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해리스-트럼프 누가 돼도 北김정은 ‘대러 도박’ 계속…'통미·통러봉남 경계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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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전략미사일기지를 시찰하고 발사 관련 시설 요소별 기능과 능력, 전략 미사일 전투직일 근무(당직 근무) 상태 등 나라의 안전과 직결된 전략적 억제력의 가동 준비 태세를 점검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23일 보도했다. 연합뉴스

6일 미 대선 출구조사 결과가 속속 공개되는 가운데 누구보다 초조한 마음으로 결과를 기다리고 있을 사람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다. ‘아름다운 편지’를 주고받으며 대면 정상회담까지 했던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귀환할지, 대북 원칙론과 억제력 강화로 일관한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의 기조를 그대로 이어받을 카멀라 해리스 미 부통령이 새로운 대통령이 될지에 따라 김정은의 대미 셈법도 달라질 수밖에 없다. 지난달 31일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9형’ 발사는 대미 협상력 확보를 위한 예고편에 불과하다.

김정은은 우선 누가 대통령이 되든 내년 1월 새로운 미 행정부가 들어서기 전까지는 러시아와의 불법 협력을 강화하는 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리더십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제거되고 우크라이나 전쟁 종전이나 휴전 논의에 가속도가 붙기 전 거래를 통해 서로 필요한 것을 최대한 챙기자는 데 김정은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이해가 일치하기 때문이다.

“북한군의 전선 배치가 당초 예상보다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다”는 정부 평가도 이런 분석을 뒷받침한다. 우크라이나는 이미 북한군과 교전을 벌였다고 주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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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신문은 지난 6월 20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과 러시아 연방 사이의 포괄적인 전락적 동반자 관계에 관한 조약'이 조인됐다″고 보도했다. 뉴스1

다만 누가 미 대통령이 되든 이런 밀착 관계가 오히려 김정은에게는 족쇄가 될 수 있다.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이라는 위험한 도박에 승부를 건 순간 미국의 대북 및 대러 정책은 맞물려 이뤄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해리스 당선시 대북 기조는 ‘대화에는 열려 있지만, 섣부른 보상은 없다’는 바이든 행정부의 원칙을 계승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그런데 북한군이 실제 전장에 투입되는 등 북·러 간에 선 넘는 행동이 실제 이뤄진다면 북한에 대한 입장이 이전보다 강경해질 가능성이 크다.

트럼프는 선거 유세 중에도 김정은과의 친분을 과시하며 다시 ‘브로맨스’가 이뤄질 여지를 남겼다. 워싱턴 조야에서는 트럼프가 북한의 ICBM 등 미 본토 위협 능력만 제거하고 제재를 해제해주는 ‘스몰 딜’에 대한 우려가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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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6월 30일 판문점 남측 자유의 집에서 회담하는 김 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조선중앙TV 캡처, 연합뉴스

다만 2019년 2월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에서 ‘노 딜’의 실패를 경험한 데다 이미 푸틴이라는 뒷배를 챙긴 김정은 입장에선 새롭게 펼쳐지는 신냉전 구도를 최대한 활용해 미국과의 협상에 나서려 할 것으로 보인다. 김정은이 트럼프와의 대좌를 서두르지 않고 러시아와 더 밀착하며 고가치 첨단 기술을 얻어내는 동시에 몸값 높이기를 노릴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한편으로는 우크라이나 전쟁이 마무리되는 국면에서도 북·러가 지금과 같은 밀착을 이어갈지에 대한 회의론도 제기된다. 푸틴 입장에선 전쟁이 끝나면 김정은이 제공하는 무기와 병력의 효용성이 급감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양 측이 맺은 ‘포괄적인 전략적 동반자 관계 조약(북·러 협력조약)’은 향후 북·미 및 남북 관계에 여전히 영향을 미칠 여지가 있다. 조약 5조는 ‘일방은 타방의 기타 핵심 이익을 침해하는 협정을 제3국과 체결하지 않으며 그런 행동들에 참가하지 않을 의무를 지닌다’고 규정했다. 미국과의 평화협정 등 비핵화 협상의 결과물도 이에 해당할 수 있는데, 러시아는 조약을 통해 개입할 권리를 확보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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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6월 30일 판문점 남측 자유의 집 앞에서 대화를 나누는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당시 미국 대통령, 문재인 당시 대통령의 모습. 연합뉴스

