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The Butter] 수도꼭지 하나가 아이들의 미래를 바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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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비전 캠페인  
피니시 더 잡: 잠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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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 잠비아의 한 마을에서 수원지 굴착 작업에 성공하자 아이들이 기뻐하고 있다. 오른쪽 사진은 잠비아 하마운두 지역의 아홉살 소녀 비엔티가 식수대에서 물을 컵에 담고 있다. [사진 월드비전]

재능기부 연주자들로 구성된 소울챔버오케스트라를 이끄는 김인경 단장은 아프리카 식수사업에 지난 15년간 기부해 왔다. 매년 연주회를 열어 티켓 판매금으로 5억원 가까이 기부금을 모았다. 기부금은 아프리카 여러 지역에 우물을 파고 펌프를 설치하는 데 사용됐다. 다음달 12일에도 잠비아 지원을 위한 후원음악회를 예술의전당에서 연다.

꾸준히 해오던 일이지만 이따금 ‘물 문제를 완전히 해결할 수는 없는 걸까’하는 물음이 따라왔다. 주변에서 “언제까지 지원해야 하는 일이냐”라는 질문을 들을 때마다 고민이 깊어지곤 했다.

김인경 단장의 바람을 실현하는 프로젝트를 월드비전이 추진한다. 잠비아의 모든 사업장에 깨끗한 물을 공급하는 사업을 5년 안에 완전히 끝낸다는 게 목표다. 캠페인 이름도 ‘피니시 더 잡(Finish the Job)’으로, ‘완전히 끝낸다’는 뜻이다.

큰돈으로 큰 문제를 해결한다

잠비아 전역에 깨끗한 물을 공급하려면 600억원 넘는 자금이 필요하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전 세계 7억300만 명이 물을 구하기 위해 하루 평균 6시간을 보낸다. 깨끗한 물도 아닌 생존에 필요한 물을 구하는 데 쓰는 시간이다. 잠비아에서는 3명 중 1명은 깨끗한 물을 이용할 수 없다. 인구 2100만 명 가운데 700만 명에 달하는 규모다.

식수시설은 30개 지역, 125개 와드(wards·우리나라 행정단위로 군에 해당)에 집중적으로 설치한다는 계획이다. 이곳에 사는 주민은 80만 명에 이른다.

이처럼 대규모 자금이 필요한 이유는 잠비아 전역을 대상으로 하는 것도 있지만, 식수시설의 변화도 영향이 크다. 수년 전만 해도 손으로 펌프를 움직여 물을 끌어올리는 핸드펌프를 주로 설치했다. 흔히 ‘우물을 만들었다’고 표현하는 식수사업에는 대부분 핸드펌프가 쓰였다. 비교적 얕게 굴착해 적은 비용으로 물을 얻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월드비전에서는 핸드 펌프 설치를 지양하고 있다. 고장이 잦고, 수원지가 깊지 않아 가축 분뇨가 스며들어 오염되는 사례가 많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100m 이상 깊게 굴착해 태양열 펌프로 퍼 올린 물을 물탱크에 저장한다. 물탱크에는 수도관 10여 개를 연결해 학교나 보건소, 가정으로 식수를 보내고 수도꼭지 형태의 식수대를 만든다. 마을에 미니 상수도 시스템을 구축하는 셈이다. 월드비전에 따르면, 수도꼭지 식수대 설치에만 평균 1500만원이 필요하다. 상대적으로 비용이 많이 들지만 지속가능한 식수 공급이 가능하다.

물탱크 용량은 1만 리터. 가구 수가 많은 마을에는 물탱크 2~4대를 놓기도 한다. 이경아 월드비전 고액후원팀장은 “한 마을에 식수시설 설치 비용을 보통 1500만~1800만원으로 추산하는데, 환율이 크게 뛰었을 때는 2000만원을 넘기도 한다”며 “장기적으로 물가나 환율은 오름세이기 때문에 경제 지표가 좋아질 때까지 공사를 늦추거나 기다릴 순 없다”고 말했다.

