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흑백요리사 덕분, 11월까지 예약 꽉 찼다"…이 식당 즐거운 비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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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요리 예능’ 흥행 효과

넷플릭스 코리아의 첫 요리 서바이벌 프로그램 ‘흑백요리사:요리 계급 전쟁(이하 흑백요리사)’이 침체에 빠진 외식업계를 구원할 돌풍이 될 수 있을까. 지난 17일 1~4회, 24일 5~7회가 공개된 후 국내외에서 ‘흑백요리사’에 대한 반응이 뜨겁다. 넷플릭스 비영어 부문 TV시리즈 글로벌 1위를 차지했는가 하면 화제성 면에서도 단연 압도적이다. 화제성 분석 업체 굿데이터코퍼레이션 펀덱스(FUNdex)에서 발표된 9월 3주차 TV-OTT 통합 비드라마 화제성 조사에서 1위에 올랐는데, 이는 2024년 공개된 넷플릭스의 드라마를 포함한 오리지널 콘텐츠 중 가장 높은 화제성을 기록한 것이다.

잃을 것 많은 백수저 vs 겁 없는 흑수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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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 하나는 최고라고 평가받는 재야의 고수 ‘흑수저’ 셰프들과 대한민국 최고의 스타 셰프 ‘백수저’ 100인이 맞붙은 요리 전쟁으로 최근 화제를 모으고 있는 넷플릭스의 요리 서바이벌 프로그램 ‘흑백요리사: 요리 계급 전쟁’. [사진 넷플릭스]

네이버가 운영하는 오픈채팅 서비스 ‘오픈톡’ 1순위도 ‘흑백요리사’로 현재 누적방문자 수는 65만 명이 넘는다. 26일 목요일 새벽 2시가 넘은 시간에도 사람들의 메시지가 꾸준히 올라온다. 취향이 묻어나는 시청 후기는 물론 ‘근데 다들 낼 출근안하시나요 ㅋㅋㅋㅋㅋ’ ‘자야 하는데 넘 재미잇자 ’ ‘흑수저분들도 지역 내에서는 탑급이라 대단들 함 진짜’ ‘배고프다…이거 보니까’ ‘가고 싶은데 예약이’ ‘가보고 싶어여’ 등의 글이 눈에 띈다.

프로그램 내용은 단순하다. 맛 하나는 최고라고 평가 받는 재야의 고수 ‘흑수저’ 셰프들과 대한민국 최고의 스타 셰프인 ‘백수저’들이 치열하게 맞붙는 100인의 요리 계급 전쟁이다. 무림 고수들의 한판을 연상시키는 프로그램답게 출연진의 면면이 흥미진진하다. 우선 두 명의 심사위원으로 늘 화제를 몰고 다니는 외식 경영인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와 국내 유일의 미쉐린 3스타 셰프 안성재가 출연해 특유의 입담과 날카로운 평가로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다른 요리 프로그램이라면 심사위원을 하고도 남을 ‘백수저’에는 스타 셰프 최현석을 비롯해 중식 그랜드 마스터 여경래, 대한민국 최초 여성 중식 스타 셰프 정지선, ‘마스터 셰프 코리아2’ 우승자 최강록, ‘한식대첩2’ 우승자 이영숙, ‘2010 아이언 셰프’ 우승자 에드워드 리 등이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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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사위원인 백종원 대표와 안성재 셰프가 눈을 가린 채 음식을 평가하고 있다. [사진 넷플릭스]

