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주말에 분장하고 삐끼삐끼 춤 추라고?" 수원시 공무원 분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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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8월 26일 열린 제67회 수원특례시체육대회에서 참여자들이 댄스 퍼포먼스를 보이고 있다. 사진 수원 장안구청


퍼포먼스 분장을 하고 삐끼삐끼 춤까지 추라고?
‘수원특례시 체육대회’를 두고 수원시 공무원 노동조합 익명 게시판에 올라온 글이다. 이 행사에 수원시가 구청 각 부서 및 행정동에 참석 인원 할당을 주문하면서 나온 반발이다.

27일 수원시 등에 따르면 10월 12일 토요일 오전 10시 수원종합운동장에서 제68회 수원특례시 체육대회가 열린다. 10월 10일 수원시민의날을 즈음해서 생활·동호인 시합과 함께 시민 화합을 도모하잔 취지로 열리는 행사다. 매해 열리던 이 행사는 2020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3년간 열리지 않다가 지난해 재개됐다. 지난해 행사엔 2000여명이 참여했다.

올해 행사는 수원종합운동장 주경기장에서 열린다. 면적 3만7531㎡의 1만1808석 규모로, 지난해 장소인 수원실내체육관(면적 9381㎡, 좌석 수 4379석)보다 큰 규모다. 이런 가운데 수원 소재 한 구청에서 관리자급 공무원이 “(대회) 입장 퍼포먼스를 준비하고, 여직원들은 예쁘게 옷을 맞춰 입고 율동 하라”는 지시했다는 소문이 공무원들 사이에서 퍼졌다. 시(市) 차원에서 파악한 결과 해당 소문은 사실이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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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8월 수원특례시 체육대회 단체 기념사진. 코로나19로 인해 2019년 이후 3년 만에 열린 67회 대회엔 2000여명이 참여했다. 사진 수원시

이에 지난 25일부터 공무원 노조 게시판이 들끓기 시작했다. ‘춤추려고 공무원 된 거 아닙니다’라는 제목으로 글을 올린 한 공무원은 “체육대회 강제 차출도 좋지 않은데 춤까지 추라니요. 화합을 위한 대회로 이해하겠지만, 퍼포먼스 댄스 분장은 전혀 이해되지 않는다”라며 “‘삐끼삐끼’라는 춤을 춘다는 말도 있던데 이러려고 공무원이 됐나 싶다”고 했다.

게시판엔 또 “(대회) 참여할 사람 없다고 직원들(공무원)을 선수단에 넣는 건 괜찮은 건가요? 팔자에도 없는 체육대회 선수로 뛰게 됐다”는 등의 글이 올라왔다. 해당 글들엔 ‘요즘은 (주민자치회 등) 단체원들도 주말에 동원되는 행사 정말 싫어한다’라거나 ‘개돼지처럼 끌려가는 기분’ 등 댓글이 잇따랐다.

수원시 “체육대회 간소화…특별휴가 검토”

공무원들의 불만 표출이 계속되자 시는 공무원노조와 면담을 한 뒤 행사를 간소하게 치르겠다고 했다. 수원시 관계자는 “한 행정구에서 더 멋있게 입장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 퍼포먼스를 준비했다가 직원 반발이 있었다고 해서 구청장들과 이런(퍼포먼스 등) 것들을 지양하자는 회의를 가졌다”라며 “여러 행사로 공무원들이 주말을 쉬지 못하게 되면 행사 이후 1일씩 특별휴가를 주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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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1월 27일 오후 서울 중구 구민회관에서 열린 '국민 대통합 김장 행사'에서 자원봉사자들이 김치를 담그고 있다. 연합뉴스

공무원들의 비자발적 행사 동원은 앞서 여러 차례 논란이 된 바 있다. 지난해 11월엔 행정안전부가 고양 킨텍스에서 열린 ‘국민 대통합 김장 행사’에서 전국 지방공무원들을 강제 동원하려 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당시 대한민국공무원노동조합총연맹(공노총)은 “행안부가 226개 시군구에 공무원 동원령을 내리고 교통비도 지자체 부담으로 떠넘겼다”고 성명을 냈다. 최근 제주도는 ‘차 없는 거리 걷기’ 행사에 공무원들의 참석을 독려하는 공문을 부서 및 산하기관으로 보냈다가 도마에 올랐다.

이에 여러 지자체는 ‘보여주기식 행사’를 줄이고 공무원 참석 독려를 신중히 하고 있다. 경기 성남시의 경우 이날부터 열리는 제35회 경기도생활체육대축전 행사에서 가수 초청 공연 등으로 시민 참여를 유도할 계획을 세웠다. 박형규 국립한경대 공공정책대학원 객원교수는 “과거에는 공직자들이 주말에 동원되더라도 공직 사명감을 가지고 일했을 수 있겠지만, 요즘은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과 가정, 개인이란 가치가 보다 더 중요해진 만큼 행사 참여의 자율성을 보장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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