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구영회가 누구야?…NFL ‘신 스틸러’ 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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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영회가 대체 누구야?”
미국프로풋볼(NFL) 캐롤라이나 팬서스는 9일(한국시간) 홈페이지의 ‘적을 알아야 백전백승’ 코너에서 애틀랜타 팰컨스의 한국계 키커 구영회(30)를 소개하면서 이런 제목을 달았다.
내셔널콘퍼런스(NFC) 남부지구 1위 애틀랜타(3승 2패)는 14일(한국시간) 4위 캐롤라이나(1승 4패)와 2024시즌 NFL 정규리그 6주 차 원정 경기를 벌인다. NFL에선 보통 ‘중원사령관’인 쿼터백이나 패스를 받거나 운반해서 득점을 올리는 와이드리시버, 러닝백 등이 스포트라이트를 받는다. 잠깐 출전해 3점짜리 필드 골이나 1점짜리 보너스 샷을 시도하고 벤치로 물러나는 조연급 포지션인 키커가 주목을 받는 건 이례적이다.
그런데 구영회는 여느 키커와는 다르다. 올 시즌 그는 주 무기인 오른발 킥으로 패배 직전의 애틀랜타를 여러 차례 구해내는 ‘신 스틸러(단 한 장면만으로도 시선을 사로잡는 배우)’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캐롤라이나는 “구영회는 데뷔 7년 차 베테랑인데도 ‘신상 명품’과 같은 선수다. 올 시즌 14차례 필드 골 시도 중 12차례를 성공했는데, 그중 6번은 승부를 뒤집는 역전 킥이었다. 또 50야드 이상 장거리 필드 골을 6차례나 시도해 5번이나 성공할 만큼 절정의 킥 감각을 유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지난달 30일 뉴올리언스 세인츠와의 홈 경기에서 구영회는 해결사의 면모를 뽐냈다. 경기 종료 13초를 남겨둔 가운데 애틀랜타는 23-24로 뒤지고 있었다. 남은 공격 기회는 단 한 차례. 상대 골대까지의 거리는 55야드여서 패스나 러닝으로는 득점이 불가능한 상황이었다. 절체절명의 순간에 등장한 구영회는 종료 2초 전 58야드(53m) 초장거리 필드 골을 터뜨리며 애틀랜타의 극적인 역전승을 이끌었다. 이 골로 그는 종전 자신의 최장거리 필드 골 기록인 54야드(49m)를 넘어섰다.
구영회의 NFL 도전 스토리 역시 한 편의 역전 드라마다. 1994년 서울에서 태어난 구영회는 12세 때인 2006년 미국 뉴저지로 이민을 갔다. 그는 한국에선 축구선수를 꿈꿨지만, 미국 중학교에 진학하면서 미식축구로 진로를 틀었다. 조지아 서던대학교 졸업 직후인 2017년 구영회는 로스앤젤레스 차저스에 입단하면서 한국 국적으로는 최초의 NFL 선수가 됐다.
그러나 4경기에 출전해 6번의 필드 골 시도 중 3차례 성공에 그치며 한 달 만에 팀에 방출됐다. 그러나 그는 좌절하지 않았다. 2년간 이를 악물고 기량을 갈고닦았다. 결국 2019년 애틀랜타에 입단하며 NFL 재입성에 성공했다. 이듬해인 2020시즌 구영회는 필드 골 성공률 94.9%를 기록하면서 정상급 키커로 발돋움했다. 아울러 생애 첫 프로볼(올스타전)에 뽑히는 영광을 안았다.
표정 변화 없이 기계처럼 척척 득점을 올리는 그를 두고 미국 팬들은 ‘아이스맨’이란 별명을 붙여줬다. 2021시즌에도 그는 필드골 성공률 93.1%의 놀라운 활약을 펼쳤다. 구영회는 2022년 3월 애틀랜타와 5년 총 2425만 달러(약 327억원)의 계약에 사인했다. 구영회는 “처음엔 영어도, 풋볼도 몰랐다. 하지만 목표를 세우고 열심히 하면 누구나 꿈을 이룰 수 있다”고 밝혔다.
잔치국수·삼겹살 등 한식을 즐기는 구영회는 자신의 뿌리가 한국이라는 걸 잊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이름도 한글 이름의 영문 표기인 ‘YOUNGHOE KOO’를 그대로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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