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포항, 프랑스 음악가가 연주 희망하는 도시 됐다" 첼리스트 박유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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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마다 가을에 두 개의 음악제를 이끌고 있는 첼리스트 박유신. 사진 강진호 작가

첼리스트 박유신(34)에게 가을은 음악제의 계절이다. 몇해 전부터 가을마다 음악 축제들을 기획ㆍ실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포항국제음악제 예술감독 박유신 인터뷰 #서울과 포항에서 매년 음악제 맡아 이끌어

우선 서울에서 열리는 ‘어텀 실내악 페스티벌’. 지난달 26~28일 사흘동안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열렸던 이번 축제는 올해로 6회째였다. 그 다음은 포항 국제 음악제. 경상북도에서 최대 규모인 이 음악제는 올해 4회이며 다음 달 1~8일 열린다.

박유신은 이 두 음악제의 예술감독이다. 매년 음악제의 주제를 정하고, 연주할 작품과 연주자들을 모은다. 서울의 ‘어텀 페스티벌’에서는 음악제를 열 수 있는 재원을 마련하고 행정 업무를 총괄하는 것도 그의 몫이다. 젊은 음악가가 한 계절에 두 개의 음악제를 끌고 가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처음에는 내가 원하는 공연을 만들고 싶다는 단순한 생각이었다. 연주하고 싶은 곡, 연주자들 같은 조건을 모아서 보기 드문 수준의 실내악 공연을 만들어보고 싶었다.” 그는 21일 중앙일보와 인터뷰에서 두 음악제를 이끌게 된 이유를 설명했다. 박유신은 경희대학교 음대와 독일 드레스덴 국립음대에서 공부하고 다수의 국제 콩쿠르에서 입상했던 첼리스트다. “어텀 페스티벌은 유학 시절 막연히 생각하던 것을 실행에 옮겼다. 좋은 독주회, 오케스트라 공연은 더 자주 만날 수 있지만 중간 규모의 실내악 공연은 보기가 힘들었다. 작게라도 꼭 해보고 싶었다.”

포항은 박유신의 고향이다. 그는 “예술감독 제의가 들어왔을 때 내가 사랑하는 도시에 좋은 음악을 소개하겠다는 사명감이 강했다”고 했다. 2021년부터 피아니스트 백건우, 바이올리니스트 정경화, 카잘스 현악4중주단 등 대형 아티스트를 포항 무대에 세워 관심을 모았다. “쉽고 편한 곡만 연주하지 않았는데도 청중 반응이 좋았다. 연주 수준이 높다면 청중은 어떤 생소한 곡이라도 좋아해준다는 경험을 얻어 지금까지 음악제를 기획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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첼리스트 박유신. 사진 박유신

박유신은 “이제는 포항 음악제에 참가하고 싶다는 외국 연주자들이 먼저 연락을 해올 정도”라고 했다. “프랑스 음악가들이 e메일로 포항에서 연주하고 싶다고 요청 해 성사된 일도 있다. 포항이 해외 음악가들 사이에서도 화제가 될 수 있다는 자신감이 든다.” 또 “요즘 음악가들은 SNS로 빠르게 정보를 주고 받기 때문에 한국의 지방 도시도 음악 도시로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서울과 포항 양쪽에서 새로운 시도를 위해 애쓰고 있다”고 했다. 올해 ‘어텀 페스티벌’에서는 모차르트의 신포니아 콘체르탄테를 현악 6중주 편성으로 연주했다. 본래는 오케스트라와 바이올린ㆍ비올라가 협연하는 곡이다. 지난해 포항에서는 무용수들과 현악8중주가 함께 하는 공연을 선보였다. 박유신은 “유럽을 비롯한 전세계의 음악제에서 연주되는 곡, 연주자, 형식을 늘 찾아본다. 연주하고 싶은 작품을 적어놓은 목록이 길다”고 했다. 그는 또 “음악제가 계속돼도 연주곡을 중복하지 않는 것이 목표”라고 했다.

올해 포항 국제 음악제에는 피아니스트 백혜선ㆍ선우예권, 지휘자 윤한결, 플루티스트 김유빈, 바이올리니스트 김재영ㆍ김영욱, 첼리스트 빅토르 쥘리앙 라페리에르 등이 출연한다. 음악제를 위해 조직된 포항 페스티벌 오케스트라가 다음 달 1일 림스키 코르사코프의 ‘셰헤라자드’를 연주하며 축제의 문을 열고, 실내악ㆍ독주ㆍ오케스트라 무대가 8일까지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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