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AI 쓰니 점검시간 90% 단축”…SK이노, AI 솔루션 사업화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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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가 맨눈으로 판독할 때보다 ‘인공지능(AI) 솔루션’을 활용하면 훨씬 빠르고 정확하게 검사 결과를 알 수 있습니다. 사람이 할 때 6~10분 걸리는 작업을 AI는 몇십초 만에 해냅니다.”
지난 24일 방문한 SK이노베이션의 울산 공장 SK 울산콤플렉스(CLX). 김기수 딥아이 대표는 열교환기 검사를 시연하며 이렇게 말했다. 김 대표가 소개한 AI 비파괴검사 자동 평가 솔루션은 SK이노베이션이 울산 소재 AI 기업인 딥아이와 협력해 세계 최초로 개발한 것으로, 연내 사업화를 추진 중이다. 김 대표가 솔루션을 실행하자 AI가 수십초 이내에 평가 결과를 화면에 띄워 결함 의심 구역을 한눈에 보여줬다. 정확도는 95% 이상이며, 기존 방식보다 검사 시간을 90% 이상 단축할 수 있다.
365일 가동되는 정유·석유화학 공정은 안전을 위해 주기적으로 기기의 결함을 점검하고, 엔지니어가 정비 여부를 판단한다. 대표적인 방법이 초음파를 이용해 결함을 찾는 비파괴검사로, 주로 열교환기 결함 검사에 사용한다. 기존엔 초음파 촬영 후 전문가가 눈으로 튜브의 균열, 부식, 마모 등을 확인했다면 이제 AI가 축적된 데이터를 활용해 결함을 찾아내고 있다.
튜브 수천 개로 구성된 열교환기는 SK 울산CLX에만 7000기, 울산 석유화학 산업단지 전체에는 약 3만기가 있다. SK이노베이션이 해당 솔루션을 자사 사업장에 적용하는 데 그치지 않고 사업화까지 나선 이유다. SK 울산CLX 관계자는 “국내 정유·석유화학산업뿐 아니라 동일 기술이 적용되는 배관, 보일러, 탱크, 자동차, 항공기 부품까지 시장을 확대할 계획”이라며 “해외 진출도 구상 중”이라고 말했다.
SK이노베이션은 60년 이상 정유·석유화학 플랜트에서 쌓은 운영 기술과 노하우에 AI, 디지털전환(DT) 기술을 더해 최적의 솔루션을 개발하고 사업화까지 나선다는 목표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최근 ‘2024 울산포럼’에서 언급한 “제조기업이 AI 상품을 파는 회사가 될 수 있다”는 구상을 현장에서 구현 중인 셈이다. 서관희 SK에너지 기술·설비본부장은 “SK 울산CLX는 국내 최초의 정유 공장에 이어 국내 최초 스마트플랜트 도입이라는 새로운 도전을 시작한 만큼 확실한 성과를 낼 것”이라고 말했다.
울산CLX에서는 자체 개발한 설비자산 관리 시스템 ‘오션허브’(OCEAN-H)를 올해 처음 사업화하는 데 성공했다. 오래된 정유·석유화학 설비의 데이터를 분석하고 운영·유지·보수를 돕는 시스템이다. 올해 울산지역에서 5개사를 고객으로 확보해 35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영업이익은 6억원으로 아직 적지만, SK는 AI 솔루션으로 돈을 벌기 시작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고 본다. SK 관계자는 “해외 업체가 개발한 솔루션은 업무 환경의 차이로 문제가 발생하는데, 오션허브는 이를 개선해 좋은 평가를 받았다”며 “발전, 철강, 배터리 분야에서도 도입하고 싶다며 문의가 이어진다”고 말했다.
이처럼 최근 울산 산업단지 등 제조업 현장에선 AI를 활용하려는 의지가 강하다. 특히 장인의 암묵지(암묵적 지식)를 AI로 데이터화해야 경쟁력을 가질 수 있겠다는 판단에서다. 포스코의 경우 향후 5년 내 고숙련 인력의 대규모 퇴직이 예상돼 기술전수를 위해 스마트공장 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다. 조업자의 경험과 직관에만 의존하지 않고 데이터를 정형화해 ‘고로 조업 자동제어’ 기술을 도입했다. 인력난을 외국인으로 해결하고 있는 HD한국조선해양은 소통 문제 해결을 위해 생성 AI 기반 ‘HD-GPT’로 조선업 현장 용어와 지역 방언을 모두 반영한 통·번역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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