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슈베르트, 불완전해서 매력”…사흘연속 연주하는 피아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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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통영에서 슈베르트의 마지막 소나타 6곡을 연주하는 피아니스트 윤홍천. [사진 SBU]

피아니스트 윤홍천(42)은 2017년 모차르트, 지난해 슈베르트 피아노 소나타 전곡을 음반으로 발매했다. 각각 18, 21곡의 대장정이었다. 최근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그는 두 작곡가를 ‘길’이라는 키워드로 비교했다. “모차르트 작품을 보면 길이 보여요. 갈 수 있는 길이라는 생각이 들죠. 반면 슈베르트는 미로를 걷는 느낌이에요. 작곡가 본인도 한 곡 한 곡 만드는 게 참 어려웠겠다는 게 느껴지죠.”

슈베르트는 서양 음악사의 큰 줄기인 소나타 양식을 익히고 쓰는 데 어려움을 겪었던 작곡가로 알려져 있다. 이 양식의 대가였던 베토벤을 숭배했지만, 특히 초기에는 미숙한 소나타 작품을 남겼고 결국 형식으로 규정할 수 없는 독특한 소나타를 탄생시켰다. 윤홍천은 “성공한 작품만 남기지 않고 실패한 것도 남겨 놓은 슈베르트가 매력적”이라고 말했다. 그는 오는 11~13일 경남 통영의 통영국제음악당에서 슈베르트의 마지막 소나타 6곡을 연주한다. 16~21번을 하루 두 곡씩 연주하는 일정이다. “다른 작곡가 작품에는 자부심과 당당함이 있어요. 하지만 슈베르트는 성공도 사랑도 못 해본 작곡가였고, 자신이 천재라는 걸 몰랐죠. 슈베르트 소나타에는 불완전한 미운 오리 새끼 같은 모습이 들어있어요.”

이번에 마지막 6개 소나타를 골라 연주하는 이유를 그는 “곡마다 슈베르트의 모습이 선명하게 들어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16·17번은 인생에 약간 빛이 보였던 시기에 쓴 곡이에요. 열심히 곡을 썼다는 게 보이죠. 희망과 의지가 있어요. 18·19번에는 천국과 지옥이 들어있고요. 마지막 세트인 20·21번은 작별인사인데, 두 곡이 조금 달라요.” 피아노의 주요 레퍼토리이자 인기 있는 슈베르트의 마지막 소나타(20·21번)에 그는 서로 다른 의미를 뒀다. “20번이 세상에 하는 작별인사라면 마지막 곡은 자신에게 하는 인사죠. 지극히 내향적인 이별이에요.” 21번은 슈베르트가 세상을 떠나기 몇 주 전에 작곡한 작품이다.

윤홍천이 해석해 내놓은 슈베르트 음반은 독일 음반 전문지 포노포룸으로부터 “결함 없이 완벽하게 구현된 자연스러움”이라는 평을 받았다. 음반 녹음을 시작할 당시 그는 21곡 중 5곡에 대한 경험만 있는 상태였는데, 3년 동안 전곡을 들여다보며 작곡가의 초상을 잡아나갔다. 그는 슈베르트에 대해 “선명한 꿈과 같이 표현해야 한다”고 말했다. “보통 슈베르트를 몽환적으로 이해하는 경우도 많은데, 사실 우리가 꿈을 굉장히 강렬하게 보잖아요. 깨고 나면 꿈 같지만요. 슈베르트 음악도 그런 것 같아요. 작곡가 본인이 꿈처럼 살았던 인물이기도 하고요.”

불완전한 작곡가에서 느껴지는 매력은 컸다. “슈베르트는 뭔가 나올 듯하다가 끝나버리기는 경우가 많아요. 베토벤의 음악적 구절이 마침표로 끝나고, 모차르트가 물음표라면, 슈베르트는 쉼표예요.” 윤홍천은 “이해하려면 어려울 수 있지만 듣다 보면 빠지게 되는 작곡가가 슈베르트”라며 “사흘 동안 슈베르트의 마지막 인사까지 들어보게 되는 특별한 경험을 청중에게 선사하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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