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The Butter] 시각장애인도 여행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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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KL 청각여행 프로젝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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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운드 투어에 참여한 관광객들이 전용 장비로 소리를 채집하고 있다. [사진 GKL사회공헌재단]

지난해 우리 국민은 평균 6.5번 여행을 떠난 것으로 나타났다. 한창 코로나가 심했던 2020년에도 전 국민의 86.4%가 ‘근교로라도 여행을 다녀온 적이 있다’고 답했다. 장애인의 상황은 다르다. 한국장애인개발원 ‘2022 장애인 삶 패널조사’에 따르면, 10명 중 8명이 ‘최근 1년 동안 여행을 다녀온 적이 없다’고 응답했다.

장애 유형마다 어려움은 다르지만, 시각장애인에게 여행은 큰 결심이 필요한 도전이다. 시야가 좁아 천천히 이동해야 하는데, 그러다 보면 일행을 놓치기 일쑤다. 속도를 맞춰 걸어주는 일행이 있어도 여행 내내 늦다 보면 미안한 마음이 들 수밖에 없다고 당사자들은 말한다. 그렇다고 홀로 여행을 가면 다칠 위험이 높고, 눈앞의 풍경을 묘사해 줄 사람이 없어 여행을 온전히 즐길 수 없다고 한다.

최근 GKL사회공헌재단은 시각장애인들을 위해 ‘GKL 청각여행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지자체를 지원해 지역 특성을 살린 청각여행콘텐츠를 개발하는 사업이다. 장애인뿐 아니라 비장애인에게도 힐링 여행의 기회를 제공한다는 취지다. 첫 사업은 전남 담양군에서 진행한다. 소리 전문가와 여행 콘텐츠 개발 업체, 시각장애인 당사자가 협력해 담양군 명소인 죽녹원, 한재골 근린공원 코스를 만들었다. 각 코스는 시각장애인의 호흡에 맞춰 약 2시간 동안 천천히 진행된다.

여행객들에게는 녹음기·헤드셋·마이크 등 자연의 미세한 소리까지 들을 수 있는 전용 장비가 제공된다. 죽녹원에서는 바람이 불 때 대나무끼리 부딪치는 소리, 대나무를 쓰다듬거나 두들길 때 나는 소리를 온전히 집중해 들을 수 있다. 대나무 나이에 따라 두들기면 어떤 소리가 나는지, 계절마다 어떤 소리에 집중하면 좋은지 등 전문적인 해설도 제공한다. 식생이 다양한 한재골근린공원에서는 계곡물 소리를 듣고 열매들을 만져보는 시간을 갖는다.

담양 청각여행 프로젝트 정식 운영은 내년 초부터다. GKL사회공헌재단은 그 전에 시각장애인 당사자 등 관계자를 초청해 팸투어를 진행하고, 피드백을 바탕으로 프로그램 완성도를 높일 계획이다. 지역 문화관광해설사들에게 사운드 투어 가이드 교육도 한다. 지자체는 시각장애인의 안전을 위한 코스 내 인프라 보강에 나선다. 정상 운영을 시작하면 재단은 프로그램 운영과 관리 권한을 담양군에 이양할 예정이다.

정진섭 GKL사회공헌재단 이사장은 “올해 사업을 시작으로 더 많은 지자체와 협력해 사운드 워킹 프로그램을 개발해 나갈 예정”이라며 “관광을 중심으로 공익을 실현한다는 재단 설립 목적에 맞게 앞으로도 다양한 사업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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