진 대한장애인체육회

파리 패럴림픽을 앞두고 권효경이 결승까지 진출할 것이라는 예상은 많지 않았다. 뛰어난 잠재력을 지녔지만, 경험 많은 세계 최정상권 선수들에게는 다소 못 미친다는 평가가 많았다. 지난해 항저우장애인아시안게임에서도 에페 단체전에서만 동메달을 따냈고, 개인전 세 종목(사브르, 플뢰레, 에페)에서는 모두 5위에 머물렀다.

준결승에서는 침착함을 선보였다. 1피리어드 1-5로 끌려가면서도 당황하지 않았다. 2022년 9월 휠체어펜싱 월드컵에서 베레스를 꺾고 우승했던 기억을 소환하며 투지를 끌어올렸다. 결국 추격에 성공한 뒤 막판까지 1점 차 접전을 펼쳐 승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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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파리 패럴림픽 휠체어펜싱 여자 에페(카테고리A) 은메달을 따낸 권효경. 사진 대한장애인체육회

하지만 결승 상대가 너무 강했다. 천위앤둥은 지난해 이탈리아 세계선수권과 2022 항저우장애인아시안게임을 제패하고,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4관왕에 오른 중국의 에이스다. 유연하고 빠른 상체 움직임과 번개같은 칼놀림으로 권효경의 적극적인 공격을 무력화시켰다.

권효경은 공격적으로 맞섰다. 천위앤둥의 빈틈을 노렸다. 그러나 천위앤둥은 서두르지 않았다. 상체를 이리 저리 흔들고, 뒤로 젖히며 권효경의 공격을 피하다 역습했다. 경기 중반 권효경이 연속 득점을 올린 뒤 기합 소리로 경기장을 흔들었지만, 거기까지였다. 점수 차가 점점 벌어지면서 승패가 갈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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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파리 패럴림픽 휠체어펜싱 여자 에페(카테고리A) 은메달을 따낸 권효경. 사진 대한장애인체육회

권효경은 "상상도 못한 메달이어서 기분이 많이 좋다. 후회 없이 한 것 같다"고 했다. 밝은 얼굴의 그는 "지더라도 좀 홀가분하게 졌다는 마음으로 내려온 것 같다"고 말했다. 권효경은 "사브르나 플뢰레 성적이 사실 아쉬웠다. 그냥 메달을 생각하지 말고, 하고 싶은 대로 즐겁게 하자는 마음으로 했다"고 미소를 보였다.

권효경은 1996 애틀란타 대회 동메달(박태훈) 이후 28년 만에 패럴림픽에서 메달을 딴 한국 선수가 됐다. 권효경은 "(기록에 대해) 전혀 몰랐다. 제가 이런 기록을 내다니 광대가 올라갈 정도로 너무 기분이 좋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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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파리 패럴림픽 휠체어펜싱 여자 에페(카테고리A) 은메달을 따낸 권효경. 사진 대한장애인체육회

경기에선 포인트를 딸 때마다 고음을 내지르며 의지를 다졌다. 평소엔 내성적인 '집순이'지만 피스트에선 180도 달라진다. 권효경은 "사실 긴장을 풀기 위해 소리를 내는 경우도 있고, 상대방에게 기선 제압을 하려고 했던 의도도 있다. 오늘은 조금 더 일부러 크게 냈던 것 같다”고 말했다.

권효경은 생후 6개월 때 뇌병변 진단을 받았다. 증세가 심각하진 않지만, 신체 오른쪽에 마비가 있다. 그래서 초등학교 때 재활 치료를 겸해 육상을 시작했다. 화가가 장래희망이었던 권효경은 중학교 3학년 때 펜싱 칼을 잡으면서 새로운 꿈이 생겼다.

그러나 권효경은 왼쪽 손목에 작은 나비 타투를 새겨 넣으며 유연하고 가벼운 움직임을 칼끝에 담아내려 했다. 이날은 부상 때문에 손목에 테이핑을 했다. 권효경은 "금메달을 따고 싶어서 노란색 테이핑을 했는데 나비가 안 보인다. 다음에 꼭 보여드리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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