어떤 경우든 이미 김정은이 남북관계 단절을 선언한 이상 ‘통미봉남’이나 ‘통러봉남’ 같은 한국 패싱이 이뤄질 가능성이 큰 만큼 다양한 시나리오에 대비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오경섭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은 “핵 기반으로 격상된 한·미 동맹을 토대로 미국과 적극적으로 소통해야 한다”며 “북한이 한·미 사이의 틈새를 벌리는 것을 막고 일본, 중국과도 공조를 강화해 북한을 압박하는 전략을 구사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이 미 대선 당일 또는 직후 미국과 국제사회를 겨냥한 추가 전략 도발로 ‘올드 플레이북’을 가동할 가능성도 여전하다. 북한은 미 행정부 교체 시기를 전후해 고강도 도발로 긴장을 조성한 뒤 협상 재개 여부 등을 가늠하는 양상을 반복해왔기 때문이다.

기술적으로 개량한 ICBM 추가 발사나 대기권 재진입 기술 확보를 위한 정상각 발사, 7차 핵실험도 여전히 유효한 선택지다. 함북 길주군 풍계리 핵실험장의 3번 갱도는 김정은의 결단만 있으면 언제든 가동이 가능한 상태라는 게 한·미 정보당국의 판단이다. 김정은은 효과를 극대화할 시기를 재고 있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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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국방성이 지난달 28일 주장한 한국 무인기의 10월 8일 북한 비행경로 그래픽. 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해리스 당선시 북한이 전략도발보다는 남한을 노린 풍선이나 무인기 등 ‘가성비 도발’로 방향을 우회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비용을 크게 들이는 고강도 도발을 해도 해리스 행정부의 입장 변화를 이끌어내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군 당국도 북한의 “작은 도발”에 주목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정은이 지난 1월 문제삼은 서해 북방한계선(NLL)에서 도발을 감행할 우려도 상당하다. 김정은은 당시 “헌법에 민족과 통일 개념을 지우고 영토 규정을 신설하라”고 지시했는데, 9개월만인 지난달 개헌을 통해 이를 신속하게 반영했다. 또 법 정비를 마친 이후에는 ‘무인기 평양 침범 사건’을 터뜨리면서 대남 도발을 위한 대내외 명분 쌓기에 골몰하고 있다.

정부 안팎에선 법적 정비를 마친 북한이 미 대선 직후 본격적 대남 도발에 나설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북한 국방성은 지난달 28일 한국군의 무인기 침투 경로를 공개하면서 서해 백령도를 무인기의 출발점으로 콕 찍었다. 무인기 사태 자체가 백령도 원점 타격과 같은 대남 도발을 감행하기 위한 사전 정지 작업이었을 수 있다는 얘기다.

한편 노동신문은 6일 "러시아 연방을 공식 방문하고 있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외무상 최선희 동지가 4일 모스크바 크렘린에서 러시아 연방 대통령 블라디미르 블라디미로비치 푸틴 동지와 만났다"고 보도했다. 이어 신문은 "상봉에서는 두 나라 사이의 관계를 부단히 강화발전 시키기 위한 많은 사업들과 관련하여 훌륭한 담화가 진행"됐으며 "새로운 전면적 발전 궤도 우에 올라선 조로(북러) 친선을 더욱 공고히 해나가려는 의지가 재확인"됐다고 밝혔다.

다만 신문은 구체적인 논의 내용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최 외무상은 이번 방러 기간 북한군 러시아 파병, 김정은의 모스크바 답방, 미 대선 결과 등에 따른 대응방안을 논의했을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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