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경호원 뿌리치고 김일성 1m 앞까지 갔다…조선족 사진가 황범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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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김일성부터 중국 덩샤오핑(鄧小平)ㆍ저우언라이(周恩來)까지, 한반도와 중국 근현대사의 굵직한 인물을 모두 카메라에 담아낸 인물이 있다. 조선족 사진가 황범송(1929~2022)이다. 70년이 넘는 시간에 걸쳐 격랑의 시대를 사진으로 남긴 그의 일대기, 『황범송 평전』(경인문화사)이 출간됐다.

조선족이라는 정체성에 충실하며 중국과 북한을 넘나들었던 황범송 작가의 사진과 그의 일생이 충실하게 기록됐다. 황 작가와 생전 갖은 현장에서 긴한 인연을 맺었던 김창석 연변인민출판사 작가와 이광평 전 용정시 문화관장이 공동 집필했다. 이 전 관장은 황 작가의 제자였다. 11일엔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출간기념회도 열려 집필진과 유가족 등이 참석해 고인의 생애를 기렸다.

황 작가는 생전 중국 조선족 격랑의 역사현장에서 "나의 카메라가 담지 못한 장면이 없다"고 말하곤 했다. 실제로 그는 덩샤오핑 주석이 백두산(책엔 '장백산'으로 표기)에 방문했을 때도, 김일성 주석이 투먼(圖們)을 방문했을 때도, 현장에 있었다. 역사적 순간을 기다려 포착하는 집요함과 순발력은 그를 곧 북한과 중국 당국이 신뢰하는 사진가로 입지를 굳히게 했다. 김일성 취재를 위해 경호원을 뿌리치고 1m 앞까지 접근해 사진을 찍은 일화 등이 생생하다.

그의 사진을 마음에 들어한 김일성은 그를 평양에 특별 초청하기도 했다. 취재 과정 자체가 드라마틱하다. 책엔 그 과정에서 북한 노동당이 그에게 발급한 초청장 등의 자료도 풍부하다. 북한 연구자들에게도 의미가 있을 대목이다.

그는 학창시절 졸업사진을 찍는 과정에서 "이 세상 모든 사물이 변화와 발전을 사진기록으로 남기"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사진을 배우기 위해 가출까지 감내했던 그는 16세부터 사진에 천착해 한반도를 둘러싼 역사의 현장에서 본인의 입지를 다지고 굳혔다. 사상의 다름, 시대의 차이를 넘어 그의 족적엔 울림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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