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799일만 첫 결론…이재명 사법리스크, 어떻게 흘러왔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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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결문 낭독에 걸린 시간은 불과 30분이었지만 기소부터 선고까지는 799일이 걸렸다. 피고인의 무기한 단식과 재판장 사퇴 등 우여곡절을 거쳤다. 15일 중앙지법 형사합의34부(부장 한성진)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공직선거법상 당선무효형인 벌금 100만원을 한참 뛰어넘는 형량이다. 지난 2022년 9월 8일 이 대표가 기소된 지 2년 2개월만의 선고다.
대선 과정서 “김문기 모른다” “국토부 협박” 발언
이 사건은 이 대표가 제20대 대선을 치르며 방송 인터뷰와 국정감사에서 한 발언에서 시작됐다. 2021년 12월 21일 대장동 개발사업에 관여했던 김문기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1처장이 숨진 채 발견됐다. 이튿날 SBS ‘주영진의 뉴스브리핑’ 인터뷰에서 이 대표는 “(김 처장을) 성남시장 재직 때는 몰랐다”고 했다.
국민의힘은 이 대표와 김 처장이 2009년 공동주택 리모델링 세미나에서 함께 찍힌 사진을 제시하며 ‘거짓말’이라고 맹공했다. 2015년 호주·뉴질랜드 출장 때 김 처장이 이 대표를 수행하는 사진은 대선 내내 공방의 중심이 됐다. 이 대표는 2021년 12월 29일 채널A 프로그램 ‘이재명의 프로포즈-청년과의 대화’에 출연해 “국민의힘에서 4명 사진을 찍어가지고 마치 제가 골프를 친 것처럼 사진을 공개했다”며 “단체 사진 중 일부를 떼 내 가지고 보여줬더군요. 조작한 거죠”라고 말했다.
2021년 10월 경기도지사 신분으로 국토위 국정감사에 출석해 한 말도 문제가 됐다. 이 대표는 백현동 개발 특혜 의혹에 반박하며 “(용도변경은) 국토부가 요청해서 한 일”이라며 “안 해주면 직무유기, 이런 걸로 문제 삼겠다고 협박을 했다”고 말했다. 국토부는 협박이나 강제가 없었다며 이 대표의 발언에 유감을 표했다. 시민단체와 국민의힘이 각각의 발언을 고발해 수사가 시작됐고, 2022년 9월 이 대표는 재판에 넘겨졌다. 재판부는 이 대표의 골프 발언과 백현동 발언이 당선목적의 허위사실공표라고 판단해 유죄를 선고했다.
구속 기로 속 단식농성…재판장 사직 등 우여곡절 거듭
이듬해인 2022년 3월 첫 재판이 열렸지만 재판은 초반부터 순탄하지 않았다. 유동규 성남도시개발공사 본부장 등 주요 증인과 대면해 공방을 이어간 것도 잠시, 이 대표는 정기국회 개막 하루 전인 지난해 8월 31일 “무능·폭력 정권을 향해 국민항쟁을 시작하겠다”며 무기한 단식을 시작했다. 재판도 단식 여파로 두 달간 세 차례 기일변경을 거듭하며 공전했다.
이 기간 동안 이 대표는 위증교사·대북송금 등 혐의로 구속 기로에 섰다. 2022년 9월 21일 국회에서 체포동의안이 가결됐으나, 27일 법원에서 구속영장이 기각되며 기사회생했다. 10월에는 국정감사 등을 이유로 재판에 불출석했다. 결국 피고인 없이 심리를 진행할 수 있다는 공직선거법 규정에 따라 이 대표 없이 재판이 진행되기도 했다.
지난 1월에는 16개월 동안 재판장을 맡았던 강규태 부장판사가 법관 정기인사를 앞두고 사직서를 냈다. 여권 안팎에서는 공판 갱신 절차 등을 진행하느라 재판이 지연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왔다. 강 판사는 법정에서 미리 준비한 입장문을 꺼내들고 “(사직 여부와 무관하게) 물리적으로 총선 전 선고는 힘들다”고 반박했다. 사직과 별개로 다가오는 정기 인사로 재판부는 바뀔 예정이었다고도 덧붙였다. 이후 지금의 한성진 부장판사가 바통을 이어받아 3월부터 재판이 재개됐다.
이 대표는 4·10 총선을 앞둔 지난 3월 22일 선거 일정 등을 이유로 재판에 불출석했다. 재판부는 이 대표 없이 재판을 진행했다. 지난 8월에는 이 대표가 코로나19(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 확진으로 자가격리에 들어가면서 결심 공판이 2주 밀렸다. 지난 9월 20일, 기소 2년만의 결심에서 검찰은 이 대표에게 징역 2년을 구형했다.
2년 2개월에 걸친 재판 끝에 이날 법원은 이 대표에게 당선무효형에 해당하는 징역형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선거 과정에서 유권자에게 허위사실을 공표한 경우 올바른 선택을 할 수 없게 돼 민의가 왜곡되고 훼손될 수 있어 죄책이 가볍지 않다”며 “선거 과정에서의 표현의 자유를 인정해야 하지만 허위사실 공표로 인해 잘못된 정보를 수집해 민의가 왜곡되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고 양형이유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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