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9년 촬영된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의 모습. AFP=연합뉴스

보리스 존슨 전 영국 총리가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이 서거하기 전 뼈암을 앓고 있었다"고 폭로했다. 왕실과의 암묵적인 규약을 깨고 비밀에 부쳐져 있었던 여왕의 사인을 처음으로 언급한 것이다.

1일(현지시간) CNN 등 외신 보도에 따르면 존슨 전 총리는 오는 10일 출간 예정인 회고록에서 이같은 사실을 밝혔다.

영국 매체 데일리 메일은 존슨 전 총리의 회고록을 요약해 보도했다. 회고록에는 여왕의 마지막 날들이 기록돼있다.

보리스 존슨 전 영국 총리. AP=연합뉴스

2019년부터 2022년까지 총리를 역임하다가 여왕 사망 불과 이틀 전 사임한 존슨 전 총리는 퇴임 당시 관례적으로 여왕이 머무는 스코틀랜드의 발모랄성을 방문한 당시를 떠올렸다. 그는 “도착하자마자 여왕의 개인 비서가 여름 동안 여왕의 건강 상태가 크게 악화됐다고 말했다”고 회고했다.

존슨 전 총리는 “나는 그녀가 뼈암에 걸렸다는 사실을 1년 이상 알고 있었다”라며 “의사들은 여왕이 언제든 급격한 쇠퇴에 빠질 수 있다고 걱정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여왕은 창백하고 더 구부정한 것 같았다”라며 “손과 손목에는 짙은 멍이 있었는데, 아마도 주사나 약물 투입 때문이었을 것”이라고 전했다.

다만 “그러나 여왕의 마음은 질병으로 인해 전혀 손상되지 않았다”라며 “대화하는 도중 여왕은 분위기를 바꾸는 아름답고 위대하고 하얀 미소를 보였다. 영국의 좋은 점을 의인화할 수 있는 친절하고 현명한 사람이 필요한데, 여왕은 그 일을 훌륭하게 해냈다”고 덧붙였다.

엘리자베스 2세의 사인이 공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간 여왕이 어떻게 세상을 떠났는지에 대한 추측이 무성했지만 사인이 정확히 밝혀진 적은 없었는데, 이번에 처음, 그것도 전직 고위 정부 관리에 의해 언급된 것이다. 여왕의 사망진단서에 적힌 사인은 ‘노화’였다.

버킹엄궁은 존슨 전 총리가 회고록에서 주장한 내용의 사실 여부에 대해 언급하지 않고 있다. 버킹엄궁은 왕실을 다룬 책에 대해 언급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갖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