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자소서에 면접까지…청춘남녀 몰려간 경쟁률 9.9대 1 소개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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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불교 조계종 사회복지재단이 주최한 '나는 절로, 낙산사' 참가자들이 지난 8월 10일 강원 양양군 낙산사에서 회향식을 갖고 일정을 마무리했다. 사진 연합뉴스

“나이가 들수록 상대가 어떤 사람인지 모르고, 만남이 조심스러워지잖아요.” 부산 사하구가 주선하는 남ㆍ여 만남 프로그램인 ‘두근두근 사하 브릿지’ 참가자는 “지자체가 서류에 면접까지 해가며 가려준 분들이니 만남에서 그런 걱정은 덜 수 있어 좋다”며 이같이 말했다.

범죄경력도 확인, 지자체 주선에 몰린 2030

19일 부산 사하구에 따르면 다음 달 열리는 ‘두근두근 사하 브릿지’ 참가자를 모집했더니 지원자 164명이 몰렸다. 대상자는 사하구에 살고 있거나 사하구에 주소를 둔 회사에 다니는 사람이다. 남여 14명씩 모두 28명을 뽑는데, 성별로 보면 남성이 138명(경쟁률 9.9대 1), 여성은 26명(1.9대 1)이 신청했다. 연령별로는 30대 초반(30~34세) 지원자가 64명(39%)으로 가장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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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혼인건수 2만건 돌파 그래픽 이미지. [자료제공=통계청]

이 사업은 사하구가 결혼ㆍ출산장려 시책으로 추진했다. 사하구가 주선한 만남에서 커플로 성사되면 각 50만원의 데이트 비용을, 이들이 상견례를 하게 되면 준비금으로 각 100만원을 지급한다. 결혼까지 이르러 사하구에 정착하게 되면 2000만원의 축하금과 함께 지역 정착 보조 명목으로 전세보증금 3000만원(혹은 월세 80만원 최장 5년)을 지원하는 사업이다. 남여 2명이 이 만남에서 결혼해 사하구에 정착하게 되면 5000만원 넘는 지원을 받을 수 있는 셈이다.

이런 ‘특전’이 있는 만큼 초기 단계부터 문의 전화가 쏟아졌다고 한다. 다만 사하구는 요건을 까다롭게 뒀다. 지원자들로부터 거주지나 직장 주소를 확인할 수 있는 증빙 서류와 자기소개서를 받았고, 이 가운데 줌(zoom) 면접을 통해 대상자를 가려 뽑았다. 지역 정착 의지나 연애관 등을 중요하게 따졌다고 한다. 선정 과정에서 결혼정보회사 직원과 심리학과 교수, 변호사, 의사, 여성ㆍ가족정책 연구자 등 전문가로 구성된 위원회 조언도 받았다.

지원자 숫자가 예상을 웃돌 만큼 많은 데 대해 사하구는 “요건이 까다로운 만큼 프로그램에 나온 이들을 마음 놓고 만날 수 있을 것 같다는 반응이 많았다”고 설명했다. 사하구는 다음 달 9일부터 1박 2일 동안 을숙도 국립청소년생태센터에서 참가자를 모아 서로 대화하거나 시간을 보내며 서로를 파악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진행은 전문 업체에 맡긴다. 이 사업 후 만족도와 효과 등을 분석해 내년 예산 반영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지자체ㆍ교계까지 전국서 중매 나서
지자체는 물론 교계가 이처럼 남여 사이의 만남과 결혼을 장려하는 프로그램은 전국에서 확산하고 있다. 일부 프로그램은 참여율 저조 등 어려움을 겪었지만, 방향성을 잘 잡아 호응을 얻은 사례도 많다.

부산진구가 지난달 27일 마련한 ‘썸남썸녀 연인 찾기’ 프로그램엔 구청 직원을 포함해 관내 경찰, 소방, 세무서 등 기관 직원 26명이 참가했다. 공직 사회의 경우 특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때 기관 사이의 교류나 만남이 조심스러워졌는데, 이 프로그램에서 만남의 기회를 제공한다는 취지였다고 한다. 참가자 중 7쌍은 서로에게 호감을 느끼며 만나 볼 의향이 있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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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김해시는 남녀 만남을 위한 시민공감형 인구정책으로 '나는 김해솔로'를 운영하고 있다. 사진 김해시

경기 성남시에서는 유사한 성격의 만남 프로그램 ‘솔로몬의 선택’이 7회 진행되는 동안 142쌍(참가자의 43%) 만남이 성사됐다. 경남 김해시가 진행하는 ‘나는 김해 솔로’ 역시 올겨울을 앞두고 제4기 ‘미리크리스마스’ 참가자를 모집했다. 대한불교 조계종 사회복지재단이 지난 8월 강원도 양양 낙산사에서 진행한 ‘나는 절로, 낙산사’는 접수자가 몰려 무려 70대 1의 지원 경쟁률을 기록했다. 이 프로그램에선 총 6쌍이 맺어졌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지자체가 남ㆍ여에게 ‘만나라’고 등을 떠밀 수는 없다. 다만 기회를 원하는 이들에게 상대적으로 안전한 만남의 장을 제공하는 취지”라며 “장기적으로 이들이 결혼하고 지역에 정착해 출산으로까지 이어지면 지자체도 수혜를 보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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