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이종석 헌재소장 “사법 정치화 경계, 재판독립 이뤄야”…헌재 6인 체제 퇴임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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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석 헌법재판소장은 17일 퇴임사에서 “사법의 정치화를 경계하고 재판의 독립을 이루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소장 본인을 포함해 이날 3명의 재판관이 여야 정쟁으로 후임자도 정하지 못한 채 임기 만료로 물러나는 상황을 지적한 것이다. 이에 헌재는 18일부터 6인 재판관 체제에 돌입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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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석 헌법재판소장이 17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퇴임식에서 퇴임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 소장은 이날 서울 종로 헌재에서 열린 퇴임식에서 “정치적 성격의 분쟁이 사법부에 많이 제기되는 이른바 정치의 사법화 현상이 나타나면 뒤이어 사법의 정치화가 나타날 우려가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러면서 이 소장은 “최근 몇 년 사이에 권한쟁의 심판, 탄핵 심판과 같은 유형의 심판 사건이 크게 증가하고 있음은 우리 모두가 잘 알고 있다”며 “재판 독립은 민주주의 사회에서 사법부가 당연히 경계하고 지켜야 할 원칙이지만, 오늘 현재 헌재가 다시 한번 새겨보아야 할 원칙”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국민께서 우려하시는 바가 크고 사법의 정치화 현상은 결국 헌재 결정에 대한 불신을 초래해 헌재 권위가 추락할 것이며, 이는 법치주의와 삼권분립을 기반으로 하는 민주주의 질서를 해칠 것임이 분명하다”며 “지금 이 시점에 헌재 가족 모두는 우리 자신의 마음가짐과 의지를 굳게 하여야 한다는 의미에서 이를 지적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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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진 헌법재판관이 17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퇴임식에서 퇴임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 소장과 함께 퇴임하는 이영진 재판관은 후임이 뽑히지 않은 채 물러나는 데에 대한 우려를 표했다 이 재판관은 “‘지연된 정의는 정의가 아니다’는 격언과 함께 헌재에 신속한 사건 처리를 요청하는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다”며 “후임 재판관이 선출되지 않은 상황이어서 사건의 심리와 처리는 더욱 정체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국회를 향해 제도 개선도 요청했다. “헌법상 기본권 보장과 아무런 관련이 없는데도 무분별하게 헌법 소원을 제기하는 남소자에 대한 제도적 해결책이 필요”하며 “접수 사건의 양적 증가와 함께 질적으로도 심도 있는 연구와 검토가 필요한 사건이 증가하는 상황에서 향후 신속한 사건 처리를 위해서는 헌법연구관을 획기적으로 증원하는 것이 시급하다”는 내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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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영 헌법재판관이 17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퇴임식에 퇴임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함께 퇴임하는 김기영 재판관은 “6년 동안 여러 사건을 접하면서, 사건들 그리고 선례와의 사이에 충돌하지 않으면서도, 다른 점을 잘 드러내고, 또 치열한 고민의 흔적을 담은 의견을 내고 싶다는 생각도 했다”며 “돌아보면 그런 생각을 실천한 경우는 그리 많지 않은 것 같다. 하지만 미련은 없다. 앞으로 재판소에서 훨씬 더 좋은 결정을 많이 하실 것이기 때문”이라는 소회를 남겼다.

이종석 소장, 이영진·김기영 재판관은 2018년 각각 자유한국당·바른미래당·더불어민주당 추천으로 재판관에 임명됐다. 이 소장은 지난해 12월 소장으로 임명됐다. 이들 후임 역시 국회가 추천해야 하지만 여야가 각각 몇 명을 추천할지로 다투다 결국 후임이 정해지지 않은 채 물러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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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석 헌법재판소장과 이영진·김기영 헌법재판관이 17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퇴임식을 마친 뒤 포즈를 취하고 있다. 연합뉴스

9명으로 구성된 재판관이 6인 체제가 되면서 헌재는 마비 위기에 휩싸였었다. 헌재법은 ‘재판관 7인 이상이 출석해야 심리한다’(23조 1항)고 규정하므로, 6인으로는 탄핵·위헌·정당해산심판 등 모든 업무가 심리조차 열리지 못하기 때문이다. 지난 14일 이 소장 등 재판관 전원이 해당 조항의 효력을 일시 정지시키면서 마비 사태는 피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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