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세비 6억 챙긴 윤미향, 임기 마치고 당선무효…이게 정의인가 [현장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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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미향 전 의원이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의 후원금을 횡령했다는 의혹이 불거진 건 21대 총선 직후였다. 위안부 피해자인 이용수 할머니가 2020년 5월 7일 기자회견을 열어 “수요집회에서 받은 성금이 할머니들한테 쓰이지 않고 어디에 쓰이는지 모르겠다”며 “윤미향 정의연 전 대표가 국회의원을 해선 안 된다”고 폭로하면서다. 이때 윤 전 의원은 더불어민주당의 위성정당인 더불어시민당에서 비례 순번 7번으로 당선인 신분이었다. 이 할머니는 1992년 윤 전 의원이 대표였던 정의기억연대의 전신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 시절부터 함께 활동했었다.
정의연 측이 당시 “모금 사용 내역은 정기 회계감사를 통해 검증받고 공개되고 있다”고 반박에 나섰지만 연일 새로운 의혹이 쏟아져 나오면서 고발과 수사로 이어졌다. 윤 전 의원도 국회 개원 전날 당선인 신분으로 기자회견을 열고 모든 의혹을 부인했었다. 사흘 뒤인 2020년 6월 1일 국회의원으로 첫 출근을 했고 머지않아 그해 9월 14일 기소됐다.
기소까진 4개월 남짓 걸렸지만 이후 시작된 재판은 50개월 걸렸다. 1심 선고까지만 약 2년 5개월이 소요됐다. 2심 선고를 받아보고 상고하기까지 4년 동안 윤 전 의원은 30여 차례 법정에 출석하면서도 활발하게 국회의원으로 활동했다. 결국 윤 전 의원은 지난 5월 21대 국회의원으로서 4년간 임기를 마치고 여의도를 떠났다.
그리고 의원직 퇴임 이후 6개월여 만에야 대법원 확정 판결이 나왔다. 윤 전 의원에게 업무상 횡령·기부금품법 위반 등 혐의를 유죄로 인정하고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기소부터 확정까지 4년 2개월만이다.
윤 전 의원의 이날 선고는 재판 지연으로 실효성 있는 처벌에 실패한 대표 사례다. 윤 전 의원이 이날 받은 형량은 당선무효형에 해당한다. 그는 당선 직후부터 ‘후원금 횡령’이라는 정치적 치명상을 입었지만, 법원의 판단이 길어지는 사이 의원직을 부지했다. 국회에 들어오고 3개월 만에 당직이 정지되고 민주당을 탈당하는 등 부침이 있었으나, 결국 그 자신도 “4년 동안 살았던 국회라는 일터에서 이직한다”고 평할 정도로 홀가분하게 임기를 마쳤다.
4년간 세비도 받아갔다. 액수로는 매월 약 1300만원, 4년간 6억1500만원이다. 국고보조금을 유용한 혐의로 재판을 받으면서 4년간 수억원의 세비를 수령한 아이러니가 빚어졌다. 논란이 되는 의정활동도 적지 않았다. 지난 1월 윤 전 의원이 국회에서 개최한 토론회에선 토론자인 시민단체 이사장이 “북한의 전쟁관도 수용해야 한다”는 주장을 제기해 검찰에 넘겨졌다.
법원의 판단이 늦어지는 사이 모든 게 가능했다.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재판이 늦어지면 국회의원으로서 누릴 것을 다 누린 것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올 수밖에 없다. 잘잘못을 명확하게 짚어야 할 사법부가 본질적인 과제를 소홀히 한 것”이라며 “임기 전에 문제가 있음이 드러났음에도 재판이 늦어져서 임기를 다 마쳤다면 정치 불신이 커질 수밖에 없고, 그에 못지않게 사법 불신도 커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더 큰 문제는 윤 전 의원의 선고가 돌출적인 사례는 아니라는 점이다. 황운하 조국혁신당 의원은 ‘청와대 울산시장 선거 개입 사건’으로 2020년 1월 기소됐으나 아직 2심(1심 징역 2년 6개월)이 진행 중이다. 그사이 21대 국회의원 임기 4년을 마치고 22대 의원이 됐다. 같은 사건 송철호 전 울산시장 역시 피고인 상태로 광역시장 임기를 마쳤다. 최강욱 전 의원은 ‘조국 아들 인턴 허위 발언’으로 당선무효형을 받았으나 임기의 83%를 채웠다.
재판 지연이 사법 불신의 원인으로 지목되며 법원에서는 해결 방안 모색에 공력을 들이고 있다. 조희대 대법원장은 지난해 12월 취임 때부터 재판 지연 해소를 최우선 과제로 꼽았다. 법원장 재판, 공판중심주의 적정화 기조 등 다각도에서 접근하고 있지만 눈에 띄는 성과가 나올지는 더 지켜봐야 할 문제다. 홍성걸 국민대 행정학과 교수는 “앞으로도 국회의원들 중에서 윤 전 의원과 비슷한 사례는 계속 나올 것”이라며 “기소 후 자리를 내려놓던 사회적 관습과 예의는 이제 통하지 않게 됐다”고 꼬집었다. 조희대 법원이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지 지켜봐야 할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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