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반팔 입고 나왔다 패딩 샀다" 롤러코스터 날씨에 당황한 시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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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오후 서울 중구 명동의 한 패스트패션(SPA) 브랜드 매장 입구 앞. 김모(25)씨는 급하게 9만9900원짜리 경량 패딩을 사고 나왔다고 했다. 그는 “주말 내내 포근하길래 오늘도 얇은 니트만 하나 입고 나왔다가 너무 추워서 겉옷을 샀다”며 “친구랑 저녁 식사 전까지 따뜻한 실내에 들어가 있어야겠다”고 발걸음을 재촉했다. 매장 안에선 반소매 티셔츠·바지 차림에 ‘조리’ 슬리퍼를 신은 시민이 두꺼운 털옷과 점퍼 등 겨울 외투 쇼핑에 빠져있는 아이러니한 풍경이 보였다.
11월 들어서도 하루 새 10도 안팎을 넘나드는 롤러코스터 날씨에 여름과 겨울 풍경이 공존하는 ‘기후 혼란’의 시대상이 펼쳐지고 있다. 4일 기상청에 따르면, 이날 서울의 아침 최저기온은 16도로 평년보다 10도나 높았다. 하지만 낮부터 찬 공기가 밀려 내려오면서 밤사이 기온은 크게 떨어졌다. 5일 서울의 아침 기온은 5도, 전날보다 10도 이상 큰 폭으로 내려 영하권 체감 추위가 찾아왔다. 예년 기온을 밑도는 이른 겨울 추위로 전날보다 10도 가까이 기온이 떨어지는 곳은 한파주의보가 내려질 가능성도 있다.
시민들은 비교적 온화했던 주말 이후 갑작스러운 기온 변화에 당황스러워 했다. 주말 나들이객 사이에선 반소매 티셔츠 차림이 많았지만 금세 추워진 출근길에 패딩 등 두꺼운 점퍼를 꺼내 입었다. 지난 주말 서울 광진구 어린이대공원을 방문한 정모씨는 “11월인데도 더워서 땀이 날 지경이었다”며 “아침·저녁은 벌써부터 추워서 조만간 세탁소에서 드라이 맡긴 롱패딩 점퍼를 빨리 찾아와야겠다”고 했다. 서울의 한 회사 기숙사에서 사는 송모(26)씨는 “고향 집에서 겨울용 극세사 이불을 가져올 새도 없이 오늘 아침에 덜덜 떨면서 잠에서 깼다”며 “가을다운 가을이 실종됐다”고 했다.
‘가을 실종’에 먹거리·입을 거리 등 소비 문화도 변화하고 있다. 이날 찾은 동네 마트엔 호빵 등 겨울 음식이 나와있는 옆에 수박·켐벨 포도·토마토 등 여름 과일들이 진열돼 있었다. 주부 김모(55)씨는 “요새는 하우스 재배라서 제철 과일 경계가 없어졌다지만, 겨울 과일인 귤이 여름 과일인 포도랑 같이 나와있는 걸 보고 새삼 놀랐다”며 “과일 매대만 보면 (계절) 경계가 아예 사라진 것처럼 계절감을 느낄 수가 없다”고 말했다.
얇은 코트 등 가을 옷은 건너 뛰고 패딩 등 겨울 옷을 일찌감치 장만하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신세계백화점의 경우 지난달 겨울 점퍼 매출이 작년 대비 약 60% 늘었다.
김장철을 앞두고 장기간 고온 현상에 부진한 가을 배추 작황에 배추 가격은 고공행진 중이다. 지난달 말 강원도의 포기당 배춧값은 8548원으로, 지난해 대비 50%가량 비싸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이달 들어서부터는 배추의 출하지가 전국으로 확대되면서 배춧값이 점차 평년 수준을 회복하고 있다.
올해는 특히나 기온 변화가 큰 것으로 기록됐다. 유난히 길고 강했던 올 여름 더위에 ‘118년 만에 최장 연속 열대야’를 기록한 데 이어 ‘역주행 가을’, ‘가을 폭염’ 등 신조어까지 생겨났다. 어린이집 보육교사 A씨(20대)는 “올여름이 역대급으로 더웠었어 그런지 지난주까지만 해도 땀을 뻘뻘 흘리며 야외 활동을 했다”며 “(갑자기 추워진 날씨에) 아이들에게 ‘우리나라는 사계절 기후’라고 가르치기도 애매해졌다”고 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하루만에 여름에서 겨울이 됐다. 우리나라 계절은 ‘봄여어어어어어름갈겨우우울’”이란 반응이 올라왔다.
이명인 유니스트(UNIST) 도시환경공학과 교수는 “늦더위가 길어지면서 더위가 익숙했던 사람들은 가을철 일교차가 상당히 커지면서 상대적으로 기온 변화를 급격하게 느낄 수 있다”며 “겨울 초입으로 다다르는 이달까지는 기온이 큰 폭으로 오르락내리락 할 수 있기 때문에 그날그날 기상 정보에 맞춰 대처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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