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단독] "선거 판결 6∙3∙3 지켜라" 조희대 대법원장 특명 [사법부, 시간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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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정순(1년 3개월), 이규민(1년 4개월), 이상직(2년), 김선교(3년), 이은주(3년 7개월), 황운하(4년+α)….’ 

지난 21대 국회의원이 본인 또는 회계책임자의 선거범죄로 기소돼 하급심에서 당선무효형을 받고도 법원의 확정 선고가 늦어지면서 채운 임기다. 다른 범죄로 확대하면 최강욱(3년 4개월·업무방해), 윤미향(4년·업무상횡령), 하영제(4년·정치자금법), 윤관석·이성만·허종식(4년·정당법) 등 임기의 전부 또는 상당기간을 채운 의원은 20명을 넘었다. 정치인이 재판 지연을 이유로 일반인은 상상할 수조차 없는 ‘임기 특혜’를 받은 것이다.

“선거범 재판의 선고는 1심은 공소제기 후 6개월, 2심 및 3심은 전심 선고 후 각 3개월 (합계 1년) 이내에 반드시 해야 한다”고 규정한 공직선거법 270조(‘재판기간 강행규정’·이하 6·3·3법)를 법관들이 사실상 사문화 취급하기 때문이다. ‘6·3·3법’은 1994년 선거법 제정 때부터 존재했지만, 판사들은 “공판 기일 지정은 재판장 권한”(2002년 대법원 판례)이라며 강행 규정이 아닌 훈시 규정으로 무시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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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혁신당 황운하 원내대표(왼쪽)와 조국 당 대표가 지난 12일 부산 금정구 류제성 금정구청장 후보 선거사무소에서 열린 현장최고위원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그 결과 국회의원 등 선출직 공무원이 오랜 기간 피고인을 겸하며 유권자를 대표하는 일은 일상이 됐다. 당장 이목이 쏠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선거법 사건 1심 선고(11월 15일)만 봐도 2022년 9월 8일 기소 후 799일 만이다. 그간 “선거법을 준수하라”는 각종 비판에도 법정 처리 기간 6개월의 4배를 훌쩍 넘겼다. ‘청와대 울산시장 선거 개입 사건’으로 2020년 1월 기소된 황운하 조국혁신당 의원은 아직 2심(1심 징역 2년 6개월) 중으로 그 사이 21대 국회의원 임기 4년을 마치고 22대 의원이 됐다. 같은 사건 송철호 전 울산시장 역시 피고인 상태로 시장 임기를 마쳤다.

판사의 법 무시는 숫자로도 나타난다. 장동혁 국민의힘 의원이 법원행정처로부터 받은 최근 6년간 선거범 법정기간 초과 선고건수를 보면 1심은 2019년 872건 선고 중 112건(12.8%), 2020년 622건 중 12건(1.9%), 2021년 517건 중 197건(38.1%), 2022년 889건 선고 중 86건(9.6%), 2023년 1043건 중 340건(32.5%), 올 상반기엔 112건 중 과반인 59건(52.6%)이 법정 기간 6개월을 초과해 처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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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해 선거사건 선고 사건 가운데 법정 처리 기간 초과 사건 비율. 차준홍 기자

항소심 역시 3개월을 초과해 선고된 비율이 2019년 292건(48.3%), 2020년 76건(61.2%), 2021년 258건(63.7%), 2022년 91건(64.5%), 2023년 482건(76.7%), 올 상반기 104건(84.5%)이었다. 상고심은 2019년 41건(20.8%), 2020년 27건(34.1%), 2021년 73건(42.4%), 2022년 45건(50.5%), 2023년 25건(12.2%), 올 상반기 32건(28.0%)이 3개월을 초과했다.

