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50대 아시아 여성이 노벨문학상 수상...'파격'이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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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대 아시아 여성 작가 한강의 노벨문학상 수상은 기존 노벨문학상의 공식을 깨는 ‘파격’인 동시에 시대에 따른 변화를 반영한 결과라는 평가가 나온다. 오랜 기간 ‘서구권, 60대 이상의 남성 작가’에게 치우쳤던 노벨문학상의 관심이 아시아 지역, 여성, 활발히 활동하는 비교적 젊은 작가 쪽으로 옮겨가고 있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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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소설가 한강. 박종근 기자

한강 작가는 1970년생, 53세다. 노벨문학상은 그동안 작가의 작품 활동을 종합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60대 중후반~70대 이상의 작가에게 돌아가는 경우가 많았다. 실제 역대 노벨상 수상자 중 한강 작가보다 젊은 나이에 수상한 사람은 1907년 41세에 수상한 루드야드 키플링과 1957년 46세에 상을 받은 알베르 카뮈 등 6명밖에 되지 않는다. 젊은 나이에 수상했다는 이유로 화제가 됐던 오르한 파묵도 2006년 수상 당시 54세였다. 최고령 수상자는 2007년 87세에 수상한 영국 작가 도리스 레싱이다.

노벨문학상 수상자를 점치는 유럽의 경매사이트에서 한강 작가가 물망에 오르지 않은 것은 나이 탓이 컸다. 국내 한 출판 관계자는 “한강 작가가 맨부커상 등 저명한 문학상을 다수 수상하면서 언젠가 노벨상을 받을 것이란 예상은 하고 있었다”면서 “하지만 그간 노벨상 수상 관례에 미뤄볼 때 10년 후쯤이 아닐까 생각했다”고 말했다. 프랑스 일간지 르피가로는 10일 오후 스웨덴 한림원의 발표가 나온 뒤 한강 작가의 수상을 “예상을 뒤엎은 파격”이라고 평가했다. 리베라시옹 역시 “올해 수상자 선정은 문화엘리트들을 놀라게 할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으로 한강 작가의 수상은 노벨위원회의 변화하는 관심이 반영된 자연스러운 결과라는 평가도 나온다. 올해는 지역적으로 아시아의 작가가 수상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2012년 중국 작가 모옌이 수상한 이후 12년 동안 아시아 지역에서 수상자가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장은수 편집문화실험실 대표는 “노벨문학상을 지역별로 안배하는 규칙은 없지만, 세계 정세상 특정 지역에 대한 인식을 촉구할 필요가 있을 때 해당 지역의 문인에게 상을 주는 경우가 있다”면서 “남미 지역 정세가 주목 받을 때는 남미 작가에게, 난민 문제가 중요한 시기엔 아프리카 작가에게 주는 식”이라고 말했다. 따라서 한강 작가의 수상 뒤에는 “한국의 문화적 파워, 정치, 경제적 파워를 생각했을 때 한국에 대한 관심을 촉구할 필요가 있다는 (위원회의) 판단이 있었을 것”이란 설명이다.

121명에 달하는 역대 노벨문학상 수상자 중 여성은 한강 작가를 포함해 18명밖에 되지 않는다. 100여년 동안 여성들의 문학은 노벨문학상의 관심에서 비껴나 있었지만, 2000년대 들어서며 분위기가 바뀌고 있다. 특히 2018년 노벨문학상 수상자를 선정하는 한림원 내에서 성폭력 사건이 일어난 것을 계기로 공식적이진 않지만 한 해는 남성, 한 해는 여성에게 번갈아 수여하는 패턴이 생겨났다. 지난해 남성 작가 욘 포세에 이어 올해 한강이 수상하면서 이 흐름은 올해도 이어졌다.

역대 노벨문학상 수상자 중 ‘파격’으로 꼽혔던 인물로는 1953년 수상한 윈스턴 처칠 전 영국 총리가 있다. 2016년에는 '포크록의 전설' 가수 밥 딜런이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돼 수상 자격에 대한 논란이 일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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