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벼랑 끝 KT 구원자 ‘강철 불펜’ 고영표

본문

17284872846008.jpg

불펜 투수로 변신한 KT의 고영표가 가을야구 무대에서 맹활약하고 있다. 준플레이오프 4차전에서도 3과 3분의 1이닝 동안 1점만 내주는 호투를 펼치며 승리에 발판을 놨다. 고영표는 “승리할 수만 있다면 보직은 상관없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필승 조’라는 표현 말고 더 강력한 수식어가 없을까요?”

프로야구 KT 위즈 이강철(58) 감독은 오른손 사이드암 투수 고영표(33)를 바라보면서 이렇게 말했다. 선발투수의 임무를 잠시 내려놓은 고영표가 올해 포스트시즌에서 ‘필승 조’로 완벽하게 변신하자 이강철 감독은 매일같이 극찬을 보내고 있는 것이다.

시속 150㎞대의 빠른 공을 던지는 마무리 투수 박영현(21)을 보유한 상황에서 고영표까지 불펜에서 자기 몫을 해낸 KT가 벼랑 끝에서 기사회생했다.

KT는 9일 수원 케이티위즈파크에서 열린 준플레이오프(5전 3승제) 4차전에서 ‘필승 조’ 고영표의 역투와 마무리 투수 박영현의 호투를 앞세워 11회 연장까지 가는 4시간 10분간의 혈투 끝에 LG 트윈스에 6-5로 역전승을 거뒀다. 시리즈 전적 2승 2패를 기록한 KT와 LG는 11일 장소를 서울 잠실구장으로 옮겨 플레이오프 진출 티켓을 놓고 마지막 5차전을 치른다.

4차전 승리의 주인공은 불펜 투수로 변신한 고영표였다. 4-3으로 살얼음판 리드를 잡은 5회 등판한 그는 3과 3분의 1이닝 동안 2피안타 1실점으로 호투했다. 경기가 8회 동점이 되면서 승리투수가 되진 못했지만, 승리의 주역으로 손색없는 투구였다.

고영표는 이날 경기가 끝난 뒤 “다른 계산은 하지 않고 있다. 새 보직을 맡은 만큼 제대로 해내야 한다는 마음뿐이다. 그러지 못한다면 집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생각한다”면서 “준플레이오프 3차전에서 진 팀이 플레이오프로 올라갈 확률이 0%라고 들었다. 그러나 우리에게 이제 확률은 무의미하다. 확률은 그저 확률일 뿐”이라고 말했다.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 두산 베어스에 2연승을 거둔 데 이어 준플레이오프에서도 선전하고 있는 KT의 ‘가을 마법’ 뒤에는 투수 출신인 이강철 감독의 능수능란한 마운드 운용이 자리 잡고 있다. 무엇보다도 지난 1월 KT와 다년 계약(5년 107억원)을 맺은 에이스 고영표를 가을야구 무대에서 불펜을 기용한 것이 대표적이다. 이 감독은 또 2019년 부임 이후 김민과 손동현, 박영현 등 젊은 필승 조를 꾸준히 키워냈다. 올 시즌 막판부터는 고영표에게 불펜의 핵심 보직을 맡겼다.

결과적으로 이 승부수는 절묘하게 들어맞았다. 고영표는 5위 싸움이 한창이던 지난달 28일 수원 키움 히어로즈전에서 구원으로 등판해 5이닝 1실점으로 호투했다. 이어 3일 두산 베어스와의 와일드카드 결정 1차전에서 1이닝 무실점을 기록한 뒤 하루 쉬고 선발로 나온 준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다시 4이닝 1실점으로 호투해 데일리 MVP를 수상했다.

고영표는 벼랑 끝에 몰렸던 이날 4차전에선 선발투수 윌리엄 쿠에바스가 4이닝 6피안타(2피홈런) 2볼넷 3실점으로 난조를 보이자 5회부터 투입돼 KT의 허리를 든든하게 지켰다. KT는 고영표가 등판한 최근 4경기에서 모두 승리를 거뒀다.

4차전 초반은 타격전 양상이었다. LG는 2회 김현수와 박해민이 쿠에바스로부터 백투백 홈런을 터뜨려 2-0으로 앞서 나갔다. 그러나 KT는 곧바로 이어진 2회 말 공격에서 문상철의 좌전 솔로 홈런으로 맞불을 놓았다.

17284872847498.jpg

양 팀의 치열한 공방전은 계속됐다. LG가 4회 문성주의 좌전 적시타로 1점을 보태자 KT는 4회 집중타를 앞세워 4-3으로 역전에 성공했다. 이어 5회 강백호가 우월 솔로홈런을 터뜨려 5-3으로 도망갔다. 패색이 짙던 LG는 8회 패스트볼과 김현수의 동점 적시타로 5-5 동점을 만든 뒤 승부를 연장으로 몰고 갔다.

다 잡은 승리를 놓칠 위기에 몰렸던 KT는 마무리 박영현의 역투로 되살아났다. 5-5로 맞선 8회 2사 만루에서 등판한 박영현은 신민재를 삼진으로 처리해 급한 불을 껐다. 이후 거침없는 투구로 무실점 행진을 이어갔다.

KT는 11회 무사 만루 찬스에서 배정대와 천성호가 범타로 물러났지만, 심우준이 내야안타를 터뜨려 경기를 끝냈다. 11회까지 3과 3분의 1이닝 동안 무실점으로 호투한 박영현은 데일리 MVP로 선정됐다.

KT 이강철 감독은 “지면 끝나는 경기라 투수들이 무리하면서도 던졌다. 고맙고 미안하다. 11회 공격에선 무사 만루가 2사 만루가 됐지만, 그대로 끝날 것 같지는 않았다. 확률 0%를 뒤집는 기적을 이루라고 운이 따라준 느낌”이라고 말했다.

0
로그인 후 추천을 하실 수 있습니다.
SNS
댓글목록 0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전체 45,065 건 - 1 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