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똘똘한 지방 기업, 콕 집어 집중 지원”…1.1조 투입하는 레전드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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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강서구에서 46년째 특수밸브를 생산하고 있는 엠티에이치(Mt.H) 콘트롤밸브는 최근 정부의 지원을 받아 제조 공정, 재고 관리 시스템에 정보기술(IT)을 적용하고 있다. 지역특화 프로젝트 ‘레전드50+’ 대상 기업으로 선정된 덕분에 올해부터 2026년까지 단계적으로 스마트팩토리 전환을 추진할 계획이다.
이 회사의 김재규 대표는 “제조 공정에 IT 기술을 접목하려면 억 단위 예산을 들여 모든 공정을 재점검해야 하기 때문에 중소기업으로서는 쉽지 않은 도전”이라며 “앞으로 3년간 안정적으로 정책 자금을 지원받을 수 있게 돼 장기적 관점으로 투자를 집행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지역 주도로 기업 육성
레전드50+은 중소벤처기업부가 올해 처음 시작한 중소기업 육성 3개년 사업이다. 레전드는 지역(region) 중소기업 지원 사업의 완결판(end)이라는 의미. 여기에 한국 경제에서 중소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을 50% 이상으로 확대하자는 목표를 담아 50+를 붙였다.
레전드50+의 가장 큰 특징은 각 지자체가 주도해 지역 특성에 맞는 산업과 기업을 육성한다는 점이다. 올해는 17개 시도가 선정한 21개 주제의 사업 프로젝트를 중심으로 1350개 기업을 뽑았다. 각 지역 테크노파크와 지방중소벤처기업청 등이 지역 특색을 반영한 프로젝트를 준비하고 이에 적합한 기업을 선정하면 중기부가 기존에 추진 중이던 정책 수단을 모아 지원하는 방식이다.
“잘하는 기업, 더 잘하게”
시행 첫해인 올해는 정책자금, 스마트공장, 수출·혁신 바우처, 창업중심대학,지역특화산업육성 등 6개 분야에 대해 2780억원을 지원했다. 그간 기업들은 해당 사업 공고가 나올 때마다 요건에 맞춰 지원 신청을 해왔는데, 레전드50+에 선정된 기업들은 간소화된 절차로 쉽게 지원을 받을 수 있다. 올해 선정된 기업들은 2026년까지 혜택을 받게 된다. 중기부는 지방 정부, 지역혁신기관과 3년간 1조1000억원을 투입해 사업을 꾸려갈 계획이다.
중기부의 1차 목표는 각 지역 경제를 이끄는 선도 기업을 육성하는 것. ‘될성부른’ 기업에 집중 투자해 작지만 강한 중소기업을 예비 중견기업으로 키우는 것이다. 김우중 중기부 지역기업정책관(국장)은 “중기부의 다양한 지원책이 부서별로 진행되다보니 흩어져 있던 측면이 있다”며 “우수한 기업이 3년 동안 제품 개발, 상용화, 양산, 수출 등 각 단계별 경영 계획을 세우고 적시에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정책 모둠 메뉴판’을 제공하자는 취지로 사업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똘똘한 기업 통한 ‘팽창효과’ 기대
전문가들은 단건으로 제공되던 지원 사업이 패키지로 묶이며 정책이 더 효과적으로 집행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정종석 산업연구원 박사는 레전드50+ 사업에 대해 “그간 정부가 기업에 포괄적으로 제공했던 지원 사업을 의미 있는 기업에 집중 지원한다는 의미가 있다”며 “효과를 볼 수 있는 기업을 족집게로 집어내 자원을 집중 투입하고 주변 기업들은 이를 통해 자극을 받는 ‘팽창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지역에서 잘할 수 있는 사업을 특화 발전시켜 지방 역량을 육성하는데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국가 재정을 효율적으로 활용한다는 측면에서도 의미가 있다. 김 국장은 “레전드50 은 재정을 새로 투입하는 게 아니라 중기부가 하던 기존 사업의 벽을 허물고 효율화해서 정책 효과를 극대화한 의미가 크다”라며 “장기적으로는 부처 간 사일로 현상(silo effect, 조직 간 장벽)을 해소해 정책 효율성을 높이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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