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The Butter] 재난훈련도 고령자 중심으로진짜 위기를 대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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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7일 제주시 조천읍 조천체육관에서 열린 ‘노인친화 재난대피소 훈련’ 현장.

재난구호 전문기관 더프라미스가 제주에서 ‘노인친화 재난대피소 훈련’을 지난달 27일 진행했다. 국제이주기구(IOM) 한국대표부와 미국국제개발처(USAID)의 지원으로 진행된 이번 훈련은 국내에서 처음으로 시도된 고령자 중심의 무각본 재난훈련이다. 훈련에 참여한 이재민은 총 157명. 65세 이상 고령자는 98명, 휠체어가 필요한 장애인은 6명이었다. 고령자들이 운영요원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재난대응력을 높이는 게 이번 훈련의 목표다.

현장에 마련된 재난대피소는 노인친화형 구호서비스로 채워졌다. 이동보조기기 대여 서비스부터 한방진료, 물리치료, 이발·미용, 종교활동, 아동쉼터, 동물쉼터 등 다양했다. 김동훈 더프라미스 상임이사는 “고령사회로 진입하면서 고령의 이재민들도 대규모 재난에 직접 대응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춰야 한다는 취지로 마련된 프로그램”이라며 “구호팀이 도착하기까지 최대 48시간을 버틸 수 있도록 훈련하는 게 핵심”이라고 했다.

이날 훈련의 또 다른 특징은 돌발상황을 곳곳에 심어뒀다는 점이다. 재난훈련 중에 이재민 역할을 하던 주민 한 명이 바닥에 쓰러졌고, “심정지 환자 발생”이라는 안내가 나왔다. 사전에 환자 역할만 정했을 뿐 응급 대처 역할은 정하지 않은 상황. 운영요원이 잠깐 당황하더니 심폐소생술을 시작했다. 주변에 있던 이재민들도 손을 보태 환자를 이불 위로 옮기고, 이불 끝을 말아 쥐어 체육관 앞에 대기하던 구급차로 침착하게 이동했다.

이날 환자 역할을 한 김인자씨는 “제주에는 대규모 이재민이 발생할 정도의 재난이 발생한 적이 거의 없어서 재난훈련도 처음 해 본다”며 “이번에 몸으로 직접 경험해봤기 때문에 실제 상황이 닥쳐도 잘 대처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훈련에서 쓰인 자원은 대부분 제주 지역에서 조달했다. 참여기관 55곳 가운데 45곳(약 82%)이 제주 지역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단체였다.

김동훈 상임이사는 “재난 훈련의 실행만큼이나 문제점을 개선하는 작업이 더 중요하다”며 “제주를 시작으로 전국 각 지역에 특화된 대응 시스템을 구축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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