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파리올림픽, 뉴욕타임스, 현대자동차 등 세계적 브랜드와 협업 작업을 펼치고 있는 페데리카 델 프로포스토는 일러스트레이터이자 건축가, 코믹 아티스트 그리고 비주얼 아티스트로 현재 로마에서 활동 중입니다. 이탈리아의 한 의료계 집안에서 태어났지만, 일찍부터 미술과 그림에 관심을 보였고, 로마 트레대학교에서 건축을 전공했죠. 재학 시절 자신의 블로그에 올린 자전적 만화가 주목을 받으며 만화가로서 정식 데뷔 제안을 받지만, 원하는 삶을 찾기 위해 프랑스 파리에서 새 삶을 계획합니다. 건축가로 취직해 파리에 머물던 그녀는 어떤 계기로 한 점의 자화상을 그리는데, 이를 시작으로 흑백 일러스트로 구성된 포트폴리오를 완성하고 일러스트레이터로서의 첫발을 내딛게 되죠.

원래 ‘엘르’ 프랑스를 위해 제작된 이 작품은 이번 전시를 위해 다시 한번 각색되었는데, 두 가지 버전 모두 즉흥적이며 밝고 신나는 에너지와 쾌할한 분위기, 그래픽 디자인과 만화 캐릭터적인 요소들을 담고 있다.

페데리카는 “대부분의 일러스트레이터와 달리 저는 건축을 전공했지만 독학으로 일러스트레이터가 된 케이스입니다. 물론 건축을 공부하면서 드로잉을 배우긴 했지만, 우리가 생각하는 ‘예술’이라는 개념의 드로잉은 아니었어요. 건축 드로잉은 기술적이고 굵기의 변화 없이 깔끔한 직선을 주로 사용합니다”라고 밝혔죠. 페데리카의 작품은 일러스트레이션·건축·만화라는 세 가지 시각 예술의 영향을 받았다는 점이 특징인데요. 팝아트, 테크니컬 아웃라인 드로잉, 스토리텔링 스킬을 결합하여 자신만의 독자적인 일러스트 스타일을 구축했죠. 선명하고 강렬한 선과 밝은 색상을 사용하는 이 스타일은 20년대 아르데코 스타일과 프랑스 랭 클레르 만화 스타일에서 많은 영감을 받았습니다.

매일매일 마주하는 익숙한 풍경들과 똑같은 사람들을 더 특별해 보이게 만드는 페데리카 델 프로포스토의 아시아 최초 개인전은 작가의 작업 스타일 변화와 소재를 기점으로 다섯 섹션으로 구성됐다.

페데리카는 작품 속 캐릭터뿐 아니라 배경도 생동감 있게 그리는 만화적 표현을 사용하는데요. 이런 표현은 건축과 인물 모두 이야기를 전하는 주체로 만들죠. 매일매일 마주하는 익숙한 풍경들과 똑같은 사람들을 더 특별해 보이게 만드는 전시 ‘페데리카: EXTRA + ORDINARY JOURNEY’가 서울 송파구 MUSEUM209에서 열립니다. 아시아 최초 개인전으로 작가의 작업 스타일 변화와 소재를 기점으로 다섯 섹션으로 구성됐죠.

건축가로 일하던 페데리카 델 프로포스토는 어떤 계기로 한 점의 자화상을 그리는데, 이를 시작으로 흑백 일러스트로 구성된 포트폴리오를 완성, 일러스트레이터로서의 첫발을 내딛게 된다.

첫 번째 섹션에는 새로운 시작의 상징인 ‘봄’을 담은 작품들과 작가의 초기작이 전시돼 작가의 작품 스타일이 어떻게 변해가는지 살펴볼 수 있어요. 건축가에서 일러스트레이터로 직업의 타이틀은 바뀌었지만 건축가라는 백그라운드에서 기인한 ‘일정한 굵기의 선’은 여전히 작가의 작품 스타일을 규정하는 결정적 요소 중 하나로 남아있습니다. 페데리카에게 테크니컬 드로잉의 ‘깔끔한 선’은 익숙함을, 일러스트에 ‘본질을 더하는 색’은 새로움을 상징해요.

두 번째 섹션으로 넘어가면 작가가 마주한 일상 속 특별한 장면들을 담은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죠. 로마에서 파리로 파리에서 밀라노로 그리고 다시 로마로, 주로 도시에서 생활했던 작가의 눈에는 어느 순간 어느 곳을 봐도 항상 ‘달리는 사람들’이 존재했다고 해요. ‘분주한 도시의 사람들’과 ‘뛰어놀던 어린 시절’의 기억이 하나로 엮여 ‘달리는 사람들’이라는 유쾌한 캐릭터가 만들어집니다. 여러 캐릭터로 구성된 ‘달리는 사람들’ 시리즈의 인물들은 작가의 작품에 자주 등장하며 이야기에 활력을 가미하는 역할을 하죠.

‘생 마르탱 마을’ 시리즈 중 유일하게 질감이 있는 종이에 그려진 ‘생 마르탱 운하’. 연필의 강렬한 효과가 돋보이는 작품을 만들고자 한 작가의 의도가 반영됐다.

살아가다 보면 원하든 원하지 않든 잠시 멈추어야 하는 순간들이 있죠. 바쁜 일상에서 잠시 벗어나 숨을 고를 때, 비로소 새로운 것들을 발견할 여력을 갖게 됩니다. 섹션 3에서는 부상으로 잠시 활동을 멈추어야 했던 페데리카가 연구했던 실험적인 기법과 그렇게 완성된 새로운 스타일의 작품들을 만나볼 수 있습니다.

페데리카의 작품에는 종종 어린 시절 부모님과 함께한 추억, 즐겨 듣던 노래, 취미 등이 반영되어 이야기를 더욱 풍성하고 따뜻하게 만드는 역할을 하는데요. 또 취향이 세분화되고 취미가 전문화되면서 좋아서 시작한 일이 직업이 되는 사례들도 심심치 않게 보입니다. 바로 페데리카처럼 말이죠. 건축을 전공하던 대학 시절 취미로 그렸던 만화가 지금 그녀의 커리어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게 될지 당시 그녀는 미처 알지 못했습니다. 섹션 4의 작품들을 통해서는 페데리카의 삶을 풍요롭게 해주는 여가와 그것이 작품에 미친 영향을 살펴볼 수 있어요.

이탈리아 밀라노에 거주할 당시 코모 호수에 대한 기억에서 영감을 받아 호수 위 선상 점심 식사 장면을 담은 작품 ‘런치타임들’.

마지막 섹션 5에서는 페데리카의 고향 로마에서부터 파리·밀라노·뉴욕 등 여러 도시를 포함해 서울까지 담은 작품을 만나 볼 수 있습니다. 점점 더 풍부해지는 작가의 컬러 팔레트와 그러데이션의 활용, 기하학적 패턴들을 통해 서로 다른 장소에서 펼쳐지는 각기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를 감상하며, 새로운 공간에서 만나는 뜻밖의 익숙함을 찾아보세요. 관람을 마치고 나서는 길, 특별히 공개한 잠실 롯데월드타워를 그린 작품도 놓치지 마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