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AI 데이터센터 열 식혀줄 해법…42조 '액침냉각' 시장 경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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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 한화빌딩에서 진행된 ‘액침냉각 ESS’ 아카데미에서 서상혁 SK엔무브 e-Fluids B2B사업실장이 액침냉각 기술을 소개하고 있다. 사진 SK이노베이션

미래 먹거리를 찾는 국내 정유업계가 액침냉각유 제품을 잇달아 출시하며 시장 선점에 나서고 있다. 액침냉각은 전자 장비를 전기가 통하지 않는 냉각유에 담가 열을 식히는 차세대 열 관리 기술을 말한다. 기존 방식보다 효율적이면서 전력 소모를 줄일 수 있어 시장이 커질 전망이다.

3일 정유업계에 따르면 액침냉각유는 ‘전기 먹는 하마’인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서버의 열기를 식혀줄 해법으로 주목 받는다. 기존엔 차가운 공기를 이용하는 공랭식 냉각을 주로 활용했지만, 데이터센터 전력량의 30~50%가 서버 발열을 가라앉히는 데 사용돼 개선이 필요해서다. 액침냉각을 활용하면 공랭식 대비 전력 사용량을 약 30% 줄일 수 있을 것으로 업계는 본다.

액침냉각은 공랭식 대비 균등하고 효율적인 냉각이 가능하며, 열을 빠르게 외부로 추출해 서버가 받는 열 스트레스를 제거함으로써 발열에 따른 서버 성능 저하도 방지할 수 있다. 업계에서는 전 세계 액침냉각 시장 규모가 2020년 1조원 미만에서 2040년 42조원으로 확대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2040년에는 액침냉각 기술이 데이터센터, 전기차 배터리, 에너지저장장치(ESS)의 열관리 시장에서 각각 22%, 20%, 7%를 차지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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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GRC 액침냉각 솔루션에 반영된 SK엔무브의 냉각유. 사진 SK이노베이션

최근 ‘엔비디아 효과’로 시장 개화가 빨라질 것이란 기대감이 나온다. 엔비디아는 오는 4분기 출시될 차세대 AI 반도체 ‘블랙웰’에 액체를 활용한 냉각 방식을 본격 도입할 것이라고 지난 8월 밝혔다. 최보영 교보증권 연구원은 “엔비디아가 액침냉각 관련 엔지니어를 채용하는 행보가 포착됐고, 향후 관련 기술의 적용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김양팽 산업연구원 전문연구원은 “액체를 활용한 열 관리는 기존 공랭식보다 도입 비용이 더 든다고 평가받지만, 그만큼 발열 문제를 효율적으로 해결할 수 있어 향후 시장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국내 기업 중에서는 SK가 가장 먼저 액침냉각 시장에 뛰어들었다. SK엔무브는 2022년 미국 수조형 액침냉각 기업 GRC에 지분 투자를 했고, SK텔레콤과 데이터센터 액침냉각유 실증 사업을 완료했다. SK엔무브 관계자는 “수조형 액침냉각, 정밀액체냉각 등 다양한 솔루션별 제품군을 확보하고 있다”고 말했다. GS칼텍스도 지난해 자체 개발한 액침냉각유 제품을 최근 4종으로 세분화해 제품 라인업을 확대했다. 에쓰오일은 최근 액침냉각유 ‘e쿨링 솔루션’을 출시했다. 인화점이 섭씨 250도 이상인 제품으로, 위험물 안전 규제가 엄격한 한국·일본 등 동북아시아 시장을 공략한다는 방침이다. HD현대오일뱅크 역시 액침냉각유 제품을 개발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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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쓰오일 직원들이 서울 마곡 TS&D 센터에서 액침냉각유 성능테스트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 에쓰오일

정유사들은 유가와 정제마진 영향을 덜 받으며 안정적인 수익을 낼 수 있는 액침냉각유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일 전망이다. 윤활유는 정유 대비 매출 비중은 작지만 영업이익률이 높은 사업인데, 액침냉각유 역시 윤활기유 기반으로 만들어 윤활유 사업으로 분류된다.

당장 관심사는 누가 먼저 주요 고객사와 액침냉각유 대규모 공급 계약을 맺느냐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AI의 급격한 성장으로 데이터센터용 액침냉각유가 주목받는데, 앞으로 ESS와 배터리 냉각 등 다양한 산업 분야에 확대 적용될 가능성이 크다”며 “아직 산업 표준이 없어 빠르게 상용화를 시작하고 공급 실적을 쌓을수록 시장의 신뢰를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부피가 큰 수조형 액침냉각의 경우 공간 확보 문제가 있고, 냉각유 직접 접촉에 따른 반도체·기판 부식 우려 등도 해결해야 할 과제다. 최근 전기차 화재가 잇따르며 안전한 열 관리 방법으로 액침냉각이 주목받지만, 실제 달리는 차에 적용하려면 넘어야 할 기술적 한계가 많을 것이란 시각도 있다.

한편 올 3분기 정유업계 실적은 부진할 전망이다. 국제유가가 하락하고 미국·중국 등 주요 석유제품 수입국의 수요가 위축되면서 재고손실이 발생했을 것으로 보인다. 국제유가가 하락하면 정유사들이 미리 사둔 원유의 재고평가 가치가 떨어지면서 손실이 발생하게 된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의 3분기 매출은 18조419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7.4% 줄고, 영업손실은 732억원으로 적자전환 할 전망이다. 에쓰오일 역시 3분기 영업손실 2413억원으로 적자전환이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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