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유명 여론조사업체 전직 간부들, 영업비밀 빼내 재취업 불구속 기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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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론조사 면접원 이미지. 중앙일보

국내 유명 여론조사업체의 영업 비밀을 유출해 경쟁사에 취업한 2명이 재판에 넘겨졌다.

수원지검 방위사업‧산업기술범죄수사부(부장 박경택)는 부정경쟁방지법위반(영업비밀누설등) 및 업무상 배임 혐의로 A씨와 B씨를 불구속 기소했다고 29일 밝혔다.

이들은 2021년 5월 유명 여론조사업체인 C사의 서버에 있던 여론조사 비용과 면접원 데이터베이스 자료를 개인 USB에 담아 유출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 조사 결과 A씨는 C사에서 20년 동안 근무하면서 전국총괄실사실장을 지냈다. B씨도 13년 동안 재직하면서 지역실사팀장을 역임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들은 창업을 목적으로 해당 자료를 빼냈지만, 현재는 모두 다른 여론조사업체에서 간부직으로 근무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이 유출한 자료는 여론조사 면접원들을 효율적으로 관리하는 DB 자료와 면접원들의 수당 등 조사경비 일체가 정리된 조사비용 관련 자료 등이다. 응답자의 협조를 끌어내야 하는 여론조사 방식상 숙련된 면접원은 여론조사업체의 중요한 자산인 만큼 이들에 대한 교육 내용 등이 담긴 면접원 관련 DB는 여론조사업체의 핵심 노하우라고 검찰은 판단했다. 이 자료가 경쟁업체에 유출되면 프리랜서인 숙련된 면접원을 확보하는 데 지장을 초래할 수 있다고 한다.

또 여론조사 입찰에서 입찰가가 평가 기준의 20%를 차지하는 만큼, 여론조사 비용은 프로젝트별로 지급된 면접원의 수당 등 제반 경비가 모두 포함돼 있어 “제조업체의 제조원가가 유출된 것과 마찬가지”라고 검찰은 설명했다.

이들이 유출한 조사 비용 자료를 넘겨받은 경쟁업체는 쉽게 예산을 책정할 수 있고 피해 회사에 비해 낮은 가격을 입찰가로 제안할 수 있어 프로젝트를 수주하는 데 결정적 영향을 끼친다는 것이다.

이 사건은 2021년 12월 C사가 경찰에 고소장을 제출하면서 시작됐다. 지난해 9월 서울중앙지검에서 사건을 넘겨받은 수원지검은 A씨 등이 C사에서 유출한 자료를 분석하고, 이들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대화 내용 등을 재분석해 이들의 범행을 확인했다. 제조 기술이 아닌 지식·정보 제공 분야인 여론조사업체의 핵심 노하우 유출을 부정경쟁방지법위반으로 기소한 첫 사례다.

검찰 관계자는 “A씨와 B씨가 유출한 자료는 C사가 여론조사의 신뢰도를 높이면서도 효율적 여론조사를 통한 비용 절감을 목표로 수십 년간의 노력을 통해 획득한 중요 영업비밀”이라며 “여론조사 시장에서 장기간 신뢰도를 쌓고 검증된 업체의 노하우를 빼돌려 설립한 업체가 부실한 여론조사를 통해 민심을 왜곡할 위험성을 차단하기 위해 정보제공 서비스 분야까지 ‘영업 비밀’로 해석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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