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 [건강한 가족] 전기차 화재 사고, 피부·안구 질환 유발할 수 있어

본문

기고 함승헌 가천대 길병원 직업환경의학과 교수

17288544886972.jpg

지난 8월 초 발생한 아파트 주차장 전기자동차 배터리 화재사고는 우리 사회에 새로운 환경보건 문제를 생각하게 한다.

먼저, 이 사고를 겪은 주민들은 피부질환과 안 질환을 호소하고 있다. 캘리포니아대 샌프란시스코 의과대학의 연구결과를 보면 산불에 의한 대기오염은 피부 질환과 연관이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전기차 배터리 화재에도 해당된다고 볼 수 있다. 특히 배터리 연소 시 발생하는 미세먼지와 유독가스가 주민들의 건강에 직간접적인 위협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향후 연구가 필요한 부분이다.

전기차 배터리의 주요 구성 요소인 니켈과 코발트가 알레르기성 접촉피부염의 원인이 될 수 있다는 점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 국제접촉피부염연구회(ICDRG)의 분류에 따르면, 이 물질들은 주요 알레르겐으로 작용할 수 있다. 또한 배터리 화재 시 발생하는 불화수소(HF)는 강한 부식성과 독성을 지닌 가스로, 피부와 눈에 심각한 손상을 줄 수 있으며 호흡기 질환을 유발할 수 있다. 이러한 복합적인 위험 요소들을 고려할 때 종합적인 대응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이런 사고 발생 시 산업환경보건 전문가를 통한 신속하고 정확한 작업 환경과 대기 환경 모니터링이 이뤄져야 한다. 화재 발생 공간의 실내 공기질, 특히 미세먼지, 중금속, 불화수소 농도를 측정해 그 결과를 주민들에게 알려야 한다. 또한 전문적이고 체계적인 의료 지원 시스템을 구축해 피부과, 안과, 호흡기내과, 직업환경의학과 전문의들의 협진을 통해 종합적인 진단과 치료가 이뤄져야 한다. 추가로 장기적인 관점에서의 건강 영향 평가가 필요하다. 노출된 주민들을 대상으로 한 코호트 연구를 통해 화재 노출이 건강에 미치는 장기적 영향을 파악해야 한다.

무엇보다도 법적, 제도적 대응이 뒷받침돼야 한다. 전기차 배터리의 안전성 기준 강화, 화재 시 대응 매뉴얼 개선, 소방관에 대한 교육, 환경보험 제도 도입 등을 통해 유사 사고의 재발을 방지하고 피해책임에 대한 보상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효과적인 리스크 커뮤니케이션이 중요하다. 주민들에게 현 상황과 잠재적 위험, 그리고 대처 방법에 대해 정확하고 이해하기 쉬운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

전기차는 탄소 배출 감소를 위한 중요 수단이다. 하지만 이번 사고에서 보듯 새로운 기술이 가져올 예기치 못한 건강 위협은 상존한다. 우리는 기술 발전의 이면에 숨어있는 환경보건 문제를 사전에 파악하고 대비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정부, 환경보건 전문가, 그리고 시민사회의 긴밀한 협력이 필수적이다.

우리 사회가 환경과 건강, 그리고 기술 발전의 균형에 대해 더욱 깊이 있는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 안전하고 건강하게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해 과학적 근거에 기반한 정책 수립과 시민들의 참여가 필요하다.

0
로그인 후 추천을 하실 수 있습니다.
SNS
댓글목록 0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전체 45,844 건 - 1 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