파이널 라운드에 올라가야만 자신의 이름을 공개할 수 있는 ‘흑수저’ 셰프들은 닉네임 같은 키워드로 출연하고 있는데 여경래 셰프의 제자인 ‘중식 여신’을 비롯해 개성 있는 요리에 미친 ‘요리하는 돌아이’, 알리오 올리오 파스타 하나로 자신의 키워드를 증명한 ‘히든천재’, 맛깔 나는 손맛의 ‘장사천재 조사장’ ‘이모카세 1호’, 파인 다이닝의 진수를 보여준 ‘트리플 스타’ ‘원투쓰리’, 만화에서 영감을 받아 요리를 연구하는 ‘만찢남’, 기발한 아이디어의 ‘승우아빠’ 등이 강렬한 인상을 남기며 시청자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JTBC 예능 프로그램 ‘투유 프로젝트-슈가맨3’ ‘싱어게인’을 연출한 김학민 PD와 ‘싱어게인2’를 연출한 김은지 PD를 중심으로 한 제작진은 “잃을 것이 많은 백수저들과 두려울 것 없는 언더독 흑수저들의 갈등으로 쉽고도 분명한 서바이벌 구도를 만들고 싶었다”고 기획 의도를 설명했다. 특히 제작진은 ‘백수저’ 스타 셰프들의 출연에 많은 공을 들였다고 한다. “사실 경연에 나올 이유가 없는 분들인데 많은 스타 셰프들이 요즘처럼 외식업계가 불황인 때 자신이 뭐라도 해서 도움을 줄 수 있지 않을까, 새로운 붐업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으로 경연에 임했다. 유명 셰프들이 많이 참가해 판이 커질수록 한국 외식업계가 더 많은 주목을 받을 수 있고 전 세계적으로도 알려질 수 있다는 그분들의 생각에 제작진도 그만큼 더 많은 부담감과 책임감을 느꼈다.”

출연자 식당 도장 깨기 방문 등 붐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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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 하나는 최고라고 평가받는 재야의 고수 ‘흑수저’ 셰프들과 대한민국 최고의 스타 셰프 ‘백수저’ 100인이 맞붙은 요리 전쟁으로 최근 화제를 모으고 있는 넷플릭스의 요리 서바이벌 프로그램 ‘흑백요리사: 요리 계급 전쟁’. [사진 넷플릭스]

제작진과 스타 셰프들의 예측은 정확히 맞아 떨어졌다. 방송 직후부터 SNS에는 ‘흑백요리사 출연 셰프들의 식당 리스트’가 돌면서 우울한 외식업계의 새로운 돌파구로 주목받고 있다. 1라운드에서 이미 흑수저 셰프 80명 중 20명만 살아남았는데, 대부분의 식당 리스트에는 떨어진 60명 셰프들의 식당까지 모두 포함돼 있다. 식당 위치 뿐 아니라 “우리 한 집씩 도장깨기 어떨까요?” 등의 식당 방문 독려의 말과 함께 대표음식, 가격, 셰프들의 특기까지 꼼꼼하게 담은 리스트가 많다.

한식의 산업화·연구·미래인재 양성을 목표로 설립된 비영리 단체 ‘난로학원’의 최정윤 이사장은 “출연자들의 식당이 방송 이틀 만에 예약이 10·11월까지 꽉 차고, 인스타그램 계정 팔로우가 4000~5000명씩 늘었는가 하면 몇몇 셰프들은 광고 제안도 받고 있다”며 외식업계의 고무적인 분위기를 전했다. 실제로 서울 남영동에 있는 ‘남영탉’(키워드 ‘영탉’으로 출연)’ 앞은 오픈 전부터 이미 긴 줄이 섰고, 역시 남영동에 위치한 이자카야 ‘에다마메(키워드 ‘간귀’로 출연)’는 인스타그램에 ‘충분히 준비했다 생각했으나 너무 많은 손님들이 오셔서 재료 소진으로 조기 마감합니다’는 글과 사진을 올리면서 인기를 증명했다.

프로그램과 리스트가 화제로 떠오르자 지난 25일 네이버는 ‘흑백요리사’ 출연 셰프 식당 100여 곳의 목록을 네이버 지도에 공개했다. 네이버 지도 ‘저장’ 탭을 활용하면 원하는 대로 식당 목록을 만들어 공유할 수 있고, ‘예약’ 탭을 이용해 방문 전 예약도 가능하다.

서울의 유명 맛집인 ‘락희옥’의 김선희 대표는 “요즘 식자재 값이 너무 오르고, 얼어붙은 경제로 소비자들은 지갑을 닫아버려 외식업계가 잔뜩 움츠려 있는데 ‘흑백요리사’ 덕분에 모처럼 식당들이 활기를 띄고 있다”며 “대한민국 셰프들의 열정과 노력을 응원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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