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HBM 선두 하이닉스 “생산효율도 8.8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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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 술렁이게 만든 숫자

지난달 25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산타클라라 컨벤션센터. 한장의 슬라이드가 공개되자 회의장을 가득 메운 반도체 업계 관계자가 웅성거렸다. SK하이닉스가 자사 고대역폭메모리(HBM)와 관련해 중요한 정보를 공개했기 때문이다. ‘TAT 8.8대 1.’

반도체 업계에서는 실리콘 웨이퍼(반도체 원판)를 투입해 공정을 거쳐 완성된 칩 모양으로 나올 때까지의 소요시간을 TAT(Turn Around Time)라고 한다. 업계에서는 HBM의 TAT를 통상 3~4개월로 본다. D램을 쌓아 만든 칩인 HBM을 만드는 방식에는 크게 두 가지가 있는데 ‘메모리 빅3’ 중 삼성전자와 마이크론은 TC-NCF 공정, SK하이닉스만 유일하게 MR-MUF 방식을 쓰고 있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SK하이닉스가 HBM을 만드는 데 1시간이 걸린다고 가정하면 나머지 회사는 8.8시간이 걸린다는 뜻”이라 설명했다. 또 다른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해당 내용이 사실이라면 삼성전자와 마이크론이 당분간 SK하이닉스를 따라잡기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날 실리콘밸리서 TSMC가 주최한 포럼에는 엔비디아·인텔·브로드컴·구글 등 전 세계 반도체 주요회사 관계자가 모두 참석해 SK하이닉스의 발표를 지켜봤다. 포럼에 삼성전자는 참석하지 않았다.

무엇보다 삼성전자·마이크론이 상대적으로 낮은 수율과 발열에 따른 성능 문제로 엔비디아향 5세대 HBM3E 공급에 여전히 애를 먹고 있는 가운데 SK하이닉스가  HBM 기술력에 대한 자신감을 다시 한번 업계에 드러낸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HBM 시장 선두를 달리는 SK하이닉스의 올해 영업이익이 사상 처음으로 삼성 반도체를 넘어설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삼성전자 반도체부문의 3분기 증권사 영업이익 실적 전망(컨센서스)은 5조~6조5000억원 수준으로 SK하이닉스(6조~7조원 수준)보다 낮다. SK하이닉스는 반도체 업황 회복 속에 HBM 시장 주도권을 쥐며 올 상반기 8조3545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매출이 두 배 가까이 앞서는 삼성 반도체의 같은 기간 영업이익(8조3649억원)에 근접하는 실적이다. 삼성전자는 오는 8일 3분기 잠정실적을 발표한다.

신한투자증권과 IBK투자증권은 최근 잇따라 삼성전자 목표 주가를 11만원에서 9만5000원으로 내렸다. 최근 모건스탠리와 맥쿼리가 삼성전자 목표 주가를 각각 7만6000원과 6만4000원으로 기존보다 27%, 49% 내려 잡은 데 이어 국내 증권사도 목표가를 14% 낮췄다.

하향의 정도는 다르지만 이유는 비슷하다. 삼성전자의 3분기 매출이 예상치보다 낮을 거라고 봤다. 전 세계 스마트폰 수요는 정체되며, 한동안 올라갔던 일반 D램 메모리 가격은 내려가는데, 고가 메모리인 HBM 시장의 주도권을 삼성이 아직 잡지 못하고 있다는 이유다.

지난달 15일 모건스탠리 보고서가 주장한 ‘메모리 겨울론’은 삼성전자뿐만 아니라 국내외 메모리 반도체 업계 전체를 강타했다. 그러나 보고서의 HBM 공급 과잉 우려 부분이 과장됐다는 평가가 나오면서 충격은 사그라지는듯 했다. 이후 지난달 25일 글로벌 메모리 3위인 미국 마이크론이 예상을 뛰어넘는 회계연도 4분기(6~8월) 호실적으로 주가가 급등했고, SK하이닉스 주가도 이후 20% 이상 올라왔다.

그런데 유독 삼성전자 주가만 ‘모건스탠리 충격’ 때보다 더 내려갔다. 7월만 해도 지난 2분기 호실적으로 ‘9만 전자’(주당 9만원 이상)도 바라봤지만, 이제는 아슬아슬하게 ‘6만 전자’를 유지하고 있다(4일 종가 6만6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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