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달항아리 용기로 50년…빙그레는 왜 국가유산 자리를 노리나 [비크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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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트렌드
트렌드는 같은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욕망과 가치를 반영합니다. 예측할 수 없는 미래의 모호함을 밝히는 한줄기 단서가 되기도 하고요. 비크닉이 흘러가는 유행 속에서 의미 있는 트렌드를 건져 올립니다.
뚱뚱한 허리 모양으로 ‘뚱바’라는 별명이 붙은 빙그레 바나나맛우유. 1974년 등장해 공중목욕탕의 필수 음료가 됐고, 이제는 전 세계인이 찾게 된 바나나맛우유가 올해 출시 50주년을 맞이해 국가유산 등재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특정 기업의 제품이 국가유산이 될 수 있을까 싶지만 바나나맛우유는 이미 자격이 충분합니다. 50년 이상 지나고 역사∙문화∙사회적으로 상징적 가치를 가진 유∙무형 문화유산이라면 등재가 가능하니까요. 이미 대한민국 산업 발전이라는 시대상을 반영한 현대자동차 ‘포니’와 최초 세탁기 ‘금성 세탁기’가 국가유산에 이름을 올린 바 있습니다.
사실 국가유산은 얼마 전까지 문화재로 불렸습니다. 그러다 2022년 ‘국가유산기본법’이 통과되면서 올해 5월부터 이름을 바꿨어요. 낡은 일본식 명칭과 분류체계를 벗어나 유네스코 세계 기준에 부합하는 개념으로 전환하기 위해서죠. 올해 5월엔 문화재청이 ‘국가유산청’으로 이름을 바꾸기도 했습니다. 그러면서 소극적 국가유산 관리를 넘어서 미래가치 창출을 위한 적극적 보존을 이야기합니다. 바나나맛우유 역시 국가유산 등재에 도전할 여지가 생긴 거죠.
빙그레는 바나나맛우유 자체가 아니라 바나나맛우유의 정체성을 담은 플라스틱 용기를 국가유산으로 올리기 위해 준비하고 있습니다. 조선 후기 도자기 문화를 대표하는 달항아리를 본뜬 용기인데요. 1974년 당시 시제품으로 만들었던 용기를 아직 보존하고 있고, 이 용기를 국가유산으로 신청할 계획이라고 합니다.
달항아리 모양만 본뜬 건 아닙니다. 제작 과정 역시 비슷합니다. 달항아리를 만들 때 위∙아래 사발을 따로 빚어 접합하는데, 바나나맛우유 용기 역시 상∙하부 컵을 따로 만들어 마찰열로 고속 회전시켜 붙여요. 국가유산 등재를 준비하는 김영환 빙그레 패키징팀장은 “바나나맛우유 용기는 전통 문화예술이 현대 산업과 우리의 삶에 어떻게 영향을 주고 있는 보여주는 좋은 예”라고 말했습니다.
식품 업계에서 굳이 국가유산 등재를 노리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새로운 브랜딩으로 소비자의 관심을 얻기 위해서입니다. 이승윤 건국대 교수(경영학)는 “좋은 물건으로 소비자 욕구를 충족하는 시대는 끝났다”며 “헤리티지를 강조하면서 시대 정신을 반영하는 브랜드라는 걸 강조하기 위한 움직임”이라고 해석했습니다.
‘비크닉’ 유튜브 채널의 ‘B사이드’에선 바나나맛우유의 탄생 배경과 독특한 마케팅 기법에 대한 이야기도 다뤄봅니다. 음모론적인 질문으로 브랜드의 의도를 파헤쳐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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