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집도 창고도 공유해요" 생계비 쥐어짜는 20대 혼삶족의 &a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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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성북구에 사는 김현아씨가 지난해 9월부터 이용하고 있는 공유창고. 김씨는 이곳에 취미 생활을 즐길 때 입는 의류 등을 맡겼다. 사진 김현아씨 제공

서울 성북구에 사는 김현아(25)씨는 지난해 9월부터 집 근처에 있는 ‘공유 창고’를 이용하고 있다. 자취하는 대학생이 많은 동네에 사는 김씨는 지인과 비용을 나눠 내고 공간을 빌려 취미 생활을 즐길 때 입는 의류 등을 맡긴다. 혼자 사는 집에 짐을 둘 수는 있지만, 너무 좁아져 생활할 수 없기 때문이다. 김씨는 “적정 온·습도를 갖춘 환경에서 옷을 보관할 수 있고 집 위생 상태에도 좋을 것 같아 결정했다”고 말했다.

29세 이하인 20대 1인 가구 대부분은 학업이나 취업을 위해 혼삶을 선택한 경우다. 대부분이 월세(63%) 방식의 오피스텔이나 다세대·연립, 고시원, 기숙사 등 원룸형 주거 형태에 거주하기 때문에 공간과 비용 절약 차원에서 이같은 ‘공유 창고’를 이용하는 것이다.

이들은 학생이거나 사회초년생으로 수입이 낮고 주거지 면적은 비교적 작지만, 자신만의 삶을 즐기는 경향이 뚜렷하다. 이 때문에 취미생활에 필요한 장비나 물품을 따로 창고 공간을 대여해 보관하는 경우도 늘고 있다. 일본 애니메이션을 좋아해 굿즈 등을 모으는 A씨는 “방이 (짐) 상자에 지배당해 공유 창고를 빌렸다”고 말했다. 20대 캠핑족은 부피가 큰 캠핑용품들을 지하철역 안 공공 사물함에 모아두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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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민 기자

여행이나 취미 등에 쓸 목돈을 마련하기 위해 고정 생계비를 쥐어짜는 ‘짠테크’를 하는 것이 젊은 혼삶족에게 중요한 생활 전략이다. 짠테크는 ‘짜다+재테크’의 합성어로, 절약해 종잣돈을 모으는 걸 뜻한다. 전라북도 전주에 있는 대학에 진학해 자취하는 대구 출신 대학생 최모(21)씨도 인근에서 같이 자취하는 학생들과 물티슈나 화장지 등 생필품을 대량 공동 구매해서 나눠 쓰고, 식비를 줄이기 위해 외식 대신 부모님이 보내주신 반찬으로만 식사하며 돈을 모은다. 최씨는 “부모님께 손 벌리지 않기 위해 허리띠를 졸라매고 매달 용돈 50만원 중 절반을 모으고 있다”고 말했다.

내 집 마련은 어렵지만 전·월세로 사는 집을 원하는 인테리어로 꾸미는 것 역시 20대 혼삶족 사이에서 볼 수 있는 경향이다. 지난해 통계청에 따르면, 29세 이하 인구의 주택 소유율은 6.4%로 모든 연령층 중 가장 낮았다. 직장인 이모(29)씨는 서울 서대문구에 매달 60만원을 내는 월셋집을 계약하면서 가전·가구를 사는 데는 약 500만원을 지출했다. 이씨는 “평일 점심은 무조건 구내식당에서 해결하며 모은 돈”이라며 “이왕 사는 거 내 집에서 오래 쓸 생각으로 좋은 것들로 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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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민 기자

혼자 사는 삶의 여러 제한점을 극복하기 위해 개인 공간은 따로 두면서 부엌·거실 등을 공유하는 새로운 형태의 ‘셰어하우스’도 젊은층 사이에서 인기다. 전‧월세 비용 부담을 줄일 수 있고, 비슷한 또래와 어울리며 외로움을 극복한다는 장점이 있다. 경북 포항이 고향인 직장인 김모(20대)씨는 서울 관악구 소재 셰어하우스에서 지내며 직장에 다니고 있다. 김씨는 “셰어하우스에 함께 사는 사람들 덕분에 외롭지 않게 상경 생활을 하고 있다”며“자취를 할 때보다 식비·관리비·주거비를 훨씬 아낄 수 있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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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민 기자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무조건 안 먹고 안 쓰며 돈을 모았던 기성세대의 절약과는 달리 청년층은 자신이 원하는 삶을 구축하기 위한 목적 있는 소비를 하려는 경향이 있다”며 “이는 개성·다양성을 추구하는 젊은 1인 세대의 대표적인 특성”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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