하지만 조희대 대법원을 주축으로 이번 22대 총선 선거사범 재판부터 ‘6·3·3법을 지키자’는 사법부 내부 변화가 시작됐다. 22대 총선 선거사범에 대한 공소시효가 오는 10월 10일 만료됨에 따라 각 지역구 관할 1심 지방법원들의 본격적인 총선사범 재판을 앞두고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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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희대 대법원장. 사진공동취재단

지난해 12월 취임 때부터 재판 지연 해소를 최우선 과제로 꼽은 조희대 대법원장이 변화의 출발이라고 한다. 조 대법원장이 “선거법에 명문화된 6·3·3법을 법관이 훈시규정으로 해석하는 것은 잘못된 법 해석이다. 문언대로 ‘강행규정’으로 적용해야 한다”는 인식 아래 선거 사범 처리로 신속 재판 의지를 드러낼 시금석으로 삼으면서다.

법원행정처도 최근 22대 총선 선거 사범 공소시효 만료를 앞두고 전국 각급 법원에 “선거법 강행 규정을 지켜달라”는 권고문을 보냈다. 사무분담 조정을 통해 선거 전담 재판부가 선거 재판에 우선 집중할 수 있게끔 예시문까지 포함했다. 선거 전담 재판부에는 구속 기한이 6개월인 형사 구속 사건 등 시급히 처리해야 하는 다른 사건은 배당하지 말라고 당부했다. 선거 재판부에 추가 부담을 지우지 않겠다는 취지다.

아울러 선거 사범은 통상 합의부에 배당되는 만큼, 형사 단독 판사 3명을 합의부로 일시적으로 구성해 선거 사범 담당 합의부를 증설하는 방안도 권고됐다. 행정처 관계자는 “권고안을 자율적으로 적용하되 신속한 재판은 꼭 지켜달라고 강조했다”고 말했다.

2004년 마련된 대법원 ‘선거범죄사건의 신속 처리 등에 관한 예규’ 11조(기간 경과 사건의 처리 등)도 적극 적용할 방침이다. ‘당선 유·무효 관련 사건의 경우 접수 후 2개월이 경과한 때에 ‘기간 경과 선거범죄사건 카드’를 작성하고 그 후 매 1개월 경과할 때마다 추가로 작성한다’는 내용이다.

이렇게 작성된 카드는 즉시 법원장 또는 지원장에 사본으로 제출되고 이들은 이를 다시 법원행정처장에게 제출하게 된다. 일선 판사의 재판 지연을 사법부 최고위층에게 보고하도록 하는 일종의 압박 수단인데, 그간은 법원 내 공감대가 적어 제대로 지켜지진 않았다. 이에 행정처는 최근 각급 법원에 카드 작성 및 관리 필요성을 환기했다.

이 밖에도 행정처는 지난 9일 선거재판장 온라인 간담회를 열어 신속 재판을 위한 행정처의 의지와 각종 조치 사항을 공유하는 등 수시로 선거 재판 준비를 점검하고 있다. 또 검찰 기소 후 사건 기록에 대한 열람·복사가 장기화해 1회 공판기일 지정이 늦어지는 상황과 관련해 최근 검찰에도 열람·복사를 신속히 해달라는 협조 공문을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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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준홍 기자

조희대 대법원의 22대 총선사범 ‘6·3·3법 준수’ 움직임이 현재 사법부 재판 지연 흐름의 물꼬를 돌리는 변화를 이뤄낼지는 올해 연말부터 전국 1심 법원 선거재판부 재판 진행을 통해 알 수 있다.

30일 기준 검찰이 재판에 넘긴 22대 현역 의원은 민주당 김문수·양문석·정동영·정준호 의원이 있다. 이밖에 국민의힘 김형동·박덕흠·서일준·신성범·조지연 의원, 민주당 김현정·박균택·박용갑·송옥주·신영대·신정훈·안도걸·오세희·이병진·이상식·이언주·이정헌 의원, 조국혁신당 조국 의원, 무소속 김종민 의원 등 20여명이 검찰·경찰에서 수사를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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