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일 부산 해운대구의 한 일방통행로에서 차량이 인도로 돌진했다. 이 사고로 행인 2명이 숨졌다. 사진 독자, 연합뉴스

경찰이 부산시 해운대구에서 벤츠 승용차가 인도 위를 걷던 시민 2명을 치어 숨지게 한 사고에 대해 수사를 본격화하고 있다. 운전자를 현행범으로 체포해 조사한 경찰은 승용차 정밀 감식을 의뢰하는 한편 사고 순간 브레이크등이 켜져 있었던 점에 주목하고 있다.

부산 해운대경찰서는 13일 전날 해운대구 중동 해운대구청 인근에서 차를 몰던 중 인명 사고를 낸 혐의(교통사고처리 특례법 위반)로 중형차 운전자 A씨(70대)를 입건해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A씨는 지난 12일 오후 1시12분쯤 일방통행로인 이 길에서 차를 몰아 인도 위를 달리던 중 정차 중이던 트럭 뒤편을 들이받고, 뒤이어 행인 2명을 쳐 숨지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 사고로 70대 여성은 현장에서, 60대 남성은 병원으로 옮겨진 뒤 숨졌다. A씨 차는 이후 인근 가게로 돌진하며 충돌한 뒤 멈춰 섰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A씨를 현행범으로 체포했다. 사고 차량에 동승자는 없었으며, A씨는 특별한 부상은 없었지만, 한동안 진술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고 한다. 경찰은 사고 당시 A씨가 음주 상태가 아닌 것으로 파악했다. 간이 검사 결과에서는 특별한 약물 반응도 나오지 않았다고 한다. A씨는 변호사가 입회한 상태에서 조사받은 뒤 13일 0시 석방됐다.

지난 12일 부산 해운대구 중동의 한 도로에서 행인 2명이 인도 위를 달리던 차량에 들이받혀 숨지는 사고가 일어났다. 사진 부산경찰청

경찰 관계자는 “약물 등 정밀한 검사를 위해 A씨 소변과 혈액을 채취했다. 승용차도 임의제출 받았다”며 “자동차 결함을 포함해 사고 당시 속도, 브레이크 작동 여부 등을 파악하기 위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감정을 의뢰했다”고 밝혔다. A씨가 급발진을 주장한 것으로 알려진 것과 관련, 경찰은 “확인이 필요한 사안이어서 진술 내용은 구체적으로 공개할 수 없다”고 했다.

사고 순간은 현장 인근 폐쇄회로(CC)TV에 고스란히 기록됐다. 빠른 속도로 인도 위를 달리다가 트럭을 들이받은 뒤 행인을 치고, 인근 점포로 돌진하는 A씨 차 모습이 뒤쪽에서 촬영됐다. 이때 A씨 자동차 후미등이 켜져 있다.

지난 12일 오후 1시12분쯤 부산 해운대구 중동의 한 일방통행로에서 70대 남성이 모는 중형차가 인도 위를 달리던 중 행인 2명을 쳐 숨지게 하는 사고가 일어났다. 사고 차량은 현장 CCTV에 등장할 때부터 브레이크등이 켜져 있었던 것으로 분석됐다. 사진 부산경찰청

영상을 살펴본 류도정 한국폴리텍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A씨가 몰던 자동차는 화면에 나타나는 순간부터 브레이크등이 켜져 있다. 제동을 시도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류 교수는 이어 “다만 이 장면만으로는 A씨가 브레이크를 언제부터 밟은 것인지는 분명하지 않다. 인도를 달려 트럭과 행인을 들이받기까지 상당한 속도를 유지한 것으로 보인다. 이 자동차는 무거운 중형차이고, 브레이크를 밟았더라도 차 속도를 줄이거나 사고를 피할 수 있을 만큼의 제동력은 얻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