수도꼭지가 불러온 마을의 변화 

잠비아 불란다초등학교에는 10m 높이 철제 탑 위에 물탱크가 놓여있다. 마을 어디에서도 시야를 돌리면 볼 수 있는 마을의 식수원이다. 수도관은 걸어서 10분 거리의 마을까지 이어진다. 물탱크 하나로 5개 마을에 물을 공급하기도 한다.

식수시설이 설치된 2022년 이후 마을 분위기는 달라졌다. 아이들이 물을 구하느라 보내던 시간에 학교에 나와 공부한다. 초등학교 중퇴율이 44.5%에 이르는 잠비아 사정을 고려하면 큰 변화다. 크리스토퍼 마두베코 불란다초등학교 교장은 “물 공급 이후 출석률이 2배로 늘었고, 학생들의 성적도 크게 향상됐다”고 말했다. 수인성 질병으로부터 아이들을 보호하게 된 건 덤이다.

깨끗한 물은 농작물을 키우는 농업용수로도 활용된다. 기후변화로 가뭄이 길어지면서 포기했던 주민들은 다시 농사일을 시작했다. 잠비아 남부 하마운두 지역의 낙농마을에는 젖소와 염소가 먹을 물을 구하게 됐다. 카리스토와 제시 부부는 염소 5마리로 시작한 목축업을 400마리 규모로 키워냈다. 생계 문제를 해결하면서 부부의 네 자녀 모두 학교에 다닐 수 있게 됐다.

이러한 변화의 뒤에는 보이지 않는 작업들이 있다. 식수시설을 설치하는 데는 한 달이면 충분하다. 그전에 수원지를 찾고 굴착하는 작업에만 최대 6개월이 걸린다. 막상 땅을 파 내려갔는데 물이 나오지 않는 경우도 종종 있다. 이후 수질 검사를 통해 WHO 가이드라인을 충족하는지 확인해야 한다. 추적 관리를 위해 정부와 파트너십을 맺어 데이터 시스템을 구축하고, 마을마다 설비를 관리할 주민위원회를 구성하는 것까지 마쳐야 작업이 완료된다.

르완다 성공 노하우를 잠비아에

이번 잠비아 프로젝트에는 미국월드비전이 함께 지원한다. 지난 2019년부터 2023년까지 5년간 르완다에서 물 공급 사업을 성공적으로 마친 경험을 잠비아에 나누기로 했다. 당시 사업으로 르완다에 118만 명의 지역주민이 깨끗한 물을 공급받게 됐다. 지금은 르완다 정부의 협조로 지리정보시스템(GIS) 기반으로 식수시설이 있는 마을 단위로 추적 관리하고 있다.

그렉올굿 미국월드비전 식수분야 총괄본부장은 ”프로젝트 이전에 르완다에서 5년간 34만 명에게 깨끗한 물을 제공해왔는데, ‘피니시 더 잡’이라는 이름으로 같은 기간 3배 많은 목표를 달성할 수 있었다“며 ”르완다에서 얻은 성공의 경험을 다른 국가에 적용해 나가면 물 공급 문제를 보다 빠르게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지난 2021년 시작한 잠비아 프로젝트는 현재 2단계에 와있다. 사업 첫 2년간 대상 지역인 125개 와드 중 33개 와드에 식수시설 설치를 완료했고, 올해까지 누적 80곳(약 64%)에 식수 공급을 완료하는 게 목표다.

조명환 월드비전 회장은 “아프리카 지역사회의 경제·교육·보건 등 모든 문제의 해결은 깨끗한 물에서 출발한다”며 “그동안 도전하지 않았던 규모의 ‘피니시 더 잡 캠페인’을 위해 글로벌 노하우와 기술, 현지 정부와 파트너십까지 준비한 만큼 반드시 성공해 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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