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13년만의 10월 첫 단풍…따뜻한 가을에 단풍 절정은 더 지각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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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설악산 중청대피소 주변에서 촬영한 단풍의 모습. 기상청

10월이 되면서 완연한 가을에 접어들었지만, 아직 가을 정취를 제대로 느끼기는 어렵다. 올해 유난히 물들지 않고 있는 단풍 때문이다.

기상청은 올해 설악산의 첫 단풍이 4일에 시작됐다고 발표했다. 지난해보다는 4일 늦었고, 평년(9월 28일)과 비교하면 6일이나 지각했다. 기상청은 산 전체가 정상에서부터 20%가량 물들었을 때를 단풍의 시작으로 본다. 고도가 높고 기온이 낮은 강원 설악산부터 단풍이 물들기 시작해 점차 남쪽으로 내려온다.

설악산 10월 지각 단풍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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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설악산 중청대피소 주변에서 촬영한 단풍의 모습. 기상청 제공

보통 9월 말부터 단풍이 물들기 시작하지만, 올가을에는 그 속도가 예년보다 더디다. 기상청은 전국 21개 주요 유명산의 단풍을 관측하는데 6일 기준으로 설악산을 제외하고는 단풍이 시작된 산이 한 곳도 없다. SNS에는 “단풍 없는 단풍놀이였다” “10월에 단풍이 없는 게 말이 되냐”는 반응이 나왔다.

설악산의 경우에도 10월에 첫 단풍이 시작된 건 2011년 10월 4일 이후 13년 만이다. 2000년대 이후로는 다섯 번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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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근영 디자이너

이렇게 단풍의 시작이 늦어진 건 9월 기온이 여름철 수준으로 높게 유지되면서 가을의 시작이 지연된 탓이다. 설악산의 9월 평균 기온은 14.2도로 평년(11.1도)보다 3도 이상 높았고, 아침 기온 역시 예년보다 포근했다. 기상청은 “설악산 관측지점의 9월 일평균 최저기온이 11.6도로 작년(10.4도)보다 높아 단풍이 평년보다 늦게 시작됐다”고 설명했다.

10월 중순까지 따뜻한 가을 “단풍 절정 시기도 지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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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9일 강원 속초시 설악산국립공원 중청 탐방로 일원에 단풍이 서서히 물들고 있다. 연합뉴스

단풍의 절정 시기는 더 늦어질 수 있다. 10월에도 높은 기온 추세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기상청은 중기 예보에서 16일까지 전국의 기온이 평년보다 높을 것으로 예측했다. 서울 역시 일교차는 10도 안팎으로 크겠지만, 한낮에는 23~25도로 비교적 포근할 전망이다.

단풍 절정(단풍이 80%가량 물들었을 때)은 일반적으로 단풍이 시작되고 약 20일 뒤에 나타난다. 설악산의 단풍 절정은 지난해에는 10월 23일, 평년의 경우는 10월 17일이었다. 기상 전문가들은 이런 고온 추세가 계속해서 꺾이지 않을 경우 단풍이 완전히 물드는 시기도 지연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민간기상업체인 케이웨더의 반기성 예보센터장은 “10월에도 북쪽의 찬 공기가 잘 내려오지 않으면서 11월 초까지는 평년보다 기온이 높을 것으로 본다”며 “단풍 절정 시기도 당초 예상한 것보다 더 늦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기후변화로 고장 난 나무 시계 “푸른 낙엽 볼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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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오후 제주시 이도이동의 한 벚꽃나무에 봄꽃인 벚꽃이 불시 개화해 시선을 끌고 있다. 뉴스1

지각 단풍은 올해만의 일은 아니다. 기후변화의 영향으로 여름이 길어지면서 단풍의 시작 시기도 점점 늦춰지고 있다. 케이웨더가 최근 5년간 첫 단풍 시기를 분석한 결과, 1990년대에 비해 지리산은 11일, 오대산은 6일 늦어졌다. 단풍 절정 시기 역시 지리산은 8일, 팔공산은 6일 지연됐다.

문제는 기후변화가 단풍의 시작 시기를 늦출 뿐 아니라 나무의 생장 시계까지 고장 내고 있다는 것이다. 여름에서 가을로 넘어가면서 기온이 내려가고 일조량이 줄어들면 나무는 겨울을 날 준비를 한다. 광합성을 멈추면서 잎의 색이 변하기 시작한다. 이렇게 단풍이 물들고 이어서 낙엽이 돼 떨어진다. 하지만, 온난화로 인해 기온과 일조량의 균형이 깨지면 이런 나무의 생장 과정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다.

기상학자들은 올가을처럼 고온 추세가 이어지다가 기온이 급격히 하강할 경우 잎이 제대로 물들지 못한 채로 떨어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정수종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는 “가을이 되면서 광량은 줄어들고 있는데 생태계가 기억하는 기온과 지금의 기온이 너무 다르다 보니 나무가 제 기능을 못 하고 푸르른 잎을 떨어트릴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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