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영화가 원작 캐릭터 더 살려줘…주인공 재희의 매력 통통 튀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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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에서 겉도는 재희와 흥수는 절친한 사이가 되고 동고동락하며 서로의 20대를 통째로 담은 ‘외장 하드’가 된다. [사진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박상영(36)은 한국 문학의 비주류였던 퀴어 문학을 베스트셀러로 만든 작가다. 2019년 세상에 나온 연작 소설 『대도시의 사랑법』(창비)이 그 주인공. ‘재희’, ‘우럭 한점 우주의 맛’, ‘대도시의 사랑법’, ‘늦은 우기의 바캉스’ 등 네 편의 단편으로 이뤄진 원작은 2022년 영국의 권위 있는 문학상 부커상 롱리스트(1차 후보)에 오르면서 큰 주목을 받았다. 이 작품은 퀴어 소설로는 이례적으로 10만부가 넘게 팔렸고 부커상 후보에 오른 이듬해 국제 더블린 문학상 후보에도 올랐다. 국내에서는 젊은작가상대상과 신동엽문학상을 받았다. 이달 ‘대도시의 사랑법’을 영화와 드라마로 만날 수 있다. 1일 개봉한 영화 ‘대도시의 사랑법’은 원작 중 ‘재희’만을 118분 영상에 담았다. 자유로운 영혼의 재희(김고은)는 과 동기 흥수(노상현)가 성소수자라는 사실을 우연히 알게 되고 비밀을 지켜주며 그와 친구가 된다. 21일 공개되는 동명 드라마(티빙)는 박상영 작가가 직접 극본을 썼고 원작 단편 네 편이 전부 담겼다. 지난 11일 전화로 그와 대화를 나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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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영

원작자의 영화 감상평을 듣고 싶습니다.
“소설은 화자의 목소리에 기대잖아요. 화자는 영이고요. 그래서 재희에겐 가려진 부분이 있었는데 영화가 그걸 충실하게 복원했고 원작의 캐릭터도 더 살려주셨어요.”
영화 ‘대도시의 사랑법’에서 재희를 연기한 배우 김고은은 이 영화를 두고 “다름에 대한 존중을 이야기하는 영화”라고 설명했습니다.
“저도 같은 마음이에요. 고은씨가 작품을 정말 깊게 생각하신 것 같아요. 그래서 그런 자연스러운 연기가 가능했던 것 아닐까요.”
소설과 영화가 다른 부분도 있죠. 그중 어떤 장면이 가장 좋았나요.
“임신 중절 수술을 하러 산부인과에 간 재희가 진료실의 자궁 모형을 들고 뛰쳐나와 자신의 책상에 장식물로 꽂아두는 장면이요. 소설에서는 훔쳤다가 바로 돌려주잖아요. 또 결정적인 순간에 반격의 도구로도 활용합니다. 이런 오브제가 재희의 서사를 강화하는 장치로 쓰였다는 게 마음에 들었어요.”
원작 ‘재희’의 매력은 캐릭터의 생생함이라고 생각합니다. 영화에도 그런 생생함이 잘 담겼고요.
“재희가 누구냐, 재희에게 허락은 받고 쓴 거냐…(웃음) 이런 질문을 많이 받았어요. 대학 시절 학교 앞에서 자취하던 여자 친구들과 친하게 지냈는데 그들이 모티브가 되어 주었죠. 그들의 20대가 섞여서 재희가 태어났어요.”
소설 속 화자 ‘영’은 ‘박상영’을 상상하게 합니다. 영이 불문과를 나왔다는 점도 그렇고요. (박상영 작가는 대학에서 불문학을 전공했다.)
“일부러 그렇게 썼어요. 독자가 소설을 읽으며 남의 일기장을 들여다보는 느낌을 받길 원했습니다. 그렇게 해야 몰입이 잘 될 것 같아서요.”
소설을 쓰다가 대사와 지문의 세계로 넘어갔습니다. 극본 작업에 어떤 어려움이 있었나요.
“문자 매체는 속마음을 쓰면 끝나는 거지만 영상 매체는 감정을 직접적으로 전달할 수 없고 다 보여줘야 하잖아요. 또 소설은 제가 처음부터 끝까지 전지전능하게 컨트롤할 수 있지만 드라마는 제작진이 있고, 영상으로 표현하는 데 고려해야 하는 현실적인 사정도 있고요.”
드라마 작업만의 재미가 있다면.
“드라마는 더 노골적으로 ‘재미’를 추구하는 작업이에요. 소설과는 다른 종류의 즐거움이죠. 그게 싫지 않았고 배우는 재미도 있었어요.”
극본 작업을 제안받았을 때 고민도 있었을 텐데요.
“2016년 문학동네 신인상을 받으면서 작품 활동을 시작했는데요. 같은 시기에 한국콘텐츠진흥원 웹드라마 공모전에서도 당선이 됐어요. 그래서 주저함은 없었던 것 같아요. 기회가 닿으면 작품의 폭을 넓혀가고 싶다는 생각도 있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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