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정부가 대신 갚아준 서민금융 대출, 올해만 1조 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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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랑에 몰리는 서민
정부가 정책서민금융상품의 대출을 대신 갚아준 금액이 올해 8월까지 1조원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대출받은 사람이 돈을 갚지 못해 이를 정부·기관이 대신 부담하는 대위변제율은 역대 최고 수준으로 치솟았다.
6일 이강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서민금융진흥원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8월 말 기준 정책서민금융 상품의 대위변제액은 총 1조551억원으로 집계됐다. 고금리가 이어지는 데다, 부진한 내수에 상환이 어려워진 서민이 그만큼 늘었다는 의미다.
최저신용자를 지원하는 서민정책금융상품 ‘햇살론 15’의 1~8월 대위변제액은 3591억원으로, 대위변제율은 25.3%에 달했다. 1000만원을 대출해줬다면 253만원은 돌려받지 못했다는 의미다. 해당 상품의 대위변제율은 2020년 5.5%에서 꾸준히 증가해 지난해 21.3%까지 치솟았는데 올해는 이보다 더 높아지면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근로자햇살론과 햇살론뱅크의 대위변제액도 8월 말 기준 각각 3398억원, 2453억원으로 집계됐다. 근로자햇살론은 근로소득자가 이용할 수 있고, 햇살론뱅크는 저신용자 중에서도 상대적으로 상환 능력이 양호한 경우를 대상으로 하는 상품이다. 그런데도 돈을 갚지 못한 경우가 늘었다. 햇살론뱅크의 대위변제율은 지난해 8.4%에서 올해 8월 14.6%로 약 2배로 늘었다. 2022년 대위변제율(1.1%)과 비교하면 10배 넘게 증가했다.
이 외에 만34세 이하 청년층을 대상으로 하는 햇살론 유스, 신용평점 하위 10%에게 대출을 내주는 최저신용자 특례보증 모두 대위변제율이 역대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3월 도입한 소액생계비대출의 연체율도 지난해 말보다 2배 이상 뛰었다. 소액생계비 대출은 최대 100만원을 당일 대출해주는 서민의 급전 창구다. 지난해 말 11.7%였던 연체율은 지난 8월 26.9%까지 높아졌다. 1인당 100만원 이하 소액 대출조차도 회수하기 어려울 정도로 서민 상환 능력에 문제가 커졌다는 풀이가 나온다.
서민의 상환 능력과 관련한 지표엔 줄줄이 경고등이 켜진 상황이다. 카드론·현금서비스 등 카드 대출 규모는 역대 최대 수준으로 치솟았다. 빚을 갚지 못한 차주들의 채무조정 신청 건수도 늘어나는 추세다. 결국 제도권 은행은 물론 정책서민대출마저 갚지 못한 이들이 불법 사금융으로 내몰릴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이 의원은 “맞춤형 채무 조정 정책을 보다 구체화하는 동시에 효과적인 서민 경제 부양책을 활성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돈을 빌리고 갚지 않는 것을 정부가 메워주다 보니 도덕적 해이를 야기한다는 지적도 함께 나온다. 정부는 최근 서민 차주의 상환 능력이 크게 떨어졌다고 보고 한시적 상환 유예나 10년 분할 상환 등을 도입했다. 소액 취약 채무자에 대한 채무 면제 등 정책도 새로 내놓으면서 돈을 안 갚아도 되는 여건을 조장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커졌다.
김진홍 금융위원회 금융소비자국장은 “소득이 늘지 못해 장기 연체에 빠질 가능성이 높은 사람들을 겨냥해 선제적으로 빚을 줄여주려 한다”며 “도덕적 해이 논란이 일지 않도록 신용회복위원회가 지원 심사는 엄격하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노민선 중소벤처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서민정책대출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게 자영업자다. 쌓인 빚을 갚으려면 매출이 급증해야 하는데 어려운 일”이라며 “빚을 갚으려고 노력했다는 것을 전제로 채무를 줄여줘야 자영업 구조개선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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