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서울 부동산 거래 60%는 갈아타기…"정책대출이 불씨 됐다"

본문

최근 서울 집값 상승세의 또 다른 배경으로 ‘갈아타기’ 수요가 지적된다. 문재인 정부 시절에는 다주택자들이 ‘갭투자(전세를 끼고 집을 사는 것)’를 통해 집값을 끌어올렸다. 하지만 최근에는 1주택자들이 집을 판 돈에 추가 대출을 받아 더 똘똘한 한 채로 옮겨 타면서 집값 상승을 주도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절반은 ‘집 판 돈’ 5억 이상

13일 중앙일보가 김도읍 국민의힘 의원실을 통해 국토교통부에게 제출받은 ‘서울 부동산 자금조달계획서’를 분석한 결과, 올해 상반기(1~6월) 자금조달계획서를 제출한 서울 부동산 거래의 59.87%는 기존 부동산을 처분한 대금으로 매수 자금을 마련했다. 원래 가지고 있던 집을 팔아 번 돈으로 새집을 사는데 보태는 이른바 갈아타기 비중이 전체 자금조달계획서 제출 거래 10건 중 6건에 달했다는 의미다.

17262047845548.jpg

정근영 디자이너

기존 부동산 처분 대금 규모도 상당했다. 집을 판 돈으로 새집을 샀다고 밝힌 거래 중 처분 대금이 5억원 이상인 것은 절반이 넘는 56.71%에 달했다. 처분 대금이 7억원(37.48%) 이상이거나 10억원 이상(19.94%)으로 초고액인 거래도 상당 비중을 차지했다. KB부동산 기준 지난달 아파트 중위가격이 서울 8억2333만원, 수도권 5억6833만원이다. 이를 고려하면 서울이나 수도권에서 가격이 중간 이상 되는 아파트를 팔고 갈아타기 한 거래가 상당히 많았다고 풀이할 수 있다.

가진 집을 팔아 매수 자금을 마련하는 것은 대출과 달리 정부 규제로 막기 힘들다. 대출과 소득만으로 매수 자금을 모두 감당할 수 없는 수십억원에 달하는 서울 고가 아파트들이 최근 가격 상승세를 주도하는 것은 결국 이런 갈아타기 거래가 있기에 가능했다. 서울 송파구 한 공인중개사는 "현재 서울에 집을 가지고 있고, 자기 자금이 10억원 이상이 있는 분이 적지 않다"며 "최근 잠실 아파트 가격이 20~30억원 수준까지 올랐지만, 이런 분들은 대출을 받아 충분히 매수가 가능하다”고 전했다.

17262047850979.jpg

정근영 디자이너

근저에는 대출 규제의 우회로 역할을 했던 각종 ‘정책 대출’이 있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정책 대출로 살 수 있는 서울 내 비교적 저렴한 지역의 아파트 매수가 먼저 늘었다. 그 지역 주택이 팔리자 원래 그곳에 살던 사람이 집을 판 대금에 ‘초영끌’ 대출을 보태 좀 더 집값이 비싼 상급지로 갈아타게 됐다. 하급지→중급지→상급지→초상급지 순으로 더 똘똘한 한채를 원하는 수요가 연쇄적으로 옮겨갔다는 의미다.

김남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주택도시보증공사(HUG)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1월 29일부터 7월 31일까지 나간 신생아특례대출은 모두 7조2252억원으로 이 중 전세를 제외한 구매자금은 5조4310억원이다. 특히 신청자의 46.5%는 수도권에 집을 산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 하반기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이 커진 것도 갈아타기 수요를 자극했다.

17262047855204.jpg

남산에서 바라본 서초구 일대 아파트. 연합뉴스

집값 70% 이상 대출, 집값 저렴한 지역에 몰려

자금조달계획서를 살펴보면 대출로 집을 샀다고 밝힌 거래 중 집값 대비 대출액이 70% 이상인 거래의 비중이 높은 곳은 금천구(16.67%)‧강북구(14.56%)‧관악구(13.82%)‧중랑구(13.75%)‧동대문구(11.8%)‧구로구(11.76%)‧강서구(10.62%)‧도봉구(10.43%)‧노원구(10.17%)로 비교적 집값이 저렴한 곳이었다.

현재 무주택자‧1주택자에게 적용되는 담보인정비율(LTV) 규제가 최대 70%이기 때문에 집값에 70% 이상을 대출로 빌리려면, 정책 대출을 활용했을 가능성이 높다. 결국 정책 자금이 이런 지역 아파트 매수를 늘렸고, 이렇게 팔린 주택 대금은 다른 상급지 매수의 종자돈으로 쓰였다는 의미다.

17262047860253.jpg

정근영 디자이너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정부가 대출 규제의 예외를 정책 대출로 허용하다 보니 무리하게 집을 산 사례가 늘었고, 그로 인해서 집값이 오르자 다른 지역으로 갈아타기 수요가 확산한 것”이라며 “정책 대출도 갚을 수 있는 능력만큼 빌려준다는 원칙을 지킬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0
로그인 후 추천을 하실 수 있습니다.
SNS
댓글목록 0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전체 40,357 건 - 1 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