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병원 10곳 중 6곳, 간호사 기준 못맞춰…"수가 차등제 강화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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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원실의 간호사를 더 많이 배치해서 간호서비스의 질을 끌어올려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간호사를 기준에 맞게 충분히 배치하는 의료기관에 더 많은 수가를 얹어주는 방법을 통해서다.
정형선 연세대 보건행정학부 교수는 8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간호법 이후의 간호법을 말하다’ 토론회 주제 발제를 맡아 “입원 현장의 간호사 배치 수준을 높여서 국민이 간호서비스를 충분히 향유할 수 있도록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이를 위해 “간호사 배치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는 의료기관은 건강보험 보상에 제한을 두고, 배치 기준의 차이를 건강보험 수가 차등화에 강하게 연결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정 교수는 기존 ‘건강보험 입원환자 간호관리료 차등제’를 강화하는 것이 가장 현실성 있는 간호사 배치 수준 제고 방안이라고 밝혔다. 간호관리료 차등제란 간호사 확보 수준에 따라 입원료 등 수가를 얹어주는 제도다.
간호사를 충분히 배치하는 의료기관에 추가 보상을 주면, 의료기관이 간호인력을 더 충원하고 이직 간호인력을 줄이는 노력을 하게 될 것이고 이는 다시 간호사의 보수 수준이나 근무여건의 개선을 유도하게 될 것이라는 취지다.
이 제도와 관련해 정 교수는 “의료법은 현실과 동떨어진 병상 2.5개 당 간호사 1명이라는 현실과 동떨어진 최소기준을 설정해 결과적으로 사문화됐고, 이를 지키지 않아도 불이익이 없어 실효성이 없다”고 비판했다. 간호사를 기준 이하로 배치하더라도 병원에 불이익이 없는 점도 문제로 꼽힌다.
대한간호협회에 따르면 지난 6월 말 기준 급성기 병상을 운영하는 병원급 이상 의료기관 2045곳의 간호관리료 기준등급 충족률(일반병동 기준)은 44.2%(903곳)에 불과하다. 10곳 중 6곳꼴로 간호사가 기준 등급보다 부족하단 얘기다. 간호사가 부족해 기준 등급에 미치지 못한 종합병원은 122곳(36.8%), 병원은 1020곳(61.2%)에 이르렀다. 국내 상급종합병원은 간호사 1명당 환자 9.6명, 병원ㆍ종합병원급은 간호사 1명당 환자 12명이면 간호등급 1등급으로 인정받는다. 대한간호협회 관계자는 “우리나라 간호사 배치 수준은 아주 낮다”라며 “미국의 경우 주마다 다르기는 하지만 간호사 1인당 평균 환자 5.3명, 호주나 캐나다는 4명, 일본은 7명이 기준이다”라고 설명했다.
정 교수는 “현행 규정을 ‘최소기준’이 아닌 ‘권장표준’으로 공식화하거나, 3:1이나 4:1 등 최소기준을 완화해 새롭게 설정해야 한다”며 “이를 지키지 못하는 병원에 대해서는 건강보험 ‘상환 불인정’ 또는 ‘감산’ 수가 등을 통해 시장에서 퇴출당하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토론자로 나선 오선영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정책국장은 “간호사들은 이미 높은 스트레스와 번아웃에 직면해 있기 때문에 노동 현장이 개선되지 않는다면 사직과 이직이 계속 반복될 것”이라며 “간호사 1인당 환자 수를 줄이기 위한 정책을 수립하고, 규칙적이고 예측할 수 있는 교대근무를 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 교수는 이날 발제문에서 PA 간호사(진료지원 간호사) 업무 영역을 명확히 해야 한다고 밝혔다. 지난 8월 간호법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법적 근거가 애매한 상황에서 검사, 시술 등 의사의 업무 일부를 대신 수행해온 PA 간호사가 내년 6월부터 합법적인 지위를 인정받게 됐다. 정 교수는 “진료지원업무의 구체적 범위와 한계, 진료지원업무를 수행하는 간호사의 자격 요건을 보건복지부령에서 구체화하는 작업이 향후 과제”라고 말했다. 또 “기존의 13종 전문간호사의 실무범위를 재조정해 진료지원인력의 관계를 정립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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