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국내 첫 컨테이너 부두, 46년 만에 역사 뒤안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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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최초의 컨테이너 부두인 ‘부산항 북항 자성대부두’가 46년 만에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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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테이너 야간 선적 작업이 한창인 부산 자성대부두. 사진은 2001년 모습. 중앙포토

1978년 문 연 ‘첫 컨테이너 전용 부두’

6일 부산항만공사에 따르면 1978년 9월 개장한 자성대부두가 46년 만인 올해 말 부두 운영을 종료한다. 부산항 북항 재개발 2단계 부지에 자성대부두가 포함, 이 땅을 비워줘야 하기 때문이다.

국내 첫 컨테이너 전용 부두로 문을 연 자성대부두는 우리나라 수출 역사의 산증인이다. 개장 13년 만인 1991년 컨테이너 누적 처리량 1000만TEU(1TEU는 20피트 컨테이너 1개)를 달성했고, 1997년에는 단일 터미널로는 세계에서 6번째로 2000만TEU를 처리하는 성과를 올렸다. 이후에도 물량이 꾸준해 2020년 말에는 누적 4000만TEU의 처리 실적을 기록했다.

자성대부두는 개장 당시 5만t급 컨테이너 선박이 접안할 수 있는 선석(船席) 2개뿐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증축을 거쳐 1447m 길의 부두에 5만t급 4척과 1만t급 1척을 댈 수 있는 선석 5개를 갖췄다. 전체 부지(62만4000㎡) 중 컨테이너 야적장(CY·33만5000㎡)에는 연간 172만2000TEU를 하역할 수 있다.

국내 첫 ‘항만 대이동’

자성대부두가 사라지긴 하지만, 그 기능까지 사라지는 건 아니다. 북항 컨테이너부두 기능 재배치 계획에 따라 부산항 신감만부두와 감만부두 1번 선석으로 기존 하역 장비와 인력 등 부두 기능을 옮긴다. 이는 우리나라 항만 역사상 처음으로 시도되는 ‘항만 대이동’이다. 관련 작업은 지난 7월 신감만부두 게이트를 열고 야적장 장비를 이전하면서 이미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자성대부두 운영사인 ‘한국허치슨터미널’은 지난달 초 처음으로 신감만부두에 선박을 접안, 현재는 자성대부두와 신감만부두 2곳에서 동시에 화물을 처리하고 있다. 고객인 선사에 대한 서비스를 유지하면서, 대규모 하역 장비를 이전하기 위해서다. 조만간 자성대부두에 설치된 대형 하역장비인 안벽 크레인 6기를 해체, 연말까지 해상으로 운송해 재조립하고 시운전을 거치면 항만 대이동 작업은 마무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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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항 자성대부두. 사진은 2001년 모습. 중앙포토

하지만 안벽 크레인은 무게 35t, 높이 65m에 달할 정도로 커, 이를 해체하고 옮기는 게 쉬운 작업이 아니다. 초속 10m가 넘는 바람만 불어도 작업을 할 수 없는 등 변수가 많아 실제 일정은 유동적이라고 한다.

시민에게 돌아가는 자성대부두

항만 대이동을 마치고 빈 땅이 된 자성대부두는 부산항 북항 2단계 재개발 부지로 활용된다. 부산항만공사는 이전 작업이 마무리되면 부산항대교 바깥쪽 해상 구간은 컨테이너 부두 기능을 유지하고, 부산항대교 안쪽의 해상과 육상 구간은 재개발 사업을 통해 시민을 위한 공간으로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다만, 북항 재개발 사업 추진 상황을 고려해 당분간은 자성대부두 육상 구간도 항만 기능을 유지하면서 화물차 주차장이나 부산항 신항 장비의 제작장 등으로 활용할 방침이다. 부산항만공사 관계자는 “부산항 북항을 시민에게 돌려주는 항만 재개발 계획에 따라 자성대부두의 운영을 중단하지만 새로 옮겨 갈 신감만부두 등에서 그 역할을 이어갈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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