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이기정 한양사이버대 총장 "박사 학위도 사이버대서 따는 세상…K에듀 열풍 불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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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정 한양사이버대학교 총장이 지난 11일 서울 성동구 한양대 사이버1관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김현동 기자.

‘경계를 허물자’라는 말을 좋아합니다. 전공, 학과, 학부, 그리고 일반대학과 사이버대학의 경계도 머지않아 흐려질 겁니다.

이기정 한양사이버대학교 총장(한양대 총장 겸직)은 올해 첫 신입생을 모집하는 박사과정의 지향점을 설명하며 이렇게 말했다. 교육부가 사이버대 박사과정 운영을 승인하며 전국 22개 대학 중 4곳이 2025학년도 박사과정을 개설했다. 한양사이버대도 그중 하나다.

이 총장은 “논문 지도까지 시공간 제약 없이 이뤄질 수 있다는 게 사이버대 박사과정의 큰 장점”이라며 “사이버대 온·오프라인 융합형 커리큘럼은 향후 일반대학까지 영향을 미칠, 우리 교육의 미래”라고 했다. 지난 11일 한양대 사이버1관에서 이 총장을 만나 박사 과정으로 학문의 영역을 넓히고 있는 사이버대학의 역할과 비전을 물었다.

한양사이버대 박사과정 개설…논문 지도도 온라인으로 

저출생으로 학생 자원이 줄어드는 와중에 박사과정을 열었다
우리 석사 학생들 사이에서 박사 진학에 대한 수요가 있었다. 2010년부터 3000여명의 석사 과정 졸업생이 배출됐는데, 이 중 25%가 한양대 등 명문대 박사과정에 진학했다. 이번에 박사과정 신입생을 모집하는 곳은 일반대학원 8개 전공, 경영전문대학원 4개 전공트랙이다. 일반대학원 신입생 모집 평균 경쟁률은 2.5대 1을 넘어섰고, 마감일인 12월 12일이 되면 최종 경쟁률은 약 5대 1이 넘을 것으로 예상한다.
사이버대 박사과정 교육의 질이 일반 대학원보다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있다
사이버대는 온라인상에서 출석, 시험 등 다양한 기록이 축적되며 오프라인 대학보다 더욱 투명하고 엄격한 교육과정 운용이 가능하다. 예컨대 논문지도프로그램의 경우 지도교수 배정, 논문작성계획서 제출, 지도, 심사, 제출까지 전 영역에 걸친 데이터가 시스템에 저장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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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양사이버대 경영대학원 온라인세미나 장면. 학생들은 온라인 화상세미나와 오프라인 출석 중에 선택이 가능하다. 한양사이버대 제공

오프라인 수업이 적은 것도 약점으로 지적되는데
당연히 온라인 수업만으로 혁신 인재가 키워질 순 없다. 우리 학교는 팀프로젝트, 워크숍, 전공 비교과프로그램, 논문지도 등에서 대면 실시간 수업, 세미나 등 면대면 교육도 병행한다. 한양대학교와 다양한 물적, 인적 인프라도 공유하고 있다. 이름만 같은 명문대고, 실제 캠퍼스는 완전히 분리돼 본교의 이점을 전혀 누리지 못하는 사이버대도 많다.    

“사이버대, K-에듀 주역 될 수도”

이 총장의 말대로 대학의 온·오프라인 수업의 벽은 점점 허물어지고 있다. 일반대학에서도 코로나19 유행 이후 원격 수업이 확대됐기 때문이다. 여기에 교육부가 2022년부터 온라인 수업만 듣고 학위를 받을 수 있는 일반대 석사과정 운영을 허용하면서 사이버대의 정체성이 흔들리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 총장은 “위기를 사이버대의 영향력을 더욱 넓힐 수 있는 기회로 전환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사이버대만의 강점은 무엇인가
조직 문화가 유연해 학과 개설 시 사회 수요를 즉각 반영할 수 있고 일, 학업의 병행이 가능하다. 이 두 가지 강점이 결합된 것이 삼성전자 계약학과다. 삼성전자 측에서 고졸 사원들의 교육을 의뢰하며 개설됐다. 또, 사이버대는 첨단 에듀테크를 도입한 교육이 활발하다. 예를 들어 우리 대학은 사이버대 최초로 수업 영상에 AI(인공지능) 자막서비스 제공을 준비 중이다. 추후엔 AI를 통한 학습자 수준별 맞춤 교육까지 구현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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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정 한양대학교 총장이 11일 서울 성동구 한양대 사이버1관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김현동 기자. 2024.11.11.

사이버대 위기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지금 같은 인구 구조에서 사이버대는 평생교육 기관으로서 점차 역할이 커질 것이다. 사이버대도 일반대학과 같이 정부 재정지원사업에 참여해 예산도 받고 경쟁해야 한다. 일반대가 한국대학교육협의회 같은 법적 단체를 구성하고 목소리를 내듯, 사이버대도 적극적으로 정책 의견을 개진해야 한다.    
향후 사이버대의 지향점은
일반대학에서 같은 수업을 열어도 온라인 강좌가 더 빨리 마감된다. 학생 상담도 온라인 쪽이 더 선호된다. 사이버대는 그런 점에서 물결을 잘 탔다. 나는 50년 내 한양대와 한양사이버대가 합쳐질 수도 있다고 본다. 한정된 자원으로 사이버대와 오프라인 대학에 이중투자하는 수고를 덜 수 있다. 물론 이렇게 경계를 허물려면 사이버대 교육의 질도 끌어올려야 한다. 그래서 우리는 교수진의 연구 실적 평가 강화도 준비 중이다. 

이 총장은 사이버대학의 국제화도 중요한 과제로 꼽았다. 일반대는 외국 학생 유치가 비자 문제 등으로 한계가 있지만, 사이버대는 그런 점에서 자유롭다는 것이다. 한양사이버대가 올해 7월 페루 국립공대 시스템산업공학과 학생들을 위해 개설한 맞춤형 복수학위 프로그램에는 34명이 등록해 원격으로 수업을 듣고 있다.

이 총장은 “페루 국립대 학비는 무료인데, 이 학생들이 등록금까지 납부하며 수업을 듣는다. 사이버대도 외국학생을 유치하고 수익도 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사례”라며 “사이버대가 ‘K-에듀’ 열풍을 이끌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기정 총장=한양대 영어영문학과를 졸업한 후 미국 미네소타 대학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1994년 한양대 영어영문학과 교수로 임용된 후 국제처장, 비서실장, 국제화위원장 등을 거쳐 지난해 3월 한양대 및 한양사이버대 총장으로 임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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