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이철희 "대통령 지지율 19%? 전원 사표감…여당이 나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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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희 전 청와대 정무수석은 4일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임기 반환점을 맞은 윤석열 정부를 향해 “인사권·예산권·사정권 등 대통령의 권력 자산은 다양하지만, 그중에서 가장 중요한 건 지지율”이라고 조언했다. “지지율이 잘 나오면 사람들이 존중하고 따르지만. 지지율이 빠지면 대하는 태도부터 달라진다. 영(令)이 안 선다”는 이유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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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희 전 청와대 정무수석이 4일 오후 서울 여의도의 한 커피숍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전민규 기자.

그는 3년 전 문재인 정부의 지지율 하락 국면에서 청와대 정무수석에 임명됐다. 2021년 4·7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에서 민주당이 완패한 직후였다. 임명 당일 30%였던 대통령의 지지율(한국갤럽)은 임기 말 45%를 기록했다. 이 전 수석은 “공개적으로 말하진 않았으나 지지율 관리를 해야 한다고 생각했고, 이건 정무수석의 몫이라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런 그가 윤석열 정부 위기 극복의 주체로 주목한 건 대통령실이 아닌 여당이다. 그는 “정부나 대통령실이 엇나갈 때 그걸 바로잡아주는 기능은 공동운명체인 여당의 몫인데, 그간 그 책임을 방기했다”며 “진작에 여당이 해결자로 나서야 했다”고 지적했다.

대통령 지지율 19%는 어떤 의미인가
“제가 정무수석일 때 그런 지지율이 나왔다? 그러면 전원 사표 냈을 것이다. 책임져야 할 숫자다.”
대통령실은 ‘돌을 던져도 맞고 가겠다’고 한다.
“때론 돌 맞을 수도 있다. 조지 H.W. 부시 전 미국 대통령도 후임자에게 ‘비판에 휘둘리지 말라’고 했다. 대통령은 숱한 욕을 먹으니, 비판 하나하나에 휘둘리면 아무것도 못한다는 뜻이다. 그런데 야당이 아닌 주권자가, 여론조사가 아닌 투표 결과로 돌 던지는 건 다르다. 이때는 무조건 따라야 한다. 여기서 버티면 더 내려간다.”
지지율 회복을 위해 어떻게 해야 하나.
“여당에서 이미 해법은 나오지 않았나. 진작에 나와야 했는데 늦었다. 여당은 대통령을 지원하면서 견제하는 이중적 기능을 해야 한다. 그게 숙명이다. 그래서 여당 대표가 제일 어렵다. ”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수차례 독대를 요구한 끝에 지난달 21일 윤석열 대통령과 81분 차담을 가졌다. 한 대표는 이 자리에서 ▶대통령실 인적 쇄신 ▶김건희 여사의 대외활동 중단 ▶각종 의혹 해소 등을 주장했으나, 윤 대통령은 호응하지 않았다. 이후 정치권에선 사실상 두 사람이 완전히 갈라섰다는 관측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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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21일 대통령실에서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와 면담하는 모습. 이철희 전 청와대 정무수석은 “‘대통령 문법’을 무시하다 보니 시스템까지 망가져버렸다”며 대표적인 사례로 이날 좌석 배치를 거론했다. 대통령실제공

‘윤·한 독대’는 어떻게 보았나.  
“대통령이 마주 앉은 모습을 보는 순간 ‘저렇게 막무가내로 할 수도 있구나’ 생각했다.”
뭐가 문제였나.
“표정, 특히 미간에 메시지가 다 드러나 있었다. 그러면 안 된다. 대통령실에 찾아오는 사람은 여당이든 야당이든 모두 손님이다. 내용적으론 이견을 가질 수 있지만, 형식적인 부분에서 티 내며 ‘홀대한다’는 걸 보여주는 건 예의에 맞지 않는다.”
대통령과 여당 대표가 이렇게 대립한 건 처음이다. 
“크고 작은 당정 갈등은 어느 정부에나 있었다. 문재인 정부도 마찬가지였다. 다만 오해를 증폭시키지 않으려면 물밑에서 조율해 문제를 풀어야 한다. 이번엔 대통령이 있는 그대로 적의(敵意)를 드러내고, 당 대표는 있는 그대로 이견을 노출시키는 게 다르다.”
여당 대표의 무리한 차별화 때문이란 시선도 있다.
“다 예상했던 일 아닌가. 차별화는 불가피하다. 임기가 3년 남았는데 대통령이 ‘미래 권력’을 여당 비상대책위원장으로 등장시켰다. 감내해야 하는 대가다. 어떻게 공짜만 있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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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희 전 청와대 정무수석은 “대통령은 여당을 존중하고, 여당은 야당과 절절히 타협하고 문제를 풀어내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며 “그런데 그간 여당은 무책임하게 행동대장 노릇만 했다”고 지적했다.전민규 기자

