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유아인(본명 엄홍식)이 지난달 3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1심 선고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유아인은 이날 징역 1년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됐다. 뉴스1

마약 혐의로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은 배우 유아인(38·본명 엄홍식)의 2심 재판이 시작됐다. 유아인 측은 “악의적으로 법을 위반한 것이 아니다”라며 선처를 호소했다.

서울고법 형사5부(부장 권순형·안승훈·심승우)는 29일 유아인의 마약류관리법 위반(향정) 등 사건 항소심 첫 공판을 열었다. 유아인은 지난달 3일 1심에서 징역 1년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됐다.

두상이 보이도록 머리를 바짝 깎은 유아인은 이날 둥근 철테 안경을 쓰고 법정에 섰다. 수형복 대신 검은 정장과 흰 와이셔츠를 입은 그는 생년월일 등 인적사항을 확인하는 재판장 질문에 답할 뿐 별다른 발언을 하지는 않았고, 줄곧 무표정으로 재판을 들었다.

함께 기소돼 1심에서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유아인의 지인 최모(33)씨 역시 정장을 입은 채 피고인석에 앉았다. 유아인과 최씨 측을 대리하는 변호인 7명도 모두 재판에 출석했다.

유아인은 지난 22일 재판부에 첫 반성문을 제출했다. 이날 유아인 측 변호인은 “피고인은 악의적으로 법을 위반한 것이 아니다”라며 “신체적, 정신적으로 극한의 상황에 몰려 있는 상황에서 수면마취제에 의존성이 생겼고, 이 사건 수사가 개시되기 전부터 이미 정신건강의학과에 내원해 수면장애를 건강한 방법으로 개선하려고 노력해왔다”고 강조했다.

이어 “실제 의존성에서 벗어나서 상당한 치료 효과를 보고 있었음에도 실형을 선고한 원심의 형은 지나치게 무거워서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또 수면제 대리처방에 마약류관리법 위반 혐의를 적용한 데 대해서는 법리오해의 잘못이 있다고도 했다.

검찰 측은 반대로 “형이 지나치게 가볍다”며 양형부당을 이유로 항소했다. 아울러 1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대마흡연교사 등 혐의에 대해서는 사실오인의 오해가 있다고도 주장했다. 검찰 측은 유아인이 지인에게 대마를 직접 건넸다고 보고 있고, 변호인 측은 그런 사실이 없다고 맞서고 있다.

'프로포폴 상습 투약' 혐의로 기소된 배우 유아인(본명 엄홍식)이 지난달 3일 서울 서초구 중앙지법에서 열린 1심 선고기일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앞서 유아인은 2020년 9월~2023년 1월 총 181회에 걸쳐 프로포폴 등 의료용 마약류를 상습적으로 투약하고, 지인 명의로 수면제 1150정을 대리처방받은 혐의로 기소됐다. 미국에서 대마를 3회 흡연하며 타인에게도 이를 피우게 하고, 사건이 언론에 알려진 뒤 증거인멸을 지시한 혐의도 있다. 이중 대마수수·대마흡연교사와 증거인멸교사 혐의에 대해서는 1심에서 무죄가 선고됐다.

1심 재판부는 “향정신성 약물에 대한 의존도가 심각한 것으로 보여 재범 위험성이 낮다고 보기 어렵다”며 유아인에게 징역 1년과 벌금 200만원을 선고했다. 유아인이 의존성을 극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점은 참작됐지만, 재판부는 “도주 우려가 있다”며 유아인을 법정에서 구속했다.

다음 재판 기일은 11월 19일이다. 이때까지 변호인 측은 양형과 관련한 자료를 제출하는 한편, 최씨 혐의와 관련해 검찰 측이 신청한 증인에 대한 의견을 낼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