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트럼프 당선 땐 뒤집힐 가능성 있지만…일단 유리한 기준 선점 [미 대선 전 방위비 협상 타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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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 경기 평택시 팽성읍 주한미군기지 캠프 험프리스에 헬기가 계류돼 있다. 뉴스1

한국이 부담하는 주한미군 주둔 비용을 정하는 12차 한·미 방위비분담특별협정(SMA) 협상은 속도전으로 이뤄졌다. 지난 4월 첫 회의를 시작한지 163일째인 2일 타결됐다. 이른바 ‘트럼프 리스크’를 의식한 결과이지만, 협정이 발효된다고 해도 차기 행정부에서 이를 뒤집을 가능성은 여전하다. 다만 그런 경우에도 새 협상의 기준점은 이날 타결된 12차 SMA가 된다는 점에서 상대적 이점을 확보한 측면은 있다는 분석이다.

이태우 한·미 방위비분담 협상대표와 린다 스펙트 미 국무부 정치군사국 선임보좌관을 수석대표로 하는 양국 협상단은 8차례에 걸쳐 집중적인 협의를 진행했다. 협상의 밀도도 높았지만, 지금의 11차 협정이 2025년까지 유효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협상 개시 시점이 이례적으로 빨랐다.

이를 두고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선될 경우 한국의 방위비 분담금 대폭 증액을 요구할 것이라는 관측과 무관치 않다는 해석이 나왔다. 실제 재임시 방위비 문제로 한국을 무리하게 압박했던 트럼프는 최근에도 한국을 “부자 나라”로 부르고, “한국이 수십억 달러를 지불하기로 동의했는데, 제가 떠난 지금은 아마 거의 지불하지 않을 것”(4월 타임 인터뷰)이라며 사실관계에 맞지 않는 주장을 계속하고 있다.

이와 관련, 한·미는 12차 SMA를 타결하며 협정 기간을 5년으로 합의했다. 12차 SMA가 발효된다면 2026년부터 2030년까지 유효하다. 이론적으로는 미 차기 행정부 임기 4년 중(2025~2028년)에는 추가적인 협상 수요가 없는 셈이다.

다만 국회의 비준동의가 필요한 한국과 달리 미국에서 SMA는 행정 협정으로 간주된다. 이를 변경하는 것이 행정적으로 까다롭고 감수해야 할 외교·정치적 부담도 있지만, 대통령이 일방적으로 파기하는 것이 불가능하지는 않다는 뜻이다. 미 대선을 앞두고 속전속결로 타결한 이번 SMA가 ‘트럼프 방탄(Trump proof)’은 아니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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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준홍 기자

그럼에도 12차 SMA에서 연간 상승률을 기존의 국방비 증가율에서 소비자물가지수 증가율에 연동하는 것으로 바꾸는 등 한국 측 부담을 줄이는 방향으로 타결을 이뤄낸 의미는 작지 않다. 만에 하나 미 차기 행정부에서 새로운 방위비 분담금 협상을 하게 되더라도 기준이 되는 시작점은 11차 SMA가 아니라 12차 SMA가 되기 때문이다.

연평균 증가율만 보더라도 11차 SMA의 기준을 적용하면 6.2%인데, 12차 SMA를 기준으로 하면 보수적으로 전망해도 3%를 넘지 않는다. 12차 SMA에서는 11차 때는 없었던 연간 상승률 상한선(5%)도 설정했다. 외교적 협상에서 선례가 갖는 영향력을 고려할 때 11차 SMA의 기준을 그대로 유지하는 것보다는 상대적으로 유리한 출발선을 그은 것으로 볼 여지가 있다는 분석이다.

박원곤 이화여대 교수는 “미 의회나 미국 내 여론이 비용 분담에 매우 민감하게 반응하는 상황에서 11차보다 좋은 조건에 합의한 것은 상당한 성과로 평가할 수 있다”며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돼 다시 협상을 할 경우에도 우리 측에서 내놓을 수 있는 확실한 근거를 마련했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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