한 대표는 방향을 잘 잡고 있나.
“애쓰고 있다. 다만 아쉬운 건 여당이라는 ‘집단’이 움직이게 해야 했다는 점이다. 개인이 나서서 대통령과 각 세우고 정부가 교정되면 그것도 나쁘지 않지만, 더 중요한 건 여당이라는 하나의 집단이 한목소리로 움직일 수 있게 하는 리더십이다. 차별화보다 깊이 고민해야 하는 건 세력화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지난 4일  윤석열 대통령의 사과와 김건희 여사의 활동 중단, 국정 기조 전환 등을 재차 공개적으로 요구했다. 이날 밤 대통령실은 대국민 담화와 기자회견을 7일 개최하겠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엔 어떤 내용이 포함돼야 하나.
“진솔한 사과, 그리고 김건희 특검법과 순직 해병 특검법 수용 같은 현안 해결책은 당연히 담겨야 한다. 더 나아가 국정 운영 기조의 대전환을 천명해야 한다.”
윤 대통령에게 개인적으로 조언한다면?
“‘비 프레지덴셜(Be presidential)’, 대통령답게 하라고 말하고 싶다. 87년 체제 이후 8번째 대통령인데, 그간 대통령이 해온 방식이 있다. 민심을 존중한다든지, 어쨌든 야당과 대화로 문제를 풀어보려 한다든지, 최고의 인재를 내각에 중용하는 것 같은‘대통령 문법’인데, 여기에 충실해야 한다.”
의회 민주주의도 위기다. 거대 야당은 힘자랑을, 대통령은 거부권 행사를 반복한다.
“대통령제가 갖는 약점 중 하나가 분점 정부다. 대통령과 의회를 서로 다른 정당이 차지하면 갈등이 생겨나는데, 이걸 아무도 중재하지 못하는 상황에 들어갔다. 정치 때문에 나라가 망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거대 의석을 가진 야당 책임을 면해줄 생각은 없다. 하지만 우선 반성하고 바꿔야 할 쪽은 정부·여당이다.”
야당 일각에선 탄핵 얘기까지 나온다.
“국민이 먼저 ‘탄핵해야겠다’는 결심이 서야지, 정치 세력이 선도해서 탄핵하자고 하면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처럼 실패한다. 반대로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때 야당은 총리 교체 요구를 할지언정 탄핵 얘기는 일부러라도 입에 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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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희 전 청와대 정무수석은 일각에서 제기되는 대통령 탄핵 주장에 대해 “탄핵 얘기가 나온다고 곧바로 탄핵해야 하는 문제는 아니고, 근본적으로 탄핵으로 한국 민주주의가 좋아지느냐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전 수석은 대통령 탄핵을 연구한 결과를 정리해 신간『나쁜 권력은 어떻게 무너지는가 - 탄핵의 정치학』(메디치미디어)을 펴냈다. 전민규 기자.

여권에선 이재명 대표의 1심 선고 이후를 기대하는 눈치다.
“근본적으로 바뀌진 않을 거다. 지금 여론은 윤석열 정부가 잘하고 있느냐에 대한 평가다. 제가 여권에 감히 충고를 드린다면 이재명 집착에서 빨리 벗어나야 한다. 그게 늪이다.”
무슨 뜻인가.
“주문하듯 이재명만 외치는데, 그건 성공할 수 없다. ‘윤석열 대 이재명’ 승패는 이미 대선 때 끝났다. 국민은 정부와 대통령을 향해 화를 내는데, ‘얘가 나쁜 놈이야’ 답하는 식으로 돌파할 순 없다. 아무리 잘해봐야 약간의 시간을 버는 정도다. 그런 생각 벗어 던지고, 그저 정부·여당이 잘해서 득점할 생각을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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