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가을 맹활약하고 있는 KT 멜 로하스 주니어와 웨스 벤자민, 윌리엄 쿠에바스(왼쪽부터). 사진 KT 위즈

프로야구 KT 위즈가 장수 외국인 트리오의 만점 활약을 앞세워 마법 같은 포스트시즌을 치르고 있다. KBO리그 최초의 5위 결정전과 와일드카드 결정전 1~2차전에서 모두 외국인선수들이 독보적인 존재감을 발휘하면서 이변을 일으켰다.

KT는 3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와일드카드 결정 2차전에서 두산 베어스를 1-0으로 물리치고 준플레이오프 진출을 확정했다. 선발투수로 나온 웨스 벤자민(31·미국)이 7이닝을 3피안타 6탈삼진 무실점으로 틀어막으면서 와일드카드 결정전 역사상 처음으로 5위팀이 4위팀을 꺾는 파란을 연출했다. 2015년 도입된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선 지난해까지 모두 1승의 이점을 가진 4위팀이 다음 시리즈로 올라갔다.

이로써 KT는 지난 1일 SSG 랜더스와의 5위 결정전(4-3 승)과 2일 와일드카드 결정 1차전(4-0 승) 그리고 이날 2차전까지 ‘사실상’ 가을야구 3연승을 달리며 준플레이오프행 티켓을 따냈다. 올 시즌 3위를 기록한 LG 트윈스가 기다리는 준플레이오프 1차전은 5일 잠실구장에서 열린다.

가을야구에서 마법을 부리고 있는 KT의 힘은 장수 외국인선수들에게서 나온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주인공은 외야수 멜 로하스 주니어(34·미국)와 투수 윌리엄 쿠에바스(34·베네수엘라) 그리고 벤자민이다.

2017년부터 2020년까지 활약하다가 잠시 헤어진 뒤 올 시즌 복귀한 로하스는 2020년 47홈런으로 MVP를 수상했을 때의 저력을 그대로 발휘하고 있다. 5위 결정전에선 1-3으로 뒤진 8회 역전 3점홈런을 터뜨려 포스트시즌 진출을 이끌었고, 이날 경기에선 6회 결승 득점을 올렸다. 2019년부터 동행하고 있는 쿠에바스는 두산과의 1차전에서 6이닝 무실점으로 호투해 2차전까지 올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

화룡점정은 3년째 함께하고 있는 벤자민이 찍었다. 이날 7이닝 동안 88구를 던지며 3피안타 무4사구 6탈삼진 무실점으로 역투했다. 최고시속 150㎞의 직구(22개)와 130㎞ 안팎의 슬라이더(39개), 140㎞대 커터(17개)를 효과적으로 섞어 던져 두산 타선을 봉쇄했다. 특히 스트라이크존 구석구석을 찌르는 슬라이더 앞에서 두산 타자들은 속절없이 방망이를 헛돌렸다.

(서울=뉴스1) 오대일 기자 = 3일 오후 서울 송파구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2024 신한 SOL 뱅크 KBO리그' KT 위즈와 두산 베어스의 포스트시즌 와일드카드 결정전 2차전, KT 선발투수 벤자민이 1-0으로 앞선 6회말 두산 공격을 무실점으로 막아낸 후 포효하고 있다. 2024.10.3/뉴스1

그렇다고 이들이 실력만 뛰어난 것은 아니다. 셋 모두 국내선수들과 절친하게 지내는 것으로 유명하다. 2021년 일본프로야구(NPB)로 떠났던 로하스가 올 시즌 복귀하자 KT 코칭스태프와 선수단은 “MVP 노학수(로하스의 이름을 한글로 푼 별명)가 돌아왔다”며 격하게 반겼다.

쿠에바스와 벤자민도 붙임성만큼은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다. 쿠에바스가 지난해 오른쪽 팔꿈치 부상으로 중도 하차하자 동료들은 눈물로 이별을 아쉬워했다. 2021년 KT와 계약한 벤자민은 선수들과 빨리 친해지기 위해 한국어부터 배웠다. 이제는 기본적인 문장은 유창하게 할 정도가 됐다. 경기 후 만난 KT 이강철 감독은 “외국인선수들이 100% 이상의 활약을 보여줬다. 모두가 중요한 승부처에서 승부사 기질을 발휘했다. 이들이 있어 와일드카드 결정전 최초의 업셋을 이뤄냈다”며 활짝 웃었다.

패하면 탈락인 운명의 2차전은 5회까지 팽팽하게 전개되다가 6회부터 KT로 흐름이 넘어갔다. 선두타자 로하스가 왼쪽 파울라인 옆으로 흐르는 2루타를 터뜨려 포문을 열었다. 이어 장성우의 우익수 뜬공 때 로하스는 3루까지 갔고, 강백호가 내야를 빠져나가는 좌전 적시타를 때려내 선취점을 뽑았다. 승기를 잡은 KT는 8회 고영표를 올려 1이닝을 깔끔하게 처리했다. 9회는 마무리 박영현이 무실점으로 막아 승